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자기 자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자기 자비'

 

문득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요즘 마음이 왜 이렇게 자주 흔들렸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강의 취소 문자 하나에도 기분이 내려앉고, SNS 속 타인의 일상을 보다 보면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크게 출렁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럴 때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쉽게 불안해지는 걸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가?"

 

처음에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흔들리고 있던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외부 자극이 문제라기보다 그 자극을 받아내는 내면의 기반 즉 심리적 안정감이 약해진 거죠.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tability)은 외부 환경이나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마음의 힘입니다. 이 힘이 흔들리면 작은 변화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비교와 평가에 더 민감해집니다. 최선을 다해 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경쟁, 비교, 불확실성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의 속에서 이를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들 잘해 나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나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더 불안정해집니다. 이 불안은 우리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고, 확신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우리 마음에 확실한 버팀목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SNS를 여는 순간, 어느새 우리의 삶은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비교당합니다. 친구의 화려한 여행 사진, 동료의 승진 소식, 지인의 안정적인 삶. 이런 비교는 은근히 우리의 심리적 안정감을 흔듭니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 시간이 10% 증가할 때마다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은 2% 감소한다고 합니다. 심리적 안녕감은 우리가 얼마나 안정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결국 안녕감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심리적 안정감도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 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넌 항상 부족해."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데 넌 왜 그렇게 못해?"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이런 내면의 비판은 우리의 안정감을 더욱 빠르게 무너뜨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불안 속에서 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제가 다시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자비란 자신의 고통, 실패 그리고 불완전함을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대하는 것입니다. 자기자비 연구의 선구자인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박사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하듯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예전의 저는 불안한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나는 너무 예민해”

“왜 이것밖에 못 견디지?”

“좀 더 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말들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더 위축시키고 불안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다른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구나.”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나를 함부로 몰아붙이지는 말자.”

이 작은 변화는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제 마음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본질적인 내가 바뀐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의 상황 때문에 흔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요.

 

지금의 힘듦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단순히 불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와 삶을 받아들이는 힘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안정감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안정감’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린 나를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 입니다.

 

오늘 나를 위한 자기자비의 첫걸음으로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넌 충분히 잘해왔어. 그리고 지금도 잘 하고 있어!!”

 

* 오늘의 그림입니다.

Caspar David Friedrich(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_ 안개 바다위의 방랑자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는 산문집 《뒷모습》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얼굴 앞모습은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꾸며지고 가공된다. 하지만 뒷모습에는 일부러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나 권위가 없다.”

치장된 얼굴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진실을 드러내는 뒷모습.

불안하고, 흔들리고, 확신이 없는 상태의 나이지만 그런 나를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일지 모르겠습니다.

 

리네아스토리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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