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Horse Power)을 재는 다른 방법

마력(Horse Power)을 재는 다른 방법

 

사람의 마력은 어디에서 생길까?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궁금해 했었다. 다만 삶을 돌아보며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다. 나를 지금까지 앞으로 움직이게 한 힘은 성취보다 한계에 가까이 가본 기억이었다는 것이다.

 

마력은 원래 차량이나 기계장치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다. 숫자로 환산되고 서로 비교되며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이 차는 몇 마력이다”라는 말을 쓰지만 정작 삶에서의 마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올해 나는 이 ‘마력’이라는 단위를 다르게 사용해 보고 싶다. 기계의 성능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잠재력과 의지 그리고 삶을 통과해 온 힘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난관에 부딪힌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혹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한 시기. 그런 순간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 내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일지도 모른다. 그 확신은 보통 한 번도 끝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스스로의 한계에 거의 도달할 때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매번 앞서는 순간들. 그 허들을 넘긴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결과와 무관하게 한 사람 안에 남는다. 나는 그 경험이 바로 각자의 마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명확한 좌절을 경험했다. 노력하면 당연히 보상받을 것이라 믿던 시기가 끝났고 결과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그 이후의 재수 시절은 의욕이 넘쳐서라기보다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감각 속에서 버텨낸 시간에 가까웠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가까웠지만 이상하게도 포기만은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멈추면 더 이상 나 자신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매일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그렇게 버텨낸 하루들이 쌓이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생각보다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나를 밀어붙이고 극한까지 가본 경험이 처음으로 생겼고 그것은 어떤 성취보다 오래 남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처음으로 나만의 마력이 만들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대학 4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비슷한 절박함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사력을 다해 준비하던 시기였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황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재수 시절과는 분명히 달랐다. 이번에는 ‘한번 끝까지 버텨본 사람’이라는 기억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의심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이미 한계 근처까지 자신을 밀어붙여본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이번에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간절함은 같았지만 태도는 달랐다. 나를 믿는 방식이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마력이 나이가 든다고 자동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전을 피하고 안전한 선택만 반복할수록 마력은 점점 약해진다. 반대로 실패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스스로를 다시 시험대에 올릴 때 마력은 조금씩 갱신된다. 기계가 사용될수록 성능을 점검받듯 인간의 마력 역시 사용될 때만 유지되고 확장된다. 그래서 나는 올해를 ‘나의 마력을 다시 재는 해’로 삼아보고 싶다. 더 빠르게 가는 것보다 더 멀리 가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어디까지 나를 써볼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한 해를 통과한 뒤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각자의 삶에는 서로 다른 조건과 속도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쌓아온 마력은 다음 선택의 태도를 바꾼다는 점이다. 한 번이라도 끝까지 가본 사람은 다음의 불확실함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신년을 맞아 많은 목표를 세우지만 나는 하나의 질문만을 마음에 남겨두고 싶다.

올해의 나는 작년보다 조금 더 높은 마력을 갖게 될까.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올해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일 것이다.

 

 

 

 

 

 

 

 

 

 

손미정(예술의전당 예술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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