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9]
흰어리연
학명 Nymphoides indica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뜨겁고 무더워지면 무작정 물가를 찾아가게 됩니다. 시원한 산속 계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는 모두 먼 곳에 있는 것 같아 주변의 제법 큰 저수지를 찾아 나서 봅니다. 수련과 연꽃의 커다란 잎들이 보입니다. 물속의 수생식물만 바라봐도 더위를 조금은 잊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위를 피해 저수지를 찾다가 뜻하지 않게 흰어리연을 만나면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노란 꽃이 피는 노랑어리연은 비교적 흔하게 자생하는 모습을 만나거나 볼 수 있지만 흰어리연은 생각보다 흔하게 만날 수는 없는 품종입니다. 운이 좋아 흰어리연이 자라는 저수지를 만난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른 식물의 세력에 밀려 사라져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흰어리연의 꽃말은 ‘청순’ 혹은 ‘순결’이라고 합니다. 꽃말 때문인지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번식을 하면 이상스럽게도 사라져 버려서 애를 태우게 됩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도 더위를 피해 흰어리연이 사라져 버린 저수지를 찾아 갔지만 흰어리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생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다른 장소에서 흰어리연을 만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흰어리연의 꽃말이 ‘물의 요정’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학명인 님포이데스(Nymphoides)가 요정이란 단어인 님프(Nymph)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무더운 날 흰어리연이 자라는 저수지를 찾아 나서 보세요. 청순한 꽃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주의할 것은 흰어리연은 이른 아침에 꽃이 피기 시작해 점심 무렵이면 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내일 아침이면 다른 꽃이 청순한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순결한 흰색이 더위를 잊을 정도로 아름답게 말입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5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