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황의수 겨울의 긴 숨결 꽃잎 속으로 스며들 때 바람은 연둣빛 편지를 접어 들판에 흩뿌리고 새벽마다 종달새 노래에 하늘이 먼저 깨어난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도 봄 한 송이 피어난다
‘아내 잃은 남편들’ 수필이 가장 읽기 쉽고 그 다음이 소설과 시 그리고 다음이 희곡이다. 희곡은 가장 읽기 어렵고 불친절하다. 등장인물과 무대 배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소품까지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희곡을 읽다가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큰길에서》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아내의 배신과 친척의 속임수로 대지주였던 ‘보르쏘프’가 선술집에서 보드카 한 잔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장면을 쓸쓸하게 그리는 내용이다. 러시아 제정 말기 대지주는 새로운 역할로 이행해야 한다. 과거의 작은 길에서 벗어나 이제 큰길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보르쏘프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심을 베풀고 빚을 탕감해 준다. 그래서 자신보다 자신의 땅에 더 관심 많은 신붓감임을 알지 못한다. 그녀는 결혼식 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몫 챙겨 읍내의 변호사 애인에게 달아나고 만다. 선술집에는 보르쏘프와 같은 전철을 밟은 사내가 또 있다. 도끼를 들고 다니는 ‘메리크’란 부랑자가 그러하다. 그는 측은지심을 발휘해 보르쏘프에게 누울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보르쏘프는 보드카 한 잔이 마시고 싶어서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아내 사진이 든 보석함을 담보로 꺼
'광화문' 한글 현판 어떻게 볼 것인가? 광화문 한글 현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금의 한자 현판을 한글로 달자는 주장이다. 한자 현판을 한글로 바꾸기 어렵다면 한자 현판 아래층에 한글 한편을 더 달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 현판을 더 달수도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정문이다. 광화문이 조선을 상징하는 경복궁의 정문이었지만 2010년 새로 복원되었고 한글 현판을 덧붙여 시대가 한글 시대로 새롭게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광화문의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광화문이었고 광화문 현판이 한자 현판이었다면 한자 현판만 거는 것이 원형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글 시대에 걸맞게 한글을 내세우고 싶다면 굳이 광화문의 원형을 바꾸면서까지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글을 명목으로 문화유산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光化門’ 한자로 표기하든 ‘광화문’ 한글로 표기하든 광화문의 이름은 광화문으로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로 표기하면 광화문이 한글을 쓰던 해방
진달래 (Rhododendron mucronulatum) 새해가 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추운 겨울이 물러나고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봄은 쉽게 다가오지 못합니다. 심술 고약한 동장군이 마지막까지도 봄을 시샘하며 훼방을 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은 동장군의 세력을 꺾고 봄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봄이 우리 곁에 찾아오면 산야의 풀과 나무들의 앙상한 모습에서 새순이 조금씩 자라 나오며 생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쯤 나지막한 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진달래는 봄을 얼마나 애절하게 기다렸는지 잎이 나올 기미도 없는데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웁니다. 봄이 산의 어디쯤 와있는지 확인하려고 찾아 나선 길에서 진달래를 만납니다. 옛 생각을 하며 꽃을 따 입에 넣어봅니다. 입안에 퍼지는 진달래의 맛은 젊은 시절 추억의 맛이 납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넌지시 진달래꽃을 넘겨준 이웃 동네 순심이가 떠오릅니다. 순심이도 진달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웃었었습니다. 봄과 함께 눈앞에 분홍빛으로 피어 있는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꽃말은 ‘사랑의 고백’ ‘첫사랑’ ‘애틋한 사랑’ 등 여러 가지가 있습
잠이 오지 않는 밤, 마음이 보내는 신호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잠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한동안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잘 자?”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도움을 받는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중 잠깐이라도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짧아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오늘은 어때? 괜찮아?” 저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정리해 갑니다. 하지만 사서 걱정하는 성격이다 보니 제가 인식하지 못한 감정이나 문제가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조용히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밤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라고 합니다. 해결하지 못한 경험이나 감정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잔재로 남는 것이죠. 목이 마르면 물을 마
입술에 바르는 올리브와 레몬 - 아로마테라피의 작은 실천 요즘 올리브오일과 레몬의 조합이 화제다. 지방 분해 챌린지에서 시작해 연예인들이 실천하며 SNS를 통해 퍼진 이 단순한 조합은 이제 하나의 건강 루틴처럼 자리 잡았다. 올리브오일 한 스푼에 레몬 몇 방울. 복잡하지 않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로마테라피를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이 조합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 좋은 조합을 가장 예민한 피부인 입술에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입술은 우리 몸에서 가장 섬세한 피부 중 하나다. 피지선이 거의 없어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지 못하고, 조금만 건조해도 각질이 일어나기 쉽다. 각질은 미세한 상처가 되고, 그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면 따끔거림과 갈라짐이 반복된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입술이 가장 먼저 변화를 알려 준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피부를 ‘보호해야 할 장벽’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강하게 제거하기보다 부드럽게 정돈하고, 인공적인 향보다 식물이 가진 본래의 향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제품이 아
F-4 통합의 시대, ‘조선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통합되었는가 문턱은 낮아졌으나, 마음의 벽은 여전하다 26년 2월 12일부로 재외동포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조선족 동포들에게 적용되던 비자 체계가 F-4(재외동포)로 통합되었다. 그동안 ‘방문취업(H-2)’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 노무 인력으로 분류되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던 수많은 동포가 이제는 당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30년 전, 가방 하나 들고 고국을 찾았던 동포들의 눈물을 현장에서 지켜본 전문가로서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법적 제도는 '통합'되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과연 그만큼 통합되었는가. 100년의 유랑, 독립운동의 후예가 마주한 현실 우리는 흔히 잊고 산다. 조선족 동포들은 19세기 말 기근을 피해, 혹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기지를 찾아 국경을 넘었던 우리 민족의 후예다. 냉전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중국 공민’으로 살아야 했던 세월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1992년 수교 이후 그들이 돌아왔을 때, 고국은 그들을 ‘핏줄’로 반기기보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먼저 계산했다. 법과 제도는 그들을 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