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본질을 추구하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영호 ‘기교만 추구하는 연주는 즐기는 음악을 방해해’ ‘음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어’ 대학 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에 흠뻑 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찾아 읽었는데 제목이 ‘콘트라베이스’였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간결한 펜 그림의 책표지입니다. 안경을 낀 주인공 옆에 서 있던 커다란 콘트라베이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10월호에는 실제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영호님의 음악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아무래도 가족의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는 서울시향에서 오보에를 하셨고 또 교사로 계셨죠. 어머니는 성악을 전공하시고 국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형도 오보에를 하고 있었고요. 가족 전체가 다 음악을 하니 저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공연하는 오페라 무대를 많이 보았는데 정말 근사했죠. 무대에서 어머니가 시녀로, 또 어떤 때는 귀부인으로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무대를 동경하고 무대에 대한 설렘을 가졌던 것 같아요.
[눈으로 들은 음악회]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티볼트의 죽음 [궁궁 쾅쿵쾅... 로미오와 마주한 티볼트. 두 사람은 현악기의 긴장감속에 서로를 주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중간중간 관악기의 중저음 속에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치명타를 주고 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결투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마침내 로미오의 칼끝은 티볼트의 급소를 찌르고 티볼트는 괴로워하며 뒷걸음으로 쓰러지고 만다. 캐플랫 가문은 모두 침통해하며 티볼트의 장례를 거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몬테규 가문에 선전포고라도 하듯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티볼트를 애도하며 행진을 한다] 프로코피에프Prokofiev(1891~1953)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제1번’중 ‘티볼트의 죽음’을 듣는 중에 제 눈앞으로 그려본 스토리입니다. 분명 ‘성남시립 교향악단’이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을 제 귀에 들려주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는 주인공들이 마치 제 눈앞에서 공연하는 듯 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해본다면 ‘티볼트의 죽음’에서 불협화음들을 조금 더 많이 써서 로미오와 티볼트, 이 두 청년의 싸움을 한층 더 심각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 이 음악을 눈으로 보는 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