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5] 2월의 허브이야기 클라리 세이지 Clary Sage 학명 Salvia Sclarea 허브인 클라리세이지는 이름만 들어도 맑고 깨끗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클라리(Clary)는 ‘맑은(Clear)’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세이지(Sage)는 ‘구하다(Save)’의 의미가 있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클라리세이지가 우리의 눈을 밝고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처럼 중세 유럽에서는 눈에 들어간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클라리세이지의 효능 때문에 중세 시대에는 이 식물을 ‘Oculus Christ’라고 하였으며, ‘그리스도의 눈 (The eye of Christ)’이란 뜻으로 눈의 염증을 다스리는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클라리세이지의 특징은 약초 냄새와 과일 향이 섞인 달콤한 향이 납니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독일에서는 포도주나 맥주에 향을 넣기도 하고 술을 빨리 숙성시키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기도 했습니다. 뇌와 정신에 대한 작용으로는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자극을 줌으로써 과도한 피로나 의욕 상실, 분노와 흥분, 우울증, 근심 걱정, 두려움을
그 날, 사랑을 꽃피웠습니다! 첫 만남의 그날 따스했던 가을 햇살과 향긋했던 바람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 첫 순간을 추억할 때마다 영화 속 한 장면같이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개구진 미소와 조잘거림이 떠오르며 아릿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1999년 추석을 얼마 앞둔 가을이었습니다. 그 날 그 장면에 등장하는 서너 살 무렵의 꼬맹이들은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고, 그곳에서 지낼 마지막 겨울을 앞두고 있던 큰 형과 누나들은 어느 덧 마흔을 훌쩍 넘겨 장년이 되어 한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깨어지기도 하며 같이 늙어가고 있는 2023년 1월이 되었습니다. 그 날 짧은 첫 만남 이후, 저는 그냥 아무런 맥락도 의심도 없이 한 순간 인생 최대의 결정을 내려버린 채 신원리 산53번지 이 곳에서 알록달록한 사연과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그날 만났던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겠다 싶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버님의 친구였던 신망원을 운영하는 분의 아들과 결혼하게 되어 지금까지 엄마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는 밝았지만 해결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품고 넘어온 탓에 그 어느 해보다 막막하고 의기소침한 ‘나’를 극복하기 위해 두 돌을 앞둔
우여곡절 4000km 유럽 출장기(3) 스위스가 유럽(EU)이 아니라고? 빌링앤 슈베닝엔은 두 도시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지역이었습니다. 숙소로 묵었던 곳은 옛 성채가 그대로 있어 옛 도시의 느낌이 살아있는 지역이었죠. 아무래도 이탈리아와 가까운 독일남부라 그런지 로마 카톨릭 성당이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골이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한 동네라고 합니다. 업체명만 말하면 모두가 아는 그런 업체들의 지사가 있고요. 그래서 연간 몇 번씩 자동차 엔진 부품, 전장 부품 등에 관한 전시회가 열리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저희 독일 엔지니어가 자동차 분야 일도 겸하고 있다 보니 이런 시골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죠. 시내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바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독일 엔지니어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거의 650km 정도를 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의 사무실 쪽으로 달리다 보니,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산지로 들어가는데 마치 한국의 강원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질적이지 않았죠. 오늘은 며칠 동안 고생한 사장님과 저를 대신해 독일 엔지니어가 우선 베네치아까지 운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correlation VS causality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 한 연구자가 아이스크림 판매량의 연중 증감 추이와 연중 익사 사망자의 증감 추이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두 변인 간의 상관분석을 시행해 보았지요.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명백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었으니까요.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증하는 동안, 익사 사망자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었으며 판매량이 감소하는 동안 익사 사망자 수도 감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구자는 몸서리를 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지요.“익사 사망자의 증감은 아이스크림이 그 원인이다.”그런데 위의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금세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연구자는 제3의 변인 즉‘여름 평균온도’라는 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여름 평균온도가 익사 사망자 수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을 찾지 않았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여름 평균온도의 증가가 피서객의 수를 증가시키고 피서객의 수의 증가가 다시 익사자 수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익사 사망자 수의 원인으로 꼽을 만한 다른 변인들로는 안전 불감증, 국지 기후의 변화, 해수욕장 및 수영장의 안전교육 현황, 세이프가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2] 수선화(Narcissus)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지만 봄은 앞산 너머까지 와 있을 듯합니다. 겨울에 내린 눈은 수식어도 붙지 않고 눈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맘때 쯤 내리는 눈은 춘설(春雪)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봄이 가까이 와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양지바른 화단이나 정원의 한쪽을 살펴보면 차가운 계절임에도 수줍음을 참아가며 다소곳하게 꽃이 핀 수선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춘설을 이고 진 수선화를 만난다면 겨울이 지나간 것이 확인되면서 가슴이 뛸지도 모릅니다. 긴 겨울의 지루함과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어 힘을 쓰지 못하던 것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선화'(水仙花)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입니다. 옛 어른들은 하늘에는 '천선'(天仙)이 있고 땅에는 '지선'(地仙)이 있고 물에는 '수선'(水仙)이 있다고 했다네요. 그만큼 이른 봄에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수선화'를 사랑스런 마음으로 가꾸고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정원이 딸려 있거나 작은 꽃밭이 있는 전원생활을 한다면 돌아오는 봄에 수선화 구근을 몇 개 구입해서 양지바른 장소에
엄마와 다시 쓰는 일기장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골집에 혼자 계시던 친정 엄마는 2018년 봄에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발견되었습니다. 왼쪽 편마비가 왔습니다. 저는 그 당시 뉴욕에 있었습니다. 엄마는 종합병원에서 거의 1년을 치료하고 재활하셨고, 동생 집에서 6개월을 생활하다가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엄마랑 전화 통화할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 누가 나를 집에 데려다 주면 좋겠다. 나를 여기서 나가게 해다오”라고 하셨습니다. 엄마의 부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간절함에서 애원으로, 절규로 변했습니다. 2021년 7월! 7년 만에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한국, 고향 땅이었습니다. 과거를 허물다 오자마자 가장 먼저 100년이 된 시골 흙집,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을 부수고 고쳤습니다. 오래 묵은 짐들을 버리고 정리하는데만 무더운 여름 내내 한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구조, 엄마가 생활하시기에 더 안락한 환경의 집을 지었습니다. 엄마의 현실을 대면하다 요양병원의 복잡한 퇴원 절차를 거쳐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엄마의 재활에 대해
24년 만에 개봉한이삿짐 속 추억의 공유 결국은 스타벅스에 앉아 추억에 젖다 변두리에 있는 집에서 시내 쪽으로 전철로 30분 가면 ‘싼 호아낀’역이 있다. 중간에 갈아타기 때문이지 실제로는 전철로 20분거리다. ‘San Joaquin’ 역에서 내리면 동쪽으로 카톨릭대학교가 있다. 정계진출을 하려면 반드시 필수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칠레대학교가 명실공히 칠레 최고의 공립대학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립 카톨릭대학교가 칠레대학교를 앞지르고 있다.(칠레에도 명문대학교의 순위가 있다) 카톨릭대학교의 정문 바로 맞은편엔 스타벅스가 있다. 칠레라는 나라는 확신하건데 의외로 건전한 내가 재밌게 지낼만한 꺼리가 없다. 고작 우리 동네의 염소까페 아니면 던킨도넛츠점, 아님 30분 떨어져 있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커피 Americano 작은 사이즈의 값은 3800페소다. 칠레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한국의 최저임금의 3분의 1이기에 3800페소의 세배인 11400페소인 셈이다.(한국 돈으로 굳이 환산하자면 17100원) 이런 고급 커피숍이 카톨릭대학교 맞은편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톨릭대학교의 위용, 그러니까 칠레의 빈부와 경제 전반에 걸친 사회구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엉뚱한 생각의 가치 랜들 먼로,《위험한 과학책》, 시공사 2015 “세상에 부드러운 것이 더 많은지, 딱딱한 것이 더 많은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랜들 먼로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한 과학책》은 그 제목으로 먼저 흥미를 이끌었고,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사고방식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더욱 엉뚱하게 만든다. 그는 사람들의 과학적이지만 엉뚱한 질문들을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답변했다. 사람들의 질문 중에는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하늘에서 스테이크가 떨어지면?”, “<스타워즈> 요다의 파워는?” 등등… 정말 누가 들으면 “그게 대체 뭔 주제야?”하고 그냥 웃어 넘길만한 사소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랜들 먼로는 이런 질문들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변해나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위험한 과학책》속의 자유로운 세상과 다르게 살아간다. 마치 문제 푸는 기계가 된 것처럼, 정해진 문제의 정해진 답을 외워 시험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되돌릴 수
[IT요지경: 최신 IT기술과 관련한 이슈들을 되짚어보는 칼럼] ChatGPT와 인간의 비상사태 2023년 새해를 향한 여러분의 열정을 격려할 영시를 하나 소개합니다. 열정의 불로 심장은 팔딱이고, 열망으로 새빠지게 노력하고, 최선 다한 매순간에도 결코 지치지 않고, 꿈과 목표, 결코 물러나지 않고, 정상을 향해가는 길, 이것이 내 모든 소망. 마치 랩(rap)을 하듯 각 행의 말미에 운율까지 맞춘 멋진 영시입니다. 나를 위해 이런 멋진 시를 지어줄 친구가 있다면 참 근사한 일이겠지요. 인생을 살다가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때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민과 걱정들, 그리고 수많은 궁금한 내용들을 마주할 때, 즉각 도움을 얻을 친구가 없어 안타까운 시간을 보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든 말만하면 완벽하게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자비스’정도는 아니더라도,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 ‘사만다’처럼 감미로운 음성으로 나를 위로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필요로 할 때 꼭 필요한 답과 조언을 즉시 얻을 수 있다면요? 어려운 상대성 원리를 물리학의 대가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
수진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와 10년 동안 같이 한, 너의 열정에 고맙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4년 즈음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자원 활동가를 찾기 위해 경기도 모 대학에 갔습니다.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조교에게 1학년 학생으로 편집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보내달라고 했죠. 며칠이 안 되어 2명의 여학생이 왔더군요. 한 명은 과대였고, 또 다른 한 명은 과대가 데려온 친구였습니다. 그리 인연이 시작되어 오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학생들은 본인이 하다가 싫으면 그만 둘 수 있기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중 한 친구는 1년 정도 하다 그만두었고, 과대였던 유수진은 지금까지 단 한 달도 빠지지 않고 편집 디자이너로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자원 활동을 해주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도 이리 오래 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매월 자원 활동가들을 음악회에 초대하는데, 간혹 수진이를 볼 때면 노랑색, 멋진 그레이 컬러, 녹색 등 여러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MZ세대의 모습을 했는데도 이리 성실히 하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독자들이나 매거진과 관계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