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5] 클래식 최초의 불법복제 곡은? 휴일엔 밀린 전시를 몰아보기도 하지만 사놓고 미처 못 읽은 책을 읽거나 한가롭게 집에서 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몰아보기도 한다. 며칠 전,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았다. 평소 좀비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가 왜 인기였는지 궁금해서 뒤늦게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리즈 중간쯤에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생존자들이 좀비들을 음악실로 유인하려고 음악을 트는 장면이었는데 이때 나온 음악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이 그렇듯이 종교음악에 기원이 있는 곡인데 기독교에서 예수가 고난을 받고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만 불리는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라는 곡이다. 이 곡은 1638년 교황청 소속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시편 51편에 곡을 붙인 것으로 그 뜻은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지금도 ‘미제레레’는 화려한 궁정 음악이나 정교회 음악과는 차별화된 곡으로 성가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성에서 12성 합창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
포모(소외불안)에서 포모(의미추구)로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인 2030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그 이전세대인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와 비교할 때, 집단보다 개인을, 소유보다 공유를, 상품보다 경험을, 일보다 워라밸을 더 중요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약35%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미래의 주역들입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 이런 MZ세대가 ‘포모족’으로 불리는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증후군)는 심리학용어로 ‘나만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신경증적인 반응으로, 자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벼락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MZ세대 속에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MZ세대들이 불안을 느끼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프로이드와 아들러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의 심리치료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던 빅터프랭클(Viktor Frankl)은 인간은 원래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우리 속에 의미를 추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0] 변화무쌍한 유기체, 예술 예술, 변화무쌍한 유기체 지난여름 지방의 모 도립미술관에서 올린 기획 전시는 그 내용으로 인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돼 철거되었다. 기획전의 제목이 ‘애도: 상실의 끝에서’였던 이 전시는 전쟁과 전염병, 각종 재해 등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전시였다고 한다. 논란이 된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5마리의 살아있는 금붕어를 링거병 안에 넣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붕어가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전시된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가 폐사했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철거했다. 이쯤 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는 죽어가는 파리 떼를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의 ‘백년’이라는 설치 작품이 동물보호단체(PETA)의 민원으로 해체된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은 커다란 유리 상자를 두 부분으로 나누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2] Show must go on!! 예술, 정신을 위한 백신 공연장에 근무하다 보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 구내식당에 갔는데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야근 후 귀가 길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소통중인 멋진 아이돌의 진솔한 모습을 본다든지, 늘 완벽한 연주복에 근엄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지휘자가 리허설에 캐주얼을 입고 있는 편한 모습을 본다든지… 일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료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보너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중의 하나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틀 동안 우리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주 다음날 출근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날 연주 후 악기 보관함과 개인용 트렁크가 백 스테이지에 도열해 있었습니다. 어느 연주자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느라 바빴는지 연주 때 신었던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트렁크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살짝 사진에 담으며 전날 연주의 감동을 소환했습니다. 지금
흰색셔츠 검정바지 일본 출근복 후드티 청바지 한국 출근복 사이에 낀 나!! 일본 도쿄에서 4년 정도 근무하고 2022년 9월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IT회사에 다시 출근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업무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먼저 출근 할 때의 모습, 도쿄에서의 출근 지하철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백팩을 앞쪽으로 매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을 밀치는 것은 물론, 가방으로 치기도 하니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출근 첫 날, 저를 더 당황케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 자신의 출근 복장이었습니다. 전 일본인처럼 ‘검정바지에 흰색셔츠’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그나마 변화를 준다고 구두가 아닌 단화를 신고 갔는데 저만 우울한 사람처럼 입고 온 겁니다. 더구나 제 직업이 IT관련업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원들은 너무 편한 옷을 입고 있었죠. 후드티에 청바지 혹은 면티에 면바지는 마치 집에서 마실 나온 듯 자유로운 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일본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이렇게 입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청바지입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 먼저 ‘다양성’을 인정해보자!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지난 한 주 내가 본 공연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공연을 복기해 보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공연의 제목은 <만병통치약>. 제목만 들어도 속이 시원해지는 공연이었다. 출연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가 안은미 씨와 젊은 소리꾼 서도가 함께 꾸미는 무대였다. 오프닝은 옛날 가수 신 카나리아 씨가 부른 ‘나는 열일곱’이라는 노래를 안은미씨가 립싱크로 부르며 시작되었다. “나는 가슴이 울렁거려요. 당신만 아세요. 열일곱 살이에요…” 객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은 20대부터 60대 까지 다양했는데 일부 나이 드신 관객들은 따라 부르기도 하며 공연을 즐겼다. 그 후엔 서도밴드의 리드싱어 서도가 드랙 퀸 복장을 하고 나와서 80~90년대 유행했던 가요를 그의 창법으로 불렀고 안은미 무용단의 젊은 무용수들이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이 무르익었다. 생각해 보니 드랙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을 나는 꽤 많이 보아왔다. 뮤지컬 <킹키부츠>, <헤드윅>, 영화 <more or less>, 웹툰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1] 후회되는 일을 하지 않을 용기 다사다난했던 2022년의 달력이 마지막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면 각 분야마다 시상도 하고 MVP도 선발하며 한 해를 정리한다. TV를 켜면 방송사마다 연예대상, 연기대상 등이 한 해의 피날레를 장식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루틴 중에 ‘올해의 베스트’라는 작업을 하곤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전 칼럼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한 해 동안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감명 깊었던 책 베스트, 올 한해 새로 만난 사람 중 인상에 남는 사람 베스트, 올 한 해 봤던 공연·전시 중 가장 멋졌던 작품 베스트 등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작업을 거의 20년 넘게 해 오고 있는데 다음 해의 새해 목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계속 해 오고 있다. 이런 연중 이벤트를 가지고 있는 내가, 얼마 전 있었던 바둑 대회의 한 장면을 본 후 올해부터는 그 방법을 조금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즈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에서 신진서 9단이 우승, 최정 9단이 준우승
어느 봄날의 컬쳐 로드 살다 보면 때로는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내가 전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씁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는 바로 스스로 감정이 메말랐다고 느낄 때이다. 꿈 많던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인으로 살아간 세월이 길수록, 일상이 너무 바빠서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나를 마주할 시간도 없이 지낸 시간이 많을수록 그런 기분을 느낀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문득 돌아보면 나 자신을 잃고 살았다고 느낄 때, 분명히 어떤 상황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확실한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데… 심드렁한 나를 발견할 때, 그때는 잠시 나를 돌봐야 하는 때다. 모든 일정을 멈추고 내 감정이 말랑말랑하게 살아나도록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때다. 모처럼 약속이 없는 주말, 평상시와는 다르게 약간의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나뭇가지가 가볍게 흔들리고 하늘은 파랗다. 조금은 바삭해진 나의 감성을 촉촉하게 해줄 수 있는 공연 <스노우 맨>을 보러 마곡에 있는 LG아트센터 서울에 가려고 한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바로 옆에 있는 서울식물원에 들러서 도심의 여유를 느껴도 좋다. 아직은 나무들이 아름드리까지 자라진 않았지만 계획적으로 조성된 신도시
명품 브랜드? 이제는 입지 말고, 내가 명품이 되자 며칠 전 경복궁에서 열린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패션쇼 이후 인근 건물에서 늦은 밤까지 음악 소음과 현란한 조명을 외부로 쏘아대는 파티를 열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인근 주택가의 주민들이 잠을 자지 못하여 신고한 건수가 무려 52건이나 접수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브랜드는 명품일지 몰라도 자기들만의 파티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독단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너무나 저급이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루이비통이 서울 잠수교 밑에서 패션쇼를 열며 24시간 차량과 자전거, 도보이용을 통제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렇게 작은 나라인 한국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들어와 패션쇼를 열며, 최근 들어 열렬히 한국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까요? 이유는 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K팝, K컬처 등 한류의 영향이 아시아권을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K컬처와 패션쇼를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연예인들을 동원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SNS를 통해 사람들의 과시욕을 부추기며 말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