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도 다니고 책도 팝니다

  • 등록 2024.12.29 15: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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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도 다니고 책도 팝니다

 

중고책 거래의 쏠쏠한 재미

저는 회사를 다니며 작은 온라인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에 있던 오랜 서재를 정리하며 먼지만 쌓였지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책들이 많아 온라인에 등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살까 싶었지만, 주문이 꽤 들어와 거의 매일 두 세 권씩 책을 포장하며 보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책을 정리하면서 먼지가 좀 있고, 색이 바랜 책들은 판매가를 낮게 등록했던 것도 판매량에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절판된 도서도 있고, 내용은 정말 좋은데 필기가 많고, 외관이 낡은 것은 미안한 마음에 1,000원에 등록을 해놓기도 했지요. 박스 구입비나 손품이나 이런 것을 따지고 보면 제 수중에 남는 것은 이삼백원밖에 남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버리기 아까운 책을 사는 분들을 만나면,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 같아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책읽기가 유일한 취미였던 시절

저의 학창 시절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게임기도 흔치 않고, TV도 자유롭게 보지 못할 때여서 책이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위인전, 명작소설, 대백과사전은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반드시 책이 집안 한켠에 반드시 꽂혀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일주일에 최소 1권 읽기, 1년에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우고 책을 좀 읽는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경쟁하며 책을 읽기도 하였지요. 목표를 거의 달성할 뻔하여 잠을 줄여가며 몰아 읽었지만 안타깝게도 몇 권을 채우지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한 권 한 권 책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인터넷에 등록하며 잃어버렸던 독서의 기쁨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온라인 중고서점을 운영하며 다시 얻게 된 귀한 소득입니다.

 

계엄령과 함께 뚝 떨어진 중고책 주문!

책 판매에 점점 재미를 붙이던 2024.12.03. 밤 10시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언은 온 국민의 밤잠을 앗아가고, 불안함과 혼돈스러운 밤을 맞게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치고, 최근 해외로 널리 퍼져나갔던 K 문화에 동경의 시선을 보내던 외신들의 시각은 빠르게 차갑게 바뀌고, 아직도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하며,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도기에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혼란과 혼돈 속에 감정과 이념적 분열이 아니라,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현명하게 이 어려움들을 돌파하고 감정적 동요보다 하나씩 법적 절차를 밟아가며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혼란스러운 한 달을 보내며, 문득 계엄선포 이후 책 주문이 단 한 권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최근 전철 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책 읽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못하고, 다들 불안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든 사람들, 계엄령과 독서, 계엄령과 책 판매의 상관관계라니.... 일개 개인인 저도 이렇게 영향을 받는데 다른 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을지 가히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국내적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과 국외적으로는 전쟁이 점점 확전 되는 불안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우리의 역사적 선배들은 당시의 어려운 시기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까? 궁금증이 들어 책을 다시 들추게 됩니다.

네덜란드 자체가 그의 무덤, 지금도 네덜란드의 도시와 들판에 그의 업적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화자 될 정도로 네덜란드의 종교, 정치, 교육 등 전 영역에서 개혁을 이루었던 20세기 초 수상이었던 아브라함 카이퍼, 19세기 전후 부패한 영국 사회의 많은 제도를 개혁하고 제거하는 데 힘썼던 윌리엄 윌버포스와 클라팜 공동체의 흔적을 뒤쫓습니다.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가 진정 기댈 수 있는 가치와 뿌리가 어디서부터인지, 역사적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오늘도 책을 뒤적여봅니다. 그리고 내일은 책 주문이 들어올까요~? 그 기대도 가지고 말이죠.

박상은 기자 joyfulo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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