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미군정의 시작인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연속인가? 멸망과 건국으로 본 한국사의 흐름

광복절,, 미군정의 시작인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연속인가?

멸망건국으로 본 한국사의 흐름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광복을 맞이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1945년 이후 어떤 나라가 되었을까. 나라를 되찾았으니 당연히 나라 이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시기를 미군정시기라고 부른다.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부르고 싶다.

 

한국의 역사는 첫 국가 고조선부터 지금의 대한민국까지 꾸준히 이어왔다. 5천년의 긴 역사를 멸망과 건국으로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본다.

 

고조선의 건국(기원전 2333)

고조선의 멸망(기원전 108)과 고구려의 건국(기원전 107)

고구려의 멸망(668)과 발해의 건국(684)

발해의 멸망(925)과 고려의 건국(918)

고려의 멸망(1392)과 조선의 건국(1392)

조선의 멸망(1897)과 대한제국의 건국(1897)

대한제국의 멸망(1919)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국(1919~1945~1948)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멸망연대와 건국연대가 다른 것이 몇 개 있다. 먼저 하나의 질문을 하고자 한다. 고대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나라를 세운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의 건국 기원전 57년, 고구려의 건국 기원전 37년, 백제의 건국 기원전 18년이다. 모든 한국사연표가 이 건국연대를 따르고 있다. 신라가 가장 먼저 나라를 세운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배우는 역사책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순서로 삼국시대를 배운다. 《삼국사기》는 신라가 맨 먼저 세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역사는 고구려가 가장 먼저 나라를 세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라의 건국연대 기원전 57년과 고구려의 건국연대 기원전 37년 가운데 하나는 틀린 것이 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의 건국연대는 기록 속의 건국연대로 항상 실제 연대와 맞는 것은 아니다.

 

고구려의 건국연대 기원전 107년은 고려시대 이승휴가 쓴 《제왕운기》에 나오는 연대이다. 한편 《삼국사기》에는 고구려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37년이라고 하였지만, 같은 책 삼국사기에서 문무왕은 고구려가 800년 역사를 가졌다고 말한다. 즉 고구려가 기원전 2세기에 세워졌다고 본 것이다. 《제왕운기》의 기원전 107년은 문무왕이 말했던 고구려 800년 역사와 서로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고조선이 기원전 108년에 망했지만 바로 고조선을 이어서 기원전 107년 고구려가 건국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멸망은 일반적으로 668년이다. 그러나 당시 고구려 사람들은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나라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고구려 왕족 안승은 670년에 한성에 고구려를 세웠고 다시 전라북도 익산에 신라의 도움을 받아 674년에 익산에 고구려[보덕국]를 세웠다. 일종의 임시정부 성격이다. 이 보덕국이 684년에 망했다. 발해의 건국 연대도 일반적으로 698년으로 알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제왕운기》는 684년이라고 하였다. 고구려가 668년에 망했지만 한성의 고구려와 익산의 보덕국을 거쳐 이를 계승한 발해가 684년 건국한 것으로 파악해 보았다.

 

발해는 926년 거란에 의해 멸망했지만 《고려사》에는 925년 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발해 세자 대광현이 수만호를 이끌고 고려로 귀부한 925년을 멸망한 해로 본 것이다. 918년 건국한 고려는 925년 발해, 935년 신라, 936년 후백제를 통합하여 진정한 통일을 이루었다.

 

조선과 대한제국은 일반적으로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조선의 멸망과 대한제국의 건국으로 파악했다. 조선의 멸망은 제후국의 멸망을 의미하고 대한제국의 건국은 황제국의 건국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제후국으로 있다가 황제국으로 바뀐 것은 단순히 국호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첫 황제국의 등장인 것이다.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나는 대한제국의 멸망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국으로 파악했다. 1910년 대한제국이 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1919년 대한독립만세의 ‘대한’은 ‘대한제국’을 말한다. 3.1혁명으로 나라를 되찾았다면 입헌공화제의 대한제국이었을 것이다. 3.1혁명은 독립의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공화제인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되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았다. 그런데 1945년 광복이 되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제 때도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란 이름이 나라를 되찾은 해방 이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래서 1945년부터 1948년까지 미군정기로 부르고 있다.

 

나라는 누가 인정한다고 해서 있고 누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일제 때 그 누구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를 되찾겠다라는 의지를 가지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건국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할 때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하였다. 이 30년은 1919년부터 1948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올해 2025년 8월 15일 광복절은 80주년이다. 1945년 광복절은 미군을 포함한 연합국의 도움도 있었지만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 온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의 결실이기도 하다. 1945년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마감이 아니라 완전한 대한민국수립을 위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전환점이었다.

 

조경철 역사학자

《거꾸로 읽는 한국사》 저자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한국사상사학회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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