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3을 마치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작년 고등학교 3학년인 내가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수험생의 시간이 끝났다.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학교에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교육청에 프로젝트 활동을 하러, 주말엔 다른 학교로 수업 들으러,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 못 보면 어떡하지? 성적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휩싸이던 나의 지난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돌이켜보면 꼭 힘든 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힘든 시간 속에서 잠깐 잠깐의 행복이 나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점심시간, 몰래 나가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는 조용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가정학습을 신청한 터라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독서실에 돈 주고 가느니 학교에서 밥 얻어먹으며 공짜로 공부하겠다고 수능을 치르기 전까지 꿋꿋이 학교에 나왔다. 그 넓은 자습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홀로 공부를 하고 있자면 문득 외로워지기도 했다. 급식을 먹으러 잠깐 나온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학교 안을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수능을 약 한 달 앞둔 어느 날
수리산이 나는 좋더라 제가 살고 있는 군포는 크기 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작은 시 중에 하나이지요. 이 도시로 14년 전에 이사와 지금까지 살아온 저에게 누군가 “군포는 뭐가 좋아요?”라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이렇게 말할 거예요. “우리는 수리산이 제일 좋아요”라고요. 사실 어딜 가나 산 밖에 없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저에게 처음부터 수리산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도시 생활이 깊어질수록 수리산은 매력을 넘어 저에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수리산 속에서 꾸준한 운동(달리기와 자전거)과 등산, 산책을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도시 아주 가까이서 사람들을 이렇게 넉넉하게 안아주는 산은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리산이 왜 좋은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조금 색다른 면을 말해 보려 합니다. 바로 ‘수리산의 어둠’이지요. 새벽어둠_청각과 후각, 공간감의 놀라운 확장 새벽녘 날이 밝아오기 전, 수리산 바로 아래 자리 잡은 납덕골 계곡에 들어찬 어둠을 뚫고 달려보신 적이 있나요? 자전거로도 좋고요. 띄엄띄엄 놓인 가로등 불빛, 그마저도 없는 길을 달리다 보면 청각과 후각이 아주 예민해 집니다. 주변 풍경이 어둠에 지워진 공간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