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3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사이에 극적으로 자기 성적을 끌어올린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왜?’라는 질문이다. “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 그 이유들을 모아보면 무언가 보편적 원리를 찾아 이를 거꾸로 적용해 마음을 공부에 두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다양했다. “친구랑 내기를 해서요”, “엄마가 핸드폰을 바꿔주신다 해서요.”, “친구에게 지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요.”, “그냥 하다보니까 재밌어서요.” 내가 찾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뭔가 거창하고 이 한마디면 모든 친구들을 공부 쪽으로 시간을 쓰게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정제된 ‘공부의 이유’는 따로 없었다. 모두가 아주 다양한, 개별적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터뷰 속에서 알게 된 학생들의 속마음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친구들의 그 과정 속에서의 비슷한 패턴 같은 것이 있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첫째.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바람이 아이를 변화시키고 움직일 수 있게까지 자극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3대에 걸친 우체부 가족이야기, 《우정만리》 효자고 학생 가족들과 함께 보다 일주일에 세 번 학생과 교사가 번갈아 시를 고른 뒤 필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손 글씨 시집을 모아 필사의 숲 전시회도 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시작했으나 완주한 학생은 드물어서 그 학생들만 모아 연극관람 기회를 줬다. 가족, 친구, 선생님과 보라고 2장씩 선물로 주며, 표가 여분이 있어 어떤 학생에게는 4장을 건네줬다. 《우정만리》(이대영 작/김대기 연출)는 삼대에 걸친 우체부 가족 이야기다. 소식을 전하는 심부름꾼일 뿐 소식의 길흉과는 무관한 우체부임에도 결국은 역사적 사건들과 연루되고 마는 내용이 담겼다. 효자고 학생들이 친구, 모녀, 자매, 사제 심지어 가족 전체를 동반해 관람하였다. 체신부에 근무하며 첨단 통신업무를 배우려 해도 나라를 빼앗긴 민족에게는 차별이 당연시되었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내놓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 속에 삼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체부가 그저 소식만 전하고 싶을 때는 전보를 읽어 달라 애원을 하고, 반드시 친구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을 때는 가운데서 편지만 놓고 가라고 가로막는다.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4 공부하는 척, 잘 듣는 척, 대답하는 척 하는 영혼이 멈춘 아이들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나 상담 시간에 하는 첫 질문은 늘 “너 뭐 좋아하니?”이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흥미도 적성도 그 아이의 성향도 있다. 모든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진 않는다. 또 모든 아이가 축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아이가 있고, 직관적 암기 능력이 좋은 아이가 있다. 눈썰미가 좋아 사람의 옷차림, 표정, 얼굴 등을 잘 기억하는 아이가 있고, 무덤덤한 성격으로 주위 환경 변화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주어진 일을 잘하는 아이가 있다. 20여 년이 넘게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학생의 흥미 안에 아이를 파악할 수 있는 많은 단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외향적 성격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운동, 게임을 좋아하고 자기 이야기하기를 즐겨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 의견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외향적 친구들은 사람들을 대하는 서비스업 등에 관련된 진로 주제를 잡아주고, 내성적이지만 크게 변화가 없고 꾸준한 친구들은 그에 어울리는 연구원 쪽의 진로를
아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법적소송에 이기다니... 지난 8월 29일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 승소라는 역사적 판결이 나왔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소송입니다. 이 소송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송에 함께 참여했던 초등학생 기후활동가 김한나(초2), 한제아(초6) 어린이는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개회를 앞둔 지난 11월 24일 전 세계의 각국 대표단에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협약 안건을 주문했습니다. 이 두 어린이는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이 부럽고 또 답답하다며 “여러분에게는 저와 같은 어린이가 할 수 없는 엄청난 결정권이 있다. 문제를 알고 있는데도, 힘이 있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기까지 했습니다. 공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들 아이들도 이렇게 소신발언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6]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3년 전 집안 형편이 어려워 기회 균형 전형으로 서울대학교에 지원했던 학생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필자에게 자기소개서 구성 상담을 받으러 왔었는데, 상담 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감명 깊게 6번이나 읽었다며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꼭 넣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의 제목은 《롤리타》, 나이 어린 여성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그 롤리타 맞다. 요즘 시대적 관점으로 당장 미성년자보호법이 떠오르며 금기시 되는 소재라 학생의 학교 선생님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다 만류하셨단다. 나 역시 이 책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조혼의 풍습 및 문화적 다양성, 문학적 상상력 등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글을 풀어가면 좋겠다고 조언해 책을 서류에 기록하게 도왔다. 참고로 춘향전의 춘향이와 이도령은 16세 동갑이었고 4·19혁명, 촛불혁명은 중·고등학생, 우리의 10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소설《롤리타》는 출판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당당히 세계문학전집에 실려 있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자기소개서에 사회적으로 예민한 인물들을 언급하게 될 때 “이런 내용을 입시 서류에 써도
[그래놀자 프로젝트 경험기] 올바른 가치의 경험을 ‘그래놀자’로 선물하세요! 권: “공정무역 처음 들어봤어요.” 원: “저는 학교에서 배웠어요.” 권: “고소하고 달달하고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원: “음~ 와!! 맛있어요.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래놀자’식 경험 키트를 통해 그래놀라를 실제로 함께 만들어 본 초등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가을이 짙게 물든 토요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그래! 놀자! 아이들은 직접 만들어본 달콤하고 고소한 먹거리, 새롭게 알게 된 공정무역의 가치, 그동안 먹어보았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에 즐거워했다. 그렇게 만든 그래놀라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 전 혹시나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으로 혼자 만들어 보았던 그래놀라 보다 정말 훨씬 맛이 좋았다. 그래놀라를 만들기 전 오트밀을 입에 넣더니 “진짜 종이 찢은 맛이 나요!” 정읍에서 만들어진 볶은 곡식들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는 아이들. 아몬드랑 캐슈넛, 건체리가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먹거리인 것을 알고 난 후, 그래놀라는 만드는 중 함께 해 본 워크북에 붙임딱지 붙이기도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맛있게 만들고 키트에 담긴 봉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안산 ‘푸른솔 희망학교 로고 설명 : 사계절 푸른 나무를 받치고 있는 손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가르침을 나무를 둘러싼 다채로운 잎들은 다양한 환경에 놓여진 학생들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 ‘푸른솔 희망학교’ ‘푸른솔 희망학교’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교 규칙이나 수업 등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자퇴를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위탁 대안 고등학교입니다. 이곳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다시 본교로 복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학기는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소통하며 문제 해결, 아이들, 선생님도 한 뼘씩 성장 ‘꿈을 키우며 함께 성장하자’가 우리의 비전이에요.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존감도 낮고 자신감도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과제죠. 아이들을 대할 때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과 인정을 쏟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존감을 회복시켜 자신감을 갖게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문제를
[일본 교토국제고 야구부 집중 탐방기] 꼭! 일본고교 야구 정상에 서리라! 지난 6월호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교토 국제고’에 대해 소개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호에는 전국고시엔 대회 4강, 교토전체지역에서 1등을 한 교토 국제고 야구부에 대해 교장선생님, 감독님, 야구부 주장을 집중 인터뷰 해보았습니다. 전국 여름 고시엔 대회 4강, 교토전체 지역에서 1등을 했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각각 야구부원들의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먼저 감독님은 현재 성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뭐라 생각하나요? 선수 모두가 ‘일본 정상에 서겠다’라는 정신력이 지금의 성적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최초로 출전했던 봄 고시엔 대회 2차전에서 진 경험이 아이들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첫 출전에 있어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 패배하자 학생들 한명 한명이 이번 여름 고시엔에서는 꼭 승리하리라는 다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말로만이 아닌 실제 결과로 나왔습니다. 훈련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해온 반복훈련, 전략과 전술로 진행했고,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정신무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야구부원을 대표해 이러한 승리에 대해 야구부 주장은 어떤가요? 첫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5] 그 많던 천재들은 다 어디에 간 걸까?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백석과 김유정의 공통점은? 얼핏 생각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 두 편과 우리말 어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향토 작가들의 이름이라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쓸 때의 나이가 21세, 황동규 작가의 ‘즐거운 편지’는 고3때 짝사랑하던 옆집 누나를 떠올리며 쓴 시이다. 작가 김유정과 시인 윤동주는 모두 채 서른을 못 채우고 떠났지만, 그들의 이름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20세기 초를 수놓았던 이런 20대의 천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25년 첫 인구조사가 시행될 때 남한의 인구는 1,300만 명. 100여 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인구와 더 풍족하고 더 시스템화 된 우리 교육은 왜 더 이상 이런 천재들을 만들어 내지 못할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점수로 줄을 세우고 좋은 대학 입학이 곧 안정적인 직장과 취업으로 이어지던, 입시에 매몰된 지난날의 교육 환경에서 찾는다. 상담
돌아온 학교 미세먼지가 낀 뿌연 하늘을 보며 등교를 했다. 점심시간부터 갑자기 하늘색으로 빛나더니 맑아졌다.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가 처음으로 축구를 해 봤다. 축구를 해보고는 싶었지만 ‘아마 평생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공을 차보며 골대에 넣는 연습도 했다. 공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공을 차는 연습을 하는 건지, 공 줍는 연습을 하는 건지, 줍는 거 반, 차는 거 반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중학교 때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피구부에서 대회에 나가려고 방과 후에 매번 연습했지만, 이제는 땀날 정도로 몸을 쓰는 활동이 없어졌다. 피구, 배드민턴, 농구, 발야구와 같은 활동적인 운동들이 그리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축구는 맘처럼 안 되었지만, 공이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이다같이 내 맘도 뻥 뚫렸다. 체육을 끝으로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서 보강하는 물리 수업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첫 수업이다!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방과 후 수업에는 뭔가 일반 수업 때와 다른 분위기와 공기가 감돈다. 같이 듣는 친구들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