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뇌없령을 선포한다!
비상! 외장형 뇌 작동불능!
지난 12월 어느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후 업무를 하려고 chat gpt를 실행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먹통이 된거죠. 프로그램 개발의 단순업무나 새로운 기술을 기존 시스템에 접목하기 위해 chat gpt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던 우리 개발팀은 “헐! 외장형 뇌가 작동을 안하다니... 큰일났다! 비상뇌없령을 선포한다!” 하며 다들 멘붕에 빠졌습니다.
* 비상뇌없령 - 뇌가 없는 비상상태임을 명령함
기기 없는 인간은 바보?
우리 손에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진다면?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도, 어딘가로 길을 찾아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집과 가족들 전화번호는 외우고 있었고, 자주 찾아가는 길은 지도 없이도 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생활은 편해지지만 우리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닐까요? 쇼츠, 릴스 등의 원인모를 알고리즘에 나를 맡겨버린 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나중에 깨닫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는 지금, 이제는 기기는 잠들고 우리 뇌는 깨워야 할 때입니다.
잠드는 기계 – 디지털 쉼표!
IT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빌게이츠가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스마트기기를 일찍 주지 않는 것은 이미 유명합니다.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이해하는 기억 효과가 스마트폰 화면 속 읽기 효과보다 40% 이상 높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성균관대학교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 등 전세계 대학의 연구 결과에 계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24년 8월 시범적으로 200개 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쉼표’ 조치를 했던 프랑스는 2025년 1월 전국 초.중학교에 이를 전면 시행한다고 합니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도 과도한 디지털 사용의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깨우는 뇌① - Z세대의 종이책읽기
2024년 초부터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된 트렌드로 ‘텍스트힙’이 있습니다. 텍스트힙이란, 글자(text)와 멋지다(hip)를 결합한 말로, 독서가 멋진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Z세대가 전통적인 독서문화를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면서 지하철, 해변 등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독서후기를 영상과 사진으로 SNS에 올리는 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 서울에는 술과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바(Bar)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독서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깨우는 뇌② - 니 생각은 뭐니?
종이책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일은 스마트기기의 영상보다는 확실히 우리 뇌를 깨우는건 맞지만 그저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난다면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단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AI앞에서 우리는 또 다시 무능해지고 말 것입니다. 읽은 내용을 말로 발표하고 토론하며, 글로 정리해보는 단계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80~90년대에 주입식 교육으로 초.중등교육을 받아온 제가, ‘왜?’를 생활화 해온 외국에서 교육받은 직장 동료들의 생각의 틀을 따라가지 못하는걸 느낄 때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스마트기기에 빠져들기 전부터 어린이신문 등을 같이 읽으며 자유롭게 친구들과 어른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Culture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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