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무더위를 달래는 향기 – 네롤리 이야기

막바지 무더위를 달래는 향기 – 네롤리 이야기

 

여름의 끝자락, 지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향이 있습니다. 바로 네롤리(Neroli) 에센셜오일이죠. 네롤리는 오렌지나무의 순백의 꽃에서 증류해 얻는 귀한 아로마 오일입니다.

하나의 오렌지나무에서 얻어지는 에센셜오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잎과 가지에서 추출하는 패티그레인(Petitgrain),

껍질에서 얻는 상큼한 오렌지 스윗(Orange Sweet),

그리고 꽃에서 피어나는 우아한 향의 네롤리(Neroli).

 

각각의 오일은 서로 다른 향과 효능을 지니며, 특히 네롤리는 고급스러운 플로럴 시트러스 향으로 ‘귀족의 향기’라 불린답니다.

 

왕비가 사랑한 향, 네롤리

네롤리라는 이름은 17세기 네롤리 공화국의 왕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왕비는 오렌지꽃 향을 사랑해 장갑, 목욕물, 의복 곳곳에 이 향을 스며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 부드럽고 매혹적인 향은 왕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그녀가 이 향을 꾸준히 즐겨 회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심지어 그녀가 70세에 이르렀을 때, 50대의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신화 같은 일화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네롤리의 향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피부를 깨우는 향

네롤리 향을 맡으면 먼저 가벼운 꽃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곧이어 달콤함과 상큼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이 한결 맑아집니다. 아로마테라피에서 네롤리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피부를 탄력 있고 매끄럽게 가꾸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신경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천연 항우울 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된 여름의 끝, 네롤리 향은 마치 한 송이 꽃이 마음속에 피어나는듯한 잔잔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네롤리의 매력은 그 고급스러운 향과 효능뿐 아니라 향이 머무는 시간에도 있습니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다른 시트러스 향과 달리, 네롤리는 은근히 오래 지속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드럽고 깊어집니다. 그래서 향수의 탑 노트와 미들~베이스노트에 자주 쓰이며,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향의 완벽한 삼중주

기회가 된다면 네롤리, 패티그레인, 오렌지 스윗 세 가지를 함께 블렌딩해 보는것도 좋습니다.

이 조합은 향의 구조가 아름답게 완성되는 예입니다.

 

오렌지 스윗: 경쾌하고 상큼한 탑 노트

패티그레인: 부드럽고 그린한 탑~미들 노트

네롤리: 깊고 우아한 미들~베이스 노트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지면 처음엔 밝고 경쾌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럽고 은근한 향이 남아 감각을 오래 사로잡죠.

 

여름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향

막바지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마음은 조금씩 지쳐갑니다. 이럴 때 네롤리 한 방울을 손수건이나 디퓨저에 떨어뜨려 보고, 눈을 감고 향을 깊게 들이마시면 뜨거운 공기 속에서도 바람이 불어오는 듯, 마음이 차분히 식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롤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합니다. 과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되죠. 마치 긴 세월을 함께한 벗처럼, 여름의 끝자락에서 부드럽게 다가와 우리의 하루를 조금 더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올여름이 떠나기 전,

당신의 하루에 네롤리의 향을 담아 보세요.

그 순간, 무더위마저 달콤하고 고요한 추억으로 변할 것입니다.

 

 

아로마515

아로마테라피스트 김봉실

@aroma515.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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