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3년차, 구력 40년을 이기다니!!
요즘 마라톤 인구가 10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급성장 했습니다. 눈에 띄게 젊은 사람들의 마라톤 동호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전에는 대략 40~60세 정도의 남자들이 마라톤 훈련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말이죠. 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좋긴 합니다. 특히 최근 슬로우 러닝으로 사람들이 달리기 하는데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훈련 관련된 영상들도 많으니 내가 달리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죠.
저는 2013년 유방암 환우들을 위한 핑크리본마라톤 10km를 시작으로 달리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19일(토) 제1회 서윤복 마라톤에 참가를 했지요. 사실 마라톤 구력 13년 째 이지만 거의 뒤꽁무니에서 헥헥 거리며 완주를 했던 터라, 전문 러닝 크루들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2017년 춘천 마라톤 42.195km에 도전했고, 하프 달리기는 이번까지 5차례 정도 인 듯합니다. 10km는 그닥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가 있지요. 훈련할 때 평지를 달리기보다 언덕 달리기 연습을 해서 평지는 훨씬 쉽게 달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윤복 마라톤을 참가할 때, 달리기 훈련도 전보다 많이 하지 못했고, 인생 2막으로 학원 강의를 시작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그래서 기록에 상관없이 완주를 목표로 참가하자 마음을 먹었더랬죠. 2024년 11월 10일(일) 제1회 홍천 마라톤에서 하프 달리기를 신청해 2시간 49분 18초였는데, 기록이 이 근처에도 못갈 것 같았거든요. 여하튼 마라톤 영상을 참고삼아 한 번 본 후, 걷지 않고 달리되, 달리는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달려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이번 마라톤은 제가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9월 간호조무사 국가고시 전원합격이라는 소망을 담아 달리자며 의미를 두었습니다. 달리면서 ‘1217 전원합격!’, ‘1217 전원합격!’ 저 혼자 구호 외치듯 힘을 내어 달렸죠. 아 그런데 말입니다. 이리 의미를 두니 절대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겠다! 끝까지 완주 해야지! 하는 의지가 발휘되더군요. 사실 달리기 전에 학생들에게 이야기할까 하다 완주를 못하면 말을 안하느니만 못하니 꾹 참았더랬죠.
마라톤 출발 시작과 동시에 달려 나가면서 11km정도 뛰었다고 계산하며 이쯤 되면 반환점이 나올 것 같았는데.... 뛰어도 뛰어도 반환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지쳐 갈 무렵... 14km 정도 지점에서 반환점을 해놓은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 지점에서 해놓으면 어떡하냐고...’ 엄청 투덜거렸죠. 달리면서 너무 지루 했거든요. 왜 이리 지루하고 지치나 생각해보니 반환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더군요. 이게 넘어가다보니 더 지쳤던 것 같았어요.
이리 힘들게 장거리를 달릴 때는 꼭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동료를 만나죠. 이번에는 40년 마라톤 구력을 지닌 80세가 넘으신 분이 저와 동료가 되었죠. 이분은 최근 어깨 수술을 해서 참가를 안 하려다가 좀 나아지는 듯해서 참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들으며 저도 무척 놀랬답니다. ‘그럼 그렇지 어깨 수술하면 보통 쉬기 마련인데 좀 나아졌다고 달릴 정도면 보통 분은 아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쓰러지듯 넘 힘들게 뛰는 겁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요. 그러면서 저에게 “쉬지 않고 달리네요.” 이러더군요. 늦게 달리더라도 걷지는 말자 했던 의지를 발휘해서 그런지 이분 눈에도 그리 비친 듯합니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고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한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했는데, 저보다 늦게 뛰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제가 힘을 북돋아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매번 꼴찌 선상에 있던 제가 말이죠. “힘내세요! 화이팅!” 사실 이런 응원 소리를 달릴 때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해주니 제 자신이 넘 기특해지더라고요.
계속 달리며 고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40년 구력을 가진 분이 저를 앞서 뛰었는데 제가 마지막 있는 힘을 발휘하며 이분을 크게 앞지르며 “우리 끝까지 힘내요!”하는 말과 함께 파이널 선을 먼저 밟았습니다. 장한 마음으로 매달을 받으러 본부석을 향해 가는데 마치 저를 축하해주듯 비와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두둥~ 드디어 제 기록을 보니 와~ 아니 이럴 수가! 작년 기록을 3분 15초 단축한 2시간 46분 33초이지 않겠습니까? 같이 참가한 동료들도 축하해주었습니다. 사실 작년 가을에는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은 상태로 달렸는데, 이번에는 한강변의 화장실을 두 번이나 갔다 왔으니 실제로는 8분 정도 단축할 수가 있었던 것이죠!! 저도 놀랐습니다.
월욜 학원에 도착, 학생들에게 매달과 번호표를 보여주며 ‘1217 전원합격’이라는 제 마음을 하프 마라톤 완주로 전한다고 하니 학생들이 감동을 하더군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을 텐데 격려를 해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마라톤 동기 유발이 되어 더 고맙다”고 했답니다.
서울시 고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