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4] 내 옆에 있는 예술 지난 대통령 선거는 숨 막히는 접전을 거듭한 끝에 97%의 개표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20대 대통령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박빙이었다. 직접 선거로 가리는 대통령 선거는 각 사람마다 왜 그를 지지하는지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이라면 그리고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관이라면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더구나 투표하기 전에 각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에 와 닿는 공약을 찾기는 어려웠다. 문화예술 분야의 실질적인 공약이 없는 이유는 경제, 국방, 교육 등 보편적인 생활에 밀접한 분야와는 거리가 멀어서 후순위로 밀리는 분야가 문화예술계인 이유도 있고, 정치와 법에 주도권을 가진 분들이 예술에는 문외한이라 생각하셔서 주변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을 모아 정책을 구성하다보니 주요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각과 그 외 주변부 예술인들의 생각이 다르고 그렇게 급조한 공약이라 두루두루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후보들 간의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공약도 특별한 차별점을 찾기는 어려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6] 감동받는 취임식을 기대하며 주변이 어느새 연두에서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름다운 날씨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이했고 새 정권의 취임식을 볼 수 있었다. 취임식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엔 쇼 엔터테인먼트, 공식행사 등을 전문으로 연출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 행사 같은 것은 여러 비서관들이 직접 또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만들 것이고 대부분 이전에 했던 방식에 덧대거나 빼거나 해서 비슷한 모양새의 행사를 만드는 것 같다. 큰 기대를 한 취임식 연출은 아니었지만 뭔가 가슴 깊이 뿌듯하고 멋지다는 느낌이 드는 행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의 목표는 최고의 스테프들을 모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인데 가끔 공연 못지않게 각종 부대 행사를 기획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직접 가 보았거나 경험해 보았거나 외신을 통해 접했던 비슷한 행사를 떠올리며 격식과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규모 있는 행사의 구성·연출 등을 공부하기에 좋은 자료는 올림픽 개회식이다. 꽤 오래전부터 올림픽 경기는 놓치더라도 개막식은 챙겨보고 있다. 개최국의 문화수준을 뽐낼 수 있는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2] Show must go on!! 예술, 정신을 위한 백신 공연장에 근무하다 보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 구내식당에 갔는데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야근 후 귀가 길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소통중인 멋진 아이돌의 진솔한 모습을 본다든지, 늘 완벽한 연주복에 근엄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지휘자가 리허설에 캐주얼을 입고 있는 편한 모습을 본다든지… 일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료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보너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중의 하나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틀 동안 우리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주 다음날 출근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날 연주 후 악기 보관함과 개인용 트렁크가 백 스테이지에 도열해 있었습니다. 어느 연주자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느라 바빴는지 연주 때 신었던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트렁크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살짝 사진에 담으며 전날 연주의 감동을 소환했습니다. 지금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 먼저 ‘다양성’을 인정해보자!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지난 한 주 내가 본 공연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공연을 복기해 보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공연의 제목은 <만병통치약>. 제목만 들어도 속이 시원해지는 공연이었다. 출연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가 안은미 씨와 젊은 소리꾼 서도가 함께 꾸미는 무대였다. 오프닝은 옛날 가수 신 카나리아 씨가 부른 ‘나는 열일곱’이라는 노래를 안은미씨가 립싱크로 부르며 시작되었다. “나는 가슴이 울렁거려요. 당신만 아세요. 열일곱 살이에요…” 객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은 20대부터 60대 까지 다양했는데 일부 나이 드신 관객들은 따라 부르기도 하며 공연을 즐겼다. 그 후엔 서도밴드의 리드싱어 서도가 드랙 퀸 복장을 하고 나와서 80~90년대 유행했던 가요를 그의 창법으로 불렀고 안은미 무용단의 젊은 무용수들이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이 무르익었다. 생각해 보니 드랙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을 나는 꽤 많이 보아왔다. 뮤지컬 <킹키부츠>, <헤드윅>, 영화 <more or less>, 웹툰
어느 봄날의 컬쳐 로드 살다 보면 때로는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내가 전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씁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는 바로 스스로 감정이 메말랐다고 느낄 때이다. 꿈 많던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인으로 살아간 세월이 길수록, 일상이 너무 바빠서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나를 마주할 시간도 없이 지낸 시간이 많을수록 그런 기분을 느낀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문득 돌아보면 나 자신을 잃고 살았다고 느낄 때, 분명히 어떤 상황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확실한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데… 심드렁한 나를 발견할 때, 그때는 잠시 나를 돌봐야 하는 때다. 모든 일정을 멈추고 내 감정이 말랑말랑하게 살아나도록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때다. 모처럼 약속이 없는 주말, 평상시와는 다르게 약간의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나뭇가지가 가볍게 흔들리고 하늘은 파랗다. 조금은 바삭해진 나의 감성을 촉촉하게 해줄 수 있는 공연 <스노우 맨>을 보러 마곡에 있는 LG아트센터 서울에 가려고 한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바로 옆에 있는 서울식물원에 들러서 도심의 여유를 느껴도 좋다. 아직은 나무들이 아름드리까지 자라진 않았지만 계획적으로 조성된 신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