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두 파도 속에 삼키어진 천재 음악가 프로코피에프의 자화상 -‘피터와 늑대’(1936)를 들으며 혹시‘제 발로 찾아온 사슴’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어 본적이 있나요? 사냥꾼에게 쫓겨 다급해진 사슴이 자유롭게 숨을 수 있는 산이 아닌, 외양간으로 숨어들었다가 집주인에게 손쉽게 잡혀버린 이야기죠. 외양간의 황소가 빨리 산으로 도망가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여물까지 얻어먹다 시간을 놓쳐 버렸으니, 제 무덤을 판 어리석은 사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사슴과 같은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린 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바로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피터와 늑대’입니다. 자유의 기회를 걷어 찬 프로코피예프 1917년, 기울어져 가던 러시아 제국을 끝장낸 볼셰비키 혁명은 소비에트 정권을 세웠습니다. 러시아 사회 전체를 휩쓴 혁명의 폭풍은 서양음악의 변두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던 러시아 음악에 있어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눈치 빠르게 서방세계로 탈출한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쇼스타코비치와 같이 소련 안에 남
[눈으로 들은 음악회]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티볼트의 죽음 [궁궁 쾅쿵쾅... 로미오와 마주한 티볼트. 두 사람은 현악기의 긴장감속에 서로를 주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중간중간 관악기의 중저음 속에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치명타를 주고 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결투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마침내 로미오의 칼끝은 티볼트의 급소를 찌르고 티볼트는 괴로워하며 뒷걸음으로 쓰러지고 만다. 캐플랫 가문은 모두 침통해하며 티볼트의 장례를 거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몬테규 가문에 선전포고라도 하듯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티볼트를 애도하며 행진을 한다] 프로코피에프Prokofiev(1891~1953)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제1번’중 ‘티볼트의 죽음’을 듣는 중에 제 눈앞으로 그려본 스토리입니다. 분명 ‘성남시립 교향악단’이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을 제 귀에 들려주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는 주인공들이 마치 제 눈앞에서 공연하는 듯 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해본다면 ‘티볼트의 죽음’에서 불협화음들을 조금 더 많이 써서 로미오와 티볼트, 이 두 청년의 싸움을 한층 더 심각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 이 음악을 눈으로 보는 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