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나라 한국! 이제 그만!
얼마 전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2층 커피숍에서 밖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밖을 통해 무심히 도로 위의 지나가는 차를 보고 있었는데 점차 차들의 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완전 무채색 행렬이었지요. 혹시 다른 색깔이 있을까 싶어도 흰색, 회색, 검정색, 쥐색 등 완전 무채색이었습니다. ‘와~ 정말, 우리나라 차 색깔이 이렇다는 말은 들었지만, 참으로 이 정도인가?’싶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이 차를 이리 무채색만 사는 이유에 대해 더 정확히 알아봐야겠다는 것과 전 국민 차의 무채색화는 참으로 심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한국인, 획일적인 무채색차 사랑! 그 이유?
첫째는 심리적 요인으로 무채색차를 타면 일단 남의 눈에 띄지가 않고, 심지어 교통 규범을 지키지 않아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중 속에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무난함에 안정감을 느끼고, 색깔이 확 띠는 차로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틔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반면 가진 것을 과시하고 싶으니 대신 큰 차를 산다고 합니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무채색도 검정과 흰색, 은색, 회색의 심리가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검정색 차는 과시를 하려는 욕구 때문에 택하는 반면 흰색, 은색, 회색은 자신을 감추려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유채색은 각자의 개성인데 아직 개성을 드러내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거죠.
둘째는 실용성과 효율성입니다. 무채색은 더러움이 덜 눈에 띄고, 장기간 사용해도 지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다 무채색 차량은 보통 더 저렴하며,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를 더 잘 유지합니다. 현재 국민의 73%가 무채색을 타고 있습니다. 2011년 90%, 2019년 80%에 비해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무채색 차의 인기는 높습니다. 그렇다면 중고차 시장도 그만큼 무채색비율이 많고 찾는 수요자도 많겠죠. 사실 주위에서도 이런 실용성과 효율성면에서 무채색 차량을 많이 권합니다. 팔 때를 생각해서 무채색 차를 사라고 말입니다.

셋째는 빠르고 신속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유인즉슨, 차를 만드는 공장에서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채색차를 도장하기 위해 도장 라인에서 페인트를 다 바꾸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유채색 도장 라인은 몇 달 만에 바꾸게 되니, 바꾸는 시기와 차를 사고자 하는 사람과 시기가 맞아 떨어지거나 재고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색깔이 나올 때 까지 무한히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선택할 수 있는 무채색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한국, 무채색 차를 유채색 차로 바꿀 수 없을까?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 될 때입니다. 획일적인 무채색 차량만이 다니는 한국이 아니라, 다양한 컬러의 색을 가진 차들이 돌아다니는 한국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요?
첫째는 소비자의 인식변화입니다. 우리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남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보는 것에서 속히 벗어나자는 전 국민적인 의식을 가지고 서로서로 개성을 존중해서 유채색을 용인하는 문화가 뿌리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내차가 눈에 띈다 해도 별 상관을 하지 않게 될 것 입니다.
둘째는 과도한 경제적 효용가치 추구를 자제하자입니다. 차를 살 때부터 나의 개성과 전혀 상관없이 무채색으로 집중해 중고로 팔 때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차는 개성 있게 내가 탈 때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자동차 회사의 컬러의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더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유채색 차량의 디자인과 기능을 강조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습니다.
넷째로 경제적 인센티브입니다. 유채색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유채색 차량 구매 시 세금 감면이나 기타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점차 한국 차의 색상 트렌드의 변화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변화는 시간이 걸리며, 여러 사회적 환경과도 연결되어야 합니다. 어느 대학의 모교수가 전철을 타면 사람들의 신발을 보는 버릇이 있는데 전에는 어떤 브랜드가 유행하면 그 브랜드 신발을 거의 신는데 요즘에는 하나같이 똑같은 신발이 없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즉 다양성이 있어서 좋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제 한국도 외국인이 도착해 획일적인 무채색 자동차 컬러에 놀라는 곳이 아닌, 각자 개성의 표현인 다양한 차 색깔을 볼 수 있는 곳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윤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