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세대가 어우러졌던 사랑방을 그려보다

  • 등록 2025.02.15 2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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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단상]

 

삼 세대가 어우러졌던 사랑방을 그려보다

(경로당 지원정책을 바라보며)

 

 

 

 

출처 : blog.naver/yp_nadri (양평농촌마을벽화)

 

항상 연말연초가 되면 지역 농협이나 각종 단체 등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각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이다. 예전에는 농한기가 지난 다음에 주로 사용되던 공간이 이제는 1년 내내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된 곳이다. 한 여름에는 에어컨이, 한 겨울에는 보일러가 작동되어 집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다. 삼시 세끼 해결은 기본. 물론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한정적이라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연말연초에 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단체들로 인해 부족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섬김을 통해 쉼없이 돌아가는 경로당 보일러 소리를 들으면 농부인 기자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올해 초에도 반가운 섬김의 소식들이 들렸다. 지역 농협 차원에서 각 마을에 있는 경로당들의 난방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고, 마을 청년회, 번영회 등에서도 식재료 등을 통해 어르신들을 섬긴다는 소식에 다들 잘 한다고 박수를 보낸다. 매달 동네 어르신들을 섬기는 장수식당은 덤이다. 하지만 이런 외적 지원들이 또 다른 차원으로 나가지 못하고 물질적 지원 차원에서 끝나는 모습에 이번에도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아마도 어릴적에 경험했던 경로당의 모습이 비교되어서 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경로당은 지금과는 너무 달랐다. 마을 회관의 한 공간을 엉성하게 개조한 장소였고, 난방이라고 해봐야 나무를 때는 것 밖에 없었다. 따뜻한 바닥과 달리 항상 차가운 외풍이 코끝을 자극시켰다. 늘 식재료가 풍성한 지금과는 달리 김치가 전부였다. 그래도 항상 이곳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재롱을 부리기도 하고, 변변치 않지만 함께 음식을 먹으며 식탁 예절도 자연스레 배우기도 했다. 그 뿐이랴. 연을 만드는 방법, 버들피리 만들고 부는 방법, 산 꼭대기에서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나무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 심지어 농사 짓는 법 등 모든 궁금한 것들을 묻고 배울 수 있는 배움터였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경로당을 보면 자꾸 예전의 온 세대가 내는 소리터의 모습들이 떠오르고,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아무리 세태가 바뀌었다고 해도, 마을에 아이들이 없다고 해도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보면 세대들의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지역 유치원, , 중학교 아이들이 준비한 음악회, 미술회 등을 통해 어르신들을 구체적으로 섬기는 공간으로,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 선생으로, 자신이 가진 좋은 옛 문화들을 전수해 주는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뿐인가? 새롭게 농부를 꿈꾸며 농촌으로 들어오는 40~50대들이 살아 있는 농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이들은 어르신들의 또 다른 자녀의 역할을 해 준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오늘도 쉼없이 돌아가는 경로당 보일러 소리에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온 마을 사람들의 소리가 그리워진다.

 

땅과 씨름하고 있는 Culture’ 상상 기자

01sangsang@hanmail.net

상상 기자 01sangs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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