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온도 차이
2024년 12월부터 제2의 인생으로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0대 후반을 살아오면서 동아리모임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강의를 연이어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첫 강의 시작하기 전날 시뮬레이션으로 앞에 학생들이 있다 생각하고, 3시간 계속 강의를 해보았는데 말이 꼬이고, 목도 마르고, 입안이 쩍쩍 붙기도 했습니다. 신생아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30~40분 정도 산모 교육 후, 몸에 에너지가 쑥 빠져 나가는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 당시 ‘난 이리 30~40분 교육하는 것도 힘든데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선생님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실전에 임해야 하는 강의 첫날, 아~ 글쎄 말입니다. 처음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체크하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의연한 척 이름을 부르고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면서 마치 떨지 않는 것 처럼 했습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끝말까지 정확히 발음을 하고자 노력하며 강의를 시작하는데, 몸에서 열도 나고, 땀도 나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처음 강의 한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4시간이 어찌 어찌 지나고 저는 해냈다는 것에 그저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지금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이제는 제법 의연하게 서서 하지만,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지만, 가르치는 것에 비하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람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니 새삼 그동안 배웠던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며 처음이라 마음에 열정이 생겨서인지 어떻게 하면 이해시킬까를 고민도 하고, 수준에 맞게 재해석해서 알려주는 지혜도 필요하더군요.
30명이 넘는 학생들의 나이 대는 다양합니다. 제2의 인생으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면 젊은 사람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빛이 초롱초롱 한 사람은 도리어 늦깍이 학생들입니다. 질문도 적극적이고요. 게다 열심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강의 준비를 합니다. 제가 가르칠 늦깍이 초롱이들을 위해서요~ 저 또한 제2의 인생으로 처음 강의에 도전하는 것이니, 나의 첫 강의 대상자가 된 학생들을 위해 열공하며 귀에 쏙 쏙 들어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도 연구하면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첫 강의 대상인 학생들의 모든 과정이 끝나는 날, 고백해야겠습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또는 다른 직업을 갖고자 첫발을 내딛기 위해 배우러 온 여러분들처럼, 나도 제2의 인생으로 가르치기를 시작하며 처음이 아닌 것처럼 노련하게 하느라 진땀 빼면서 강의했노라고...
서울시 노원구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