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아로마테라피
동방박사가 선택한 향, 미르(Myrrh)와 유향(Frankincense)
12월은 한 해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품은 시간이죠. 이 계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겹쳐집니다. 별을 따라 이동한 동방박사들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바친 세 가지 선물, 황금·유향·미르. 그중에서도 향을 지닌 두 선물, 유향과 미르는 단순한 향료가 아니라 생명과 치유, 신성과 인간을 잇는 상징이었습니다.
왜 동방박사는 유향과 미르를 선택했을까
동방박사들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천문학자이자 약초학자,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들이 선물을 고를 때 기준은 분명했을 것입니다. 유향(Frankincense)은 신에게 바치는 향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히브리 전통에서 유향은 신전의 공기를 정화하고 인간의 기도를 하늘로 올리는 매개체였던 것이죠. 또 유향은 신성을 의미했습니다. 미르(Myrrh)는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약이었죠. 산모의 회복, 상처 치유, 방부와 진통에 사용되었고, 훗날 장례 의식에도 쓰였습니다. 미르는 인간의 몸을 의미했고 오늘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미이라’라고 부른 것도 이 미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즉 동방박사는 예수님이 신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전한 것이죠. 이것은 단순한 신앙의 이야기라기보다, 당시 향과 약초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습니다.


미르와 유향의 역사와 신화
미르와 유향은 모두 사막에서 눈물처럼 흘러나온 수지(resin)입니다. 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한 물질이 굳어 향이 되죠. 고대인들은 이 과정을 보며 ‘나무의 눈물’이라 불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르는 금지된 사랑과 슬픔 끝에 나무가 된 여인의 이야기로 전해지며, 깊은 상처와 치유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유향은 태양신에게 바쳐지는 향으로, 연기가 위로 퍼지는 모습에서 영적 상승과 기도를 의미했습니다. 이 두 향은 늘 삶의 중요한 경계, 탄생·출산·의식·죽음의 순간에 함께 했죠.

미르와 유향, 산모와 아기에게 왜 좋을까
고대부터 이 향들은 출산과 깊은 연관을 맺어 왔습니다. 미르의 효능은 항균·항염 작용이 뛰어나 산후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자궁 수축과 회복을 돕는데 전통적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과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몸의 중심을 느끼게 해주죠. 유향의 효능은 호흡을 깊게 하고 면역 균형을 돕는 작용, 산모의 정서적 안정, 산후 우울감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아기에게는 직접 사용보다 공간 향으로 활용 시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물론 현대 아로마테라피에서는 저농도·간접 사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향을 직접 바르는 것이 아니라, 캐리어오일에 한 방울 떨어뜨려 호흡을 통해 부드럽게 경험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12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미르와 유향이 주는 메시지는 한 해의 피로, 관계의 정리,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겹칠 때 미르와 유향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향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대신 지금 이 순간을 견딜힘을 줍니다. 그래서 수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향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12월의 향기 제안
올해 12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유향 한 방울로 공기를 맑게 하고, 미르 한 방울로 하루를 정리해 보시면 어떨까요? 동방박사가 건넨 선물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치유의 언어입니다.

아로마테라피스트 김봉실
AROMA515 대표
@aroma515.la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