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5]
홀아비꽃대
Chloranthus japonicus

하루가 다르게 햇살이 따스해지는 듯합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 햇살이 산속에 도착할 무렵이면 산속에서 조용히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화려하거나 멋진 색상의 꽃이 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약간 비켜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는 식물입니다. 예전에는 이 품종의 꽃을 보면서 꽃의 모양이 ‘홀아비의 깎지 않은 수염처럼 보인다’고 하여 ‘홀아비꽃대’라고 부른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의 꽃대에 한 송이의 꽃이 피기 때문에 홀아비꽃대라 부른다’는 것으로 식물명의 유래도 변해가고 있는 듯하여 혼란스럽기는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홀아비라 하면 아내를 잃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수염도 덥수룩하게 자라고 목욕이나 집안 청소를 하지 않으니 사람 꼴이 말도 아닌데다가 모든 것이 곤궁하여 냄새까지 나서 홀아비 냄새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었지만, 요즘이야 세상이 변하여 홀아비라 하더라도 쓸고 닦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 소홀하지 않으니 예전의 홀아비와 요즘의 홀아비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커졌습니다. 그러니 하찮게 여기는 식물의 유래 정도야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래가 변하든 말든 봄이 산속을 찾아 들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 ‘홀아비꽃대’는 브러시와 비슷하게 생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따스한 봄날 조용하게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산속에 앉아 홀아비꽃대를 감상하며 어떤 유래를 사용할까? 고민하는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합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대표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1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