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부캐의 시대, 나는 누구인가요? 2009년에 나온 영화 <아바타 AVATAR>에는 하체 장애를 가진 설리라는 주인공이 외계종족의 아바타와 자신을 연결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스토리가 나옵니다. 당시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우와~ 저게 가능해? SF영화니까 가능하지’라는 결론을 내렸었지요. 하지만,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엔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들 얘기합니다. 영화 <아바타>나 <레디플레이어원>의 주인공처럼 지금과는 다른 세상 혹은 가상게임의 세계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지요.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나’가 아닌 또 다른 ‘나’라는 가면을 쓴 캐릭터(아바타)를 만들고 그 속에서 현실의 ‘나’처럼 혹은 ‘나’와 전혀 다른 ‘나’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현실의 나를 ‘본캐(본래의 캐릭터)’, 그리고 메타버스 속에서의 나를 ‘부캐(부 캐릭터)’라고 부르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부캐의 시대 혹은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멀티 페르소나(다중 인격)의 시대 결혼식 부캐도 아니고…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부캐를 여러 개 가진
[겨울 요트 여행기 (4)] 돌풍을 지나 한겨울의 요트 비박 낚시객들의 성지들 중 하나인 아름다운 외연도를 벗어나 북쪽을 향한다. 오른쪽 멀리 길죽하게 누운 안면도가 보인다. 오늘은 8물, 하루에 10미터씩 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12월 대사리의 바다는 결코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래서 더 바다로 나와 봤다. 이 추위와 물때를 경험하고 견뎌낼 수 있다면 한국에서 겪는 다른 항해의 두려움들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또 잔잔한 한강에 익숙해져 있는 함께 한 크루들에게도 바다의 맛을 제대로 경험시켜 볼 요량이었다. 5미터 파도를 견뎌본 사람은 3~4미터 파도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서해는 멋진 바다이지만 세일러들에게는 어려운 바다다. 높은 조수간만의 차 외에도 근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갯벌과 섬들 사이 곳곳에 그물들이 복병처럼 깔려 있다. 갯벌이 멀리 깔려 있다는 건 수심 예측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남쪽으로 긴 항해를 갈 땐 그물과 저수심, 뻘밭을 피해 부러 먼 바다로 돌아 나간다. 서해 물때를 견뎌 본 사람은 아마도 전 세계의 어떤 조류들도 두려워하지 않을 게다. 역조류와 함께 바람 방향이 맞지 않아 배가 3.5노트의 속도로 겨우 안면도를 벗어나
매화노루발 (Chimaphila japonica)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열탕에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찾아오면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이 품종의 이름은‘매화노루발’이라 부릅니다. 전국의 나무숲 중에서 빛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 자라는 품종입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이 시기 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아 나서는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매화노루발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산속을 오랜 시간 걷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장소가 안면도의 바닷가 솔숲입니다. 전국적으로 솔숲을 살피면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안면도의 솔숲은 매화노루발이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모여 자라고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인 듯합니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솔숲에 쪼그리고 앉아 매화노루발을 감상하다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게 꽃말 하나는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화노루발의 꽃말은‘소녀의 기도’입니다. 눈이 부시게 희게 피는 꽃은 다소곳하게 아래쪽을 보고 피어 있습니다. 마치 무엇인가 소원을 빌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무더위 피해 바닷가를 찾아간다면 솔숲을 조용히 살펴봐 주세요. 기도하는 소녀들의 모습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1] 초등4학년 하윤이, 푸드카빙 2관왕 석권!! 안녕하세요! 식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푸드카빙’명장 곽명숙입니다. 동그란 모양만 보면 카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박을 사들였던 초보 시절에서, 어느덧 카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그동안 만났던 제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나이 어린 제자의 이야기로 첫 스토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하윤이와의 만남 언제 보아도 예의바르고 사랑스런 제자 하윤~~!! 하윤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군포청소년수련관에서 제가 꼬마요리사 수업을 할 때였어요. 하윤이는 수업하는 동안 결석이나 지각없이 출석하고, 수업 시간에도 잘 따라와 주었고, 매사 긍정적이며 인사를 잘하는 아이였어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학원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가서 나누어 줄 때면 항상 받고 싶어 했습니다. 작품이 많으면 좋은데 3~4개 정도여서 공평하게 나누어 주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죠. 그런데 코로나 19가 찾아와 교육 기관들의 대면 수업이 전면 중지되었고, 군포청소년수련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생각났고, 때마침 겨울방학이라, 집에만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0] 꽃범의 꼬리 (Physostegia virginiana) 폭염으로 지치고 힘이 들고 거기에 더하여 기록적인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름이지만, 이 힘들고 어려운 날이 며칠쯤 지나면 뜨거운 기온도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는 기온으로 바뀔 것입니다. 기온이 조금 바뀐 것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틈엔가 하늘의 높이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화단의 한쪽에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식물로 우리나라 야생화인 범꼬리와 닮았으나 꽃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꽃범의 꼬리’라고 불리게 된 식물입니다. 이 품종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모종을 구해 화단 한쪽에 심어 두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포기를 늘리며 여름이 지나갈 즈음이면 화려한 꽃을 피워주는 예쁜 꽃입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 아래쪽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개화기도 긴 것이 특징입니다. 무더운 시기가 지나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꽃범의 꼬리의 화려함에 반한 것인지 벌과 나비들도 잔칫상을 벌여놓은 듯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범의 꼬리의 꽃말은 ‘추억’ 혹은 ‘젊은 날의 회상’이라고 합
엘 시스테마 군포 ‘춤추는 콘서트’ ‘음악으로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요?’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무슨 뜻이죠?” 만나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저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렇게 되묻습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왜냐하면 이 질문의 답이 ‘엘 시스테마’이기 때문이죠.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국립음악교육재단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약과 총기에 노출된 채로 범죄에 길들여진 달동네 빈민가의 청소년들이 ‘엘 시스테마’의 악기교육을 통해 음악에서 희망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손에는 총이나 마약 대신 악기가 들려져 있었고 하루 종일 악기 연주시간을 기다렸답니다. 악기연주는 즐거운 놀이와 같았죠. 오케스트라의 인원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들의 변화는 개인에서 가정, 사회로 점차 확대 되어갔습니다. 엘 시스테마는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죠. 군포시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 되다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을 깨우고 변화시켜가고자 하는 엘 시스테마의 꿈을 갖게 된 것은 12년 전의 일이었어요. 그 시기에 유치원생과 초등저학년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게 되었고 5~6년 지속되다 중단되었습니다. 음악뿐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1] 우리 집에 한옥(韓屋)이 들어왔다 사람들에게 한옥 짓는 일을 한다고 말하면 가끔 “소장님은 어디 사세요?, 한옥에 사시죠?”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한옥사무실에서 일해요. 그리고 한옥호텔을 운영해요.”라고 동문서답하듯 사는 집은 한옥이 아님을 넌지시 알린다.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대답을 피하는 것은 낡은 빌라에 살기 때문이다. 회사를 차리고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얻은 집은데 한옥에 살고 싶었으나 비싸서 당시에는 살 엄두를 못 냈다. 한옥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실제 살고 싶냐 물으면 추위, 공사비용,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살기는 쉽지 않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나도 한옥을 짓는 일을 하면서 한옥관리의 노하우를 알기 위해 한옥호텔을 운영하고, 일하는 사무실도 한옥을 고쳐 8년 이상 경험했지만 온전히 내가 사는 집이 아니기에, 건축주들에게 한옥집의 경험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살고 있던 빌라의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집을 알아봐야 했는데 여전히 도심의 한옥을 매입하거나 땅을 사서 한옥을 짓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아파트를 얻거나 더 멀
‘자기 방에서 잠자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아이 독립시키기 아빠의 진정한 고민 엄마 아빠가 누운 침대 아래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 딸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자기 방을 두고도 굳이 안방으로 와서 함께 있어야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단다. 어쩔 수 없이 재워주었지만 이제는 조금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부쩍 길쭉하게 자랐다. 자기 친구 중에도 성장이 빠른 아이는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었다. 생리통을 처음 경험하며 아파하는 친구가 당당하게 결석하는 것을 은근히 부러워하는 투다. 딸이 자라나서, 아이들이 갖는 어둠의 공포와 막연한 무서움을 이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빠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기 방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서 딸도 당연히 일찍 떨어져 잠들 것이라 여겼다. 홀로 잘 수 있도록 딸의 방에서 책을 읽어주고 기도로 마무리하고 십여 분을 곁에 누웠다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안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내와 번갈아 역할을 수행했지만 아침에 깨어보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아이는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잠들어 있었다. 어떤 때는 공간이 없다
9월의 허브이야기 ‘Rosemary’ 향도 건강에도 좋은 허브 로즈메리의 학명 ‘Rosmarinus’는 라틴어의 ‘ros+ marinus’의 합성어로 ‘바다의 이슬’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답니다. 로즈메리 꽃말의 어원은 ‘나를 기억해 주세요’이며 이는 로즈메리가 기억력에 좋은 허브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로즈메리 허브는 여러해살이풀로 1.5m에서 2m까지 자라며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스페인, 이탈리아이지만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하답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 야외에서 월동이 가능한 식물이지요. 로즈메리로 추출한 방향유(Essential oil)는 향도 좋고 건강에 좋아서 아로마요법에서 대표적인 에센셜오일로 사용됩니다. 로즈메리는 항산화, 진통, 방부, 세포재생 기능이 있고, 심리적 효과로는 기억력 자극, 심신의 균형을 조절해요. 또한 피부를 부드럽게 진정시켜주고 강한 수렴작용으로 늘어진 피부나 부종에 효능이 있답니다. 탈모, 모발강화, 치매, 류머티즘, 통풍, 생리통, 천식에 적용할 수 있으며, 뇌의 기능을 활성화해주어 집중력과 기억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대표적이지요. 로즈메리로 만든 화장수를 ‘헝가리 워터’라고 하는데 이 화장수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9] 스스로 만드는 행복의 기준 지난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우리는 약관 20세에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그의 기사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7월에는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필즈상을 39세의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발 빠르게 자기계발서를 준비 중인 출판사에서는 벌써 책 제목까지 정해 놓았다고 합니다. 《허준이처럼 수학하고, 임윤찬처럼 연주하라》. 예전에는 올림픽이나 콩쿨 기사를 보면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 누가 우승을 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었는데 이젠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는지, 곡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수상소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있는 인터뷰와 기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고 1등도 좋고 우승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행복한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수상소감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