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행동은 구조의 신호’

문제행동은 구조의 신호

 

‘문제행동은 구조의 신호’라는 《공부 상처》(저자 김현수) 선생님 말씀을 현장에서는 종종 잊는다. 마음이 가지 않고, 문제행동 때문에 상처받는 탓에 방어하기 바쁘니 여유가 없어서다. 그날은 모처럼 선생님 말씀을 되새겨보자고 다짐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외톨이로 떨어져 있어 이미 공지된 수행평가 날짜를 본인만 모르는 여학생이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 원서를 책상 위에 펴놓고는 졸기 일쑤인 아이였다. 선생님들과 계속 다투고 끝내는 언짢게 돌아가서 교무실에서는 위험 학생으로 점찍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는 4교시 수업 전 찾아와 보건실에 가서 누워있겠다고 확인을 받으러 왔다. 알겠다고 하고 수업을 들어가면서 후문을 보니 닌자처럼 담을 넘는다. 5교시는 부담임 임장지도(현장수업)라 수업에 들어가니 허겁지겁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서 휴우 부채질을 한다. 마치 안 들키고 무사히 들어온 것에 자축하듯이.

 

복도로 불러 담 넘은 이유를 묻고 그동안 관찰했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런저런 당부를 했다.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부터 생리통이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그저 변명을 일관하는 말뿐이었다. 초반에는 노력하다가도 조금만 시들하면 포기해버리는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유일하게 귀에 들어왔다. 이제 몇 달 뒷면 대학생이 될 텐데, 그 때는 아무도 구속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더 초지일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아무튼, 장국영》(저자 오유정)에서 나온 말을 인용해줬다.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사랑할 것,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울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것!’

 

“선생님께서 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이...감동이에요.”

 

 

교과세특(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의 줄임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아이들과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아이와 복도에서 얘기 나눈 일은 어떤 면에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근무했던 선배 교사의 자녀들이 취업하고 결혼하는 시즌이다. 그때 태권도 학원을 다니던 아이가 어엿한 변리사가 되어 변리사 아내를 얻는다고 한다. 그때 축구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던 아이가 SK하이닉스 연구개발팀 박사로 근무하고, 농협에 다니는 아내와 결혼한다고도 한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고 했던 성경구절처럼 이 사회의 멋진 구성원이 되었다.

 

‘문제행동은 구조의 신호’라는 말씀을 적용한 것은 이 아이도 얼마든지 이렇게 멋진 미래를 펼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소속된 커뮤니티에서 신뢰받는 구성원이 되는 것! 그 실마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 상담이었다.

 

의정부 효자고 국어교사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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