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아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법적소송에 이기다니...

지난 8월 29일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 승소라는 역사적 판결이 나왔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소송입니다. 이 소송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송에 함께 참여했던 초등학생 기후활동가 김한나(초2), 한제아(초6) 어린이는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개회를 앞둔 지난 11월 24일 전 세계의 각국 대표단에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협약 안건을 주문했습니다. 이 두 어린이는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이 부럽고 또 답답하다며 “여러분에게는 저와 같은 어린이가 할 수 없는 엄청난 결정권이 있다. 문제를 알고 있는데도, 힘이 있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기까지 했습니다.

 

공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들

아이들도 이렇게 소신발언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데, 그것을 우리 어른들이 막고 있는건 아닐까요? 스마트폰과 AI의 존재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20~30년 전의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사실 교육을 어떻게 해야 아이들 스스로 더욱 생각의 가지를 뻗쳐내고 자유로운 발상과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만들지 방향을 몰라 기존 교육을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이제는 아무도 종이로 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찾아보지 않듯이 우리의 단순한 지식과 정보는 AI 앞에서 무용지물입니다. 전세계의 모든 지식을 이미 다 알고있는 AI컴퓨터와 앞으로 지식면에서 경쟁을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죠. 이제는 정답맞추기가 아닌, 작은 고민이라도 스스로 하며 그에 따른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을 스스럼없이 낼 줄 아는 목소리를 가진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마약? 간판 바꿔주세요!

실제로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마약OO’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었던 식음료 매장의 이름을 풍남초등학교 학생이 제안해서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손편지를 써서 직접 상인들에게 찾아가 편지를 전달하고, 이틀 뒤에 가보니 정말로 간판문구가 ‘마약’에서 ‘원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제안이 담긴 손편지를 받은 상점 주인 A씨는 편지를 받고도 변화가 없다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것 같아 아이들에게 ‘우리가 바꿔봤다’는 생각을 주고 싶었다며 직접 실행에 옮기신 것이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지금의 우리와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집니다. 이제는 다 무너져버린 공교육과 교사의 권위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가 다같이 사회문제와 국제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힘이 있는 어른이 먼저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 삶을 아이들이 배워가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더 Culture 이강

river7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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