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니즘 Russianism 연구 - 러시아 문학] 도스또옙스끼, 한국인에게 너무나 어색하지만 꼭 필요한 문학가 (1) 르네상스 이후 500여년의 서구의 문화(명)는 문화의 가장 깊은 영역인 종교,철학,윤리에서 문학,예술을 거쳐,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부분화,파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명)을 만든 인간 자체는 분명 총체적 존재이지만, 자기가 만든 부분화,파편화된 문화(명)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스스로를 부분화,피상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당장 보이는 물질을 위주로 부분화,파편화되다 보니, 인간 삶의 영원성과 영속적 가치를 보장하여 총체적 만족감과 기쁨을 주는 종교,철학,윤리는 점차로 우리에게 무관한 것이 되어갑니다. 이런 경향을 거스리기라도 하듯이, 인간성의 본질은 바로 종교,철학,윤리에 있다는 것을 으르렁 거리는 사자처럼 부르짖은 문학가가 우리의 앞선 시대에라도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적과 같습니다. 그것도 서양문화(명)의 변방인 러시아에서 150여 년 전에 살았던 한 인물이 그런 엄청난 도전을 했는데, 그는 뾰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옙스끼(1821~1881)입니다. 서구문학에서 그와 같이 인간이 특히 진정한 종교에 기초할 때에
《코리안 지오푸드》를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식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농산물인증, 유기가공식품인증이 있으며 그 밖에도 가공식품산업표준KS인증, 전통식품품질인증 등이 있지요. 이 중 지리적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 System)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인증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지리적표시제의 정체는 뭘까요. 한 마디로‘특정 지역의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산된 농수축산물 또는 가공품을 특정 상표처럼 인정하여 그 명칭을 보호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1940년대 프랑스가 처음으로 자국의 와인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창한 제도로서, 지리적표시보호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와 원산지명칭보호제(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로 구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9년 위의 두 제도를 본떠 ‘대한민국 지리적표시제’(KPGI, Korean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법규를 처음 마련하였는데, 주된 이유는 대표 특산품인 ‘고려인삼’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made in China’
‘노인과 바다’ 한옥 북캉스Book-cance하다! 그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은 진짜 누구였지?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주인공과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었다. 유명한 고전이니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의 하나라는 이유로 오래전에 읽어 두기만 했다. 늙은 어부가 고기를 잡느라 온갖 힘을 다했다는 지루한 이야기로만 기억에 남아 있거나,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라는 교훈을 새기고만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주에서 활동 중인 이수정 작가가 《 노인과 바다》북토크를 열어 주기로 했기에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수정 작가는 《노인과 바다》를 번역한 번역작가이고 독서지도사다. 미국 현지 공공 도서관 등에서 명작소설을 깊이 있게 읽는 북클럽을 수년간 진행해 왔기에 좋은 기회였다. 단편소설 《타이거마스크》로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내 편 돼 줄래요?》라는 책도 출간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만나다’라는 제목을 걸고 주변 지인들과 SNS를 통해 광고를 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읽는다고 뭐 특별할 리도 없지만, 굳
오토바이 타는 여자 나의 첫 책 《안녕, 나의 한옥집》에서 엄마에 대한 부분을 쓸 때 그 장 제목에 대해 고민을 했다. 엄마를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 어떤 이미지가 좋을까. 엄마는 젊은 시절 시를 썼으니까 ‘시를 쓰는 여자’ 어떨까? 아, 너무 평범하다. 한옥집에서 세 딸을 키우고 시부모와 남편을 봉양하며 가정 선생님으로 학교 일까지 야무지게 해냈던‘24시간이 모자라’의 엄마.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러다 내 글 중에서 찾아낸 구절이‘오토바이를 타는’그녀였다. 24시간이 모자라던 그녀의 발이 되어준 소중한 오토바이. 엄마는 자그마한 키와 몸집, 강아지 털 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오토바이에 잘 어울리는 가죽재킷 대신 직접 만든 하얀 원피스와 스카프를 두르고, 역시 직접 만들어 준 포플린 원피스를 입은 세 딸을 싣고 그녀는 공주 시내를 달렸다. 그녀는 천상 ‘오토바이 타는 여자’였다. 그렇게 나는 첫 책 중 어머니에 관한 그 장의 제목을 찾았고, 그것은 몇 달 전 출간된 나의 두 번째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지어놓고는 나 스스로 몇 번이나 감탄을 하고 만족을 했다.《오토바이 타는 여자》라니 얼마나 멋진 제목인
‘대지’원서 읽기를 끝내고 3년 전 단둘이 같은 교무실을 공유한 인연으로 알게 된 국어 선생님과 1년에 걸쳐《대지》원서 읽기를 끝냈다. 우리는 하루에 한 페이지씩 같이 읽기로 했다. 먼저 전화를 건다. 소리 내어 영어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말로 해석도 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은 없기로 했다. 명절이나 여행을 가서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그런 날이 예상되면 그 전에 미리 두 페이지씩 읽기도 했다. 책 선정은 그렇게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영어 원어로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았고 어떤 책도 다 좋을 것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만났다. 마지막 페이지는 얼굴을 보고 같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매우 행복했다. 국어 선생님은 자주 나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내가 아무래도 영어 전공자라 문장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설명을 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아니라고. 고마운 건 나라고, 책을 같이 읽으며 너무 행복하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그러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생각해 보았다. 학교 수업과 가정 살림 및 육아에 바쁜 일상을 쪼개고 쪼개 전화를 드는 하루 20분이 왜 그렇게 한결같이 일 년 동안 행복했었는지를
[신간 소개와 비평] [아비투스]와 [엑설런스]의 저자 도리스 메르틴에 대한 비평 그녀의 근거인 부르디외, 다시 그 부르디외의 근거인 막스 베버, 그리고 인간의 세 욕망과 그 목적인 ‘삶의 의미’ (3) 서구문화(명)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동양인들의 어려움 서구사회와 서구문화(명), 동양사회와 동양문화(명)의 차이는 전자는 연속적이었지만 후자는 불연속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서구문화(명)는 한 번도 끊어지지 않은 채 2500년을 이어왔다면, 동양문화(명)는 서구의 팽창기인 18~20세기 동안에 결정적으로 꺾여서 갑자기 그것을 버리고 삶의 모든 차원에서 서구화되어갔으며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내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문화(명)를 세웠다가 다 포기하고 서양문화(명)를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지를 질문하지도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한 민족에 속했던 한 사람들이 이민을 가서 가장 크게 고통을 겪는 문제가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롭게 세우기 위해서 첫 세대와 둘째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최소한 3세대에 필요한 것임이 이제는 자명해져갑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와 문화(명) 전체, 그것도 아
[신간소개, 비평] 아비투스Habitus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능력 (2)도리스 메르틴 저, 배명자 역 다산초당 2022 새해 첫 달부터 미국의 경 제전문지 CNBC(1월 12일)는 모건-스탠리가 한국을 문화 적 관점에서 낮게 평가한 우울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코 로나 시국이 3년째가 되어서 야 풀릴 기미가 보이며, 2022 년에 시작된 우-러 전쟁으로 세상이 난리통인 상황인 지 난 한 해 동안,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40 만원)로 무려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인의 명품소비 총액은 21조원에 이르렀다는 보고입니다. 1인당으로 비교 하면 우리가 선망하는 미국인(1인당 280달러)을 훌쩍 넘 어섰으며, 중국인(50달러)쯤이야 까마득히 멀리 제쳤습니다. 즉 한국에서는 부의 과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용인되는 편 이며, 외적 아름다움과 경제적 성공은 한 국 소비자에게 즉각 큰 반향을 일으킨다 는 겁니다. 다른 지표로도 동일한 모습이 보이는데, 명품소비를 좋지 않게 생각하 는 한국인은 겨우 22% 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돈 좋아하고 물질주의적이라 욕했 던 중국인(38%)보다 낮으며 심지어 일본인 (45%)보다 두배 정도나 낮은
엉뚱한 생각의 가치 랜들 먼로,《위험한 과학책》, 시공사 2015 “세상에 부드러운 것이 더 많은지, 딱딱한 것이 더 많은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랜들 먼로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한 과학책》은 그 제목으로 먼저 흥미를 이끌었고,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사고방식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더욱 엉뚱하게 만든다. 그는 사람들의 과학적이지만 엉뚱한 질문들을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답변했다. 사람들의 질문 중에는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하늘에서 스테이크가 떨어지면?”, “<스타워즈> 요다의 파워는?” 등등… 정말 누가 들으면 “그게 대체 뭔 주제야?”하고 그냥 웃어 넘길만한 사소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랜들 먼로는 이런 질문들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변해나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위험한 과학책》속의 자유로운 세상과 다르게 살아간다. 마치 문제 푸는 기계가 된 것처럼, 정해진 문제의 정해진 답을 외워 시험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되돌릴 수
[신간소개, 비평] 엑설런스,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1)도리스 메르틴 저, 배명자 역, 다산초당 2022 한국에서도 전문가가 검증하여 비평을 곁들이며,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제대로 된 깊이의 내용으로 전달해주는, 15분 정도 ‘책읽어주는 앱’(Blinklist)들이 많이 생기기 바라는 생각에서 [신간소개,비평]을 신설해 보았습니다. 서평에서 잡아야할 두 마리 토끼인, ‘깊은 요약’과 ‘공정한 비평’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한번 시도해 보려는 겁니다. 만약 이 글이 성공했다면, 독자 여러분들이 책을 직접 읽게 되고, 자신만의 유용성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새로운 비평으로 대조해 보려고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소개, 비평하게 된 이유는, 저자 Doris Maertin의 전작인 [아비투스]에서 미국문화에 경도된 한국에서는 도무지 경험할 수 없는 유럽문화의 정수인 ‘최상층이 가진 7가지의 자본’을 소개하는 것에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르스 메르틴, 배명자 역, 다산초당, 2020 (Habitus: Sind Sie beriet fuer den Sprung nach ganz ob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