[시로 성품개발을! 시리즈 1-16 감사(하는 삶)]

  • 등록 2024.12.17 10: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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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삶)

[시로 성품개발을! 1-16    감사(하는 삶)]

 

 

휴 지 통

 

  교실 뒤

  구석 자리에

  산모롱이 곳집처럼 앉아 있는

  휴지통

 

  우종이 연필깍지도 받아 넣고

  남숙이 낙서쪽지도 받아 넣고

  수길이의 주전부리

  사탕 껍데기도 받아 넣고

 

  늘 주위를 깨끗이 해주는

  숨은 봉사자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묵묵히 남을 돕는

  휴지통

 

  없어서는 안될

  큰 그릇이지만

  뒤쪽 구석자리에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앉아 있다.

 

 

엄 기 원 -

 

 

 

 

 

  쓰레기통은 높은 교탁과 달리 교실 안에서 아주 낮은 지위라서 한쪽 구석에 던져져 있다. 교탁은 선생님이 앉아서 가르치는 곳이며 모든 아이들의 눈이 집중하는 곳이다. 이것이 없으면 교실이랄 수 없다. 못난이처럼 교실모퉁이에 조용히 있는 쓰레기통은 학교에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교탁이 없어도 선생님은 잘도 가르치신다. 아이들 사이에 왔다 갔다 하시면서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훨씬 좋을 때가 많다. 그러나 쓰레기통은 필요할 정도가 아니라 그것이 없으면 교실이 온통 쓰레기통이 되니, 가르침의 현장인 학교에서 교탁과 쓰레기통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세상의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하는 모든 분들(지금은 환경미화원이라고 높여 부르는 청소부, 대체로 높은 지위로 인정된 목사님,신부님,...)께 감사드리고 고개숙여야 한다는 논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 곳집 : 죽은 사람을 위한 상여를 넣어두는 집으로 산 아래 외딴 곳에 둔다.

segensong 기자 segen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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