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돈
배드민턴용품 전문매장에서 폐업을 한다기에 허위단심 찾아갔다. 치마 한 장에 오천 원, 츄리닝 상의가 만 원이었다. 평소라면 한 벌 가격으로 열 벌을 사도 남을 만큼 헐값임에도 척척 사지를 못하고 망설인다.
카카오페이로 몇 십만 원이 우습게 오가는 때 오천 원, 만 원이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숫자로 왔다 갔다 하는 돈은 가볍기 한 량 없고 물건으로 왔다 갔다 하는 돈은 무겁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구나.
skt 해킹사고로 나라가 들썩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으로 대출도 해간다니 더 두렵다. AI로 돌리는 전기가 무량수라고, 제발 챗gpt한테 고맙다는 말 좀 하지 말란다. 또한 나쁜 마음만 먹으면 이번 사태처럼 통신 금융시스템을 다 멈춰놓기도 한다.

나 하나 이 작은 공간에 발 딛고 사는 일은 최소한의 쌀, 물, 책으로 견딜듯한데 여러 사람이 모여 금융으로 꽁꽁 묶인 이 자본주의는 쓰나미보다 엄청난 괴력으로 덮쳐버리니 자다가도 무서워 잠을 못 이룰 일이다.
고맙다는 말을 사람한테 하면 전기가 소비되기는커녕 미소만 가득할 텐데...
이게 다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정부 효자고등학교 박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