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8] 물레나물 (Hypericum ascyron) 간간히 가랑비가 흩날리기는 하지만 바짝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씨는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네모지며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가 0.5∼1m까지도 자라는 품종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5∼10cm의 바소꼴이고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투명한 점이 있고 잎자루는 없습니다. 꽃은 제법 크게 피는데 지름이 4∼6cm이며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고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달립니다. 그 꽃의 모양은 풍차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선풍기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산이 우거지고 그늘이 많아져서 그런지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진 듯합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산길을 거닐다 물레나물의 노란 꽃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흔할 때는 눈여겨 봐주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레나물이 자랄듯한 곳에서는 좌우를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엄마까지 감동시킨 나의 추억이야기, ‘17년 전’ 오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에게 학교 신문을 가져 갈 사람은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글을 눈여겨 읽고 일부러 소리 내어 읽는 친구들이 나를 민망하게 만들어 살짝 미웠다. 학교 신문에 실린 나의 글 ‘사치’ 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아니다. 멋진 친구들의 글 사이에 나의 초라한 글이 껴있으니 민망할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다 딴짓할 겸 내 글을 펼쳐 읽어보았다. 그러다 예전 100일 글쓰기 활동 때 내가 썼던 글을 다시금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괜히 엄마께 내 글을 읽어주고 싶었다. 그때 엄마는 엄마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내 글을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의 칭찬 몇 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용기 내어 엄마께 나의 글을 보여주었다. 제목은 ‘17년 전’ 이다. ‘17년 전’ 이라는 글에서 내가 어릴 적 가족과 현재 우리 가족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울컥해 떨리는 목소리로 글을 읽기엔 부담스러워 엄마께 나의 글을 떠맡겼다. 엄마는 몇 자 소리 내어 읽으시다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추억 팔이로 나의 글 몇 개를 읽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4 마음에 머무는 볕(陽) - 광양(光陽)한옥 이야기 마을재생을 통한 지역의 소중한 삶을 일깨우다. 2022년 늦가을, 광양 인서리 한옥에서 태어나 자라신 70대 어르신과 만나 깨끗하게 고친 한옥에 대한 소회를 여쭸다. “112년 된 이 집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지으려고 했었지. 그런데 태어나 자란 집을 없애는 게 마음이 쓰여서 계속 세를 줬어. 가족들과 서울에 살고, 일이 바쁘니 큰 신경을 못 썼는데, 광양시에서 사서 고친다기에 팔았어. 그런데 이렇게 잘 고쳐질 줄이야. 정말 고마운 일이지. 저 뒷방이 내 공부방이었고, 여기는 부엌이었어. 다 기억이 나… 저 동백나무는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심으셨어.” 본인 추억이 깃든 집을 판 것이 아쉬우셨는지 종종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하셨지만 대문을 밀고 나서며 “집을 살려줘서 고맙네. 광양시 소유가 되었으니 다시 살 일은 없겠지만 이렇게 마당에 서니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추억, 아버지와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좋네. 종종 올 수도 있겠고…” 우리 모두 낡았든 새 것이든 물질로 이뤄진 건물에서 한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는다. 2016년 5월. 당시 광양시총괄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