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300만 시대’ 상호 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할 때

‘이민 300만 시대’ 상호 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할 때

 

한국 사회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신화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이민 300만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혼이민자 중심의 ‘다문화가족’ 정책을 넘어, 이제는 ‘국가 성장 전략으로서의 이민 정책과 전면적인 사회통합 패러다임’을 논해야 할 때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산재해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현재의 이슈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본다.

 

 

1. 시급한 현안: '단기 체류자'를 위한 사회통합 정책의 부재

현재 한국의 다문화 및 사회통합 정책은 주로 결혼이민자와 국적 취득 희망자 등 ‘정주형 이주민’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 체류 기한이 정해져 있는 ‘단기 체류자’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을 포함한 사회통합 프로그램(KIIP) 접근성이 제한적이거나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아예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단기적인 인력 수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이주노동자나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에서 소외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고립되기 쉬운데, 이는 내국인과의 문화적·경제적 충돌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 따른 주거 및 치안 관련 이슈가 불거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밖에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기본적인 의료·교육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과 인권 수준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키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모든 이주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사회통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숙련된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 및 영주권 전환 경로를 확대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당한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 내 지위 강화 및 보편적 사회 안전망 확대, 즉 4대 사회보험 가입 여부를 넘어 모든 체류 이주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비보험 기반의 지원체계로의 접근성도 확대해야 한다.‘

 

2.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 상호 문화역량 강화와 ‘쌍방향적 통합'

다문화 사회의 성공 여부는 이주민의 일방적인 ‘한국화’가 아니라, 내국인과 이주민 간의 ‘쌍방향적 상호 통합’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사회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 축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1)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 다양성 교육’의 내실화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서 성인의 수용성은 상승했지만 청소년의 수용성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은 우리 교육 현장의 심각한 경고이다. 단순히 이주민을 돕는다는 시혜적 관점을 넘어 ‘다양성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문화 교육을 특정 ‘대상’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구성원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이자 ‘상호 문화역량교육’(Education for all)으로 격상해야 한다. 학교 교과과정에 문화 다양성, 인권, 소수자 존중의 가치를 통합하고, 이를 시험 점수 위주가 아닌 ‘활동과 체험, 교류와 소통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주류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진로·진학 멘토링 및 맞춤형 교육 활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다문화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전문성 있는 교사 연수를 의무화하고 관련 인력 양성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2)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

이민자 증가에 따른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포용성을 높이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주민의 노동력이 인구절벽 및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문화 수용성은 접촉과 교류의 경험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높아진다. 지역사회 축제, 자원봉사, 생활체육 등 일상생활 속에서 내국인과 이주민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쌍방향적 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만남과 교류’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주민 관련 보도 시 혐오 표현을 지양하고, 이주민을 단순한 약자나 잠재적 범죄자로 대상화하는 대신,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 조명하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도록 정부와 언론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3. 다문화는 ‘극복할 문제’가 아닌 ‘성장의 동력’

한국 사회는 지금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성장의 기회’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다문화 이슈는 ‘모든 체류자를 포괄하는 사회통합 시스템 구축’과 ‘쌍방향적 문화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한 지속 가능한 포용 사회 실현’이다. 이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정책, 교육,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글로벌 선진국이자 다양성이 존중받는 포용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배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상생과 공존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투자할 것인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김강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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