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 어떻게 볼 것인가?
광화문 한글 현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금의 한자 현판을 한글로 달자는 주장이다. 한자 현판을 한글로 바꾸기 어렵다면 한자 현판 아래층에 한글 한편을 더 달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 현판을 더 달수도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정문이다. 광화문이 조선을 상징하는 경복궁의 정문이었지만 2010년 새로 복원되었고 한글 현판을 덧붙여 시대가 한글 시대로 새롭게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광화문의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광화문이었고 광화문 현판이 한자 현판이었다면 한자 현판만 거는 것이 원형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글 시대에 걸맞게 한글을 내세우고 싶다면 굳이 광화문의 원형을 바꾸면서까지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글을 명목으로 문화유산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光化門’ 한자로 표기하든 ‘광화문’ 한글로 표기하든 광화문의 이름은 광화문으로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로 표기하면 광화문이 한글을 쓰던 해방 이후 만들어졌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글 현판은 광화문이 조선시대 세워졌다는 역사 원형에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한자 현판을 한글 현판으로 바꾸는 것이 원형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원래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원형에 대한 훼손일까? 아닐까?
한양 도성의 동소문인 혜화문의 원래 이름은 ‘홍화문’이었다. 그런데 창경궁의 정문을 홍화문으로 지었기 때문에 동소문의 원래 이름인 홍화문을 혜화문으로 바꾸었다. 이 경우 동소문의 원형이었던 홍화문을 혜화문으로 바꾼 것은 홍화문의 원형을 훼손한 것일까?
경복궁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은 광화문이고 두 번째 문은 흥례문이다. 지금 경복궁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는 문이 흥례문이다. 사람들은 흥례문이 원래 이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세종 때 붙인 처음 이름은 홍례문이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고 흥선대원군 때 복원했는데 그때 홍례문의 이름을 흥례문으로 바꾸었다. 당시 청나라 건륭제의 이름이 ‘홍력’이라 홍례문의 홍을 흥으로 바꾸어 흥례문으로 한 것이다. 조선은 청나라에 사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나라 황제의 이름을 함부로 다른 이름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흥선대원군은 홍례문의 원형을 훼손한 것일까?
한양도성의 동소문인 홍화문이 창경궁의 홍화문과 같다고 하여 동소문 홍화문을 혜화문으로 바꾼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원형을 훼손한 것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훼손이라고 하기보다는 또 하나의 혜화문의 역사라고 보고 싶다. 또 그때 사람들의 의지가 오늘의 시대 인식과 다르지 않다면 홍화문에서 혜화문으로의 이름 변경이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흥례문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당시 흥선대원군의 입장에서는 청나라에 사대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홍례문을 흥례문으로 바꾸었다. 사실 원래 이름이 홍례문이었기 때문에 홍례문으로 이름 지어도 청나라에서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창경궁 홍화문은 그대로 홍화문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흥선대원군은 홍례문을 새로 복원하면서 먼저 나서서 청나라에 잘 보이려고 흥례문으로 이름을 바꾸었던 것이다.
오늘날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흥선대원군의 시대는 그 시대의 국제질서가 있었고 세계관이 있었다.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조선의 이익을 위해 흥선대원군은 홍례문을 흥례문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홍례문의 원형을 훼손했다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흥례문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고 경복궁에서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리면서 흥례문은 헐렸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가 들어섰다. 이때 광화문도 헐릴 예정이었으나 다행히 경복궁 동쪽으로 이전되었다. 헐린 흥례문은 해방 이후 2001년 다시 복원되었다. 이때 이름을 어떤 이름으로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세종 때 처음 이름인 홍례문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경복궁의 복원은 흥선대원군 때를 기준으로 한다는 대원칙에 아래 이름도 흥선대원군 때 고친 흥례문으로 하였다.
그런데 복원 기준은 터가 많이 남아있는 흥선대원군 때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건물의 이름까지 흥선대원군 때를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흥선대원군이 흥례문으로 고친 그 시대적 배경을 인정은 하지만 2001년 현 시점에서 흥선대원군의 인식을 따르는 것이 문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일까. 흥선대원군이 시대 인식을 따랐다면 2001년에는 홍례문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형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광화문 현판은 한자로 써야 하고 한글로 교체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적어도 한자 현판 아래 2026년의 시대적 인식을 담아 한글 현판을 아래에 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자 현판과 한글 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면 한자 현판으로 문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한글 현판은 대한민국의 시대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된다. 이 또한 또 하나의 광화문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한자 현판과 한글 현판을 나란히 걸면 모든 문의 이름을 한자와 한글 현판으로 바꿀 것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흥선대원군이 홍례문을 흥례문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모든 ‘홍’자 들어간 문의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 경복궁 경회루 들어가는 함홍문도 그대로 두었고 창경궁의 홍화문도 그대로 두었다. 홍례문을 흥례문으로 바꾼 것은 그 문의 상징성 때문이다. 광화문도 마찬가지다. 광화문의 상징성 때문에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병기하자는 것이지 모든 건물에 한글 현판을 덧붙이자는 것은 아니다. 또 한자와 한글 현판을 같이 건 사례가 없다고 비판한다면 새로 사례를 만들면 된다. 모든 일이 전례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새로 만든 것은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훈민정음을 반대했던 최만리는 한자가 한자를 쓰지 않는 이적의 나라를 교화했다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그 반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반대일이 일어나고 있다. 최만리는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경복궁의 광화문 앞에서 방탄소년단이 한글로 노래를 부르고 한자를 쓰는 나라를 포함하여 수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글로 떼창을 부르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광화문의 한자 현판에 새로 한글 현판을 덧붙이는 것이 광화문의 원형을 훼손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원형을 유지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광화문의 원형을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보았으면 한다.
명협 조경철
나라이름역사연구소 소장
백두문화연구원 전문위원
역사실학회 회장
연세대 객원교수(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