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사랑을 꽃피웠습니다!
그 날, 사랑을 꽃피웠습니다! 첫 만남의 그날 따스했던 가을 햇살과 향긋했던 바람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 첫 순간을 추억할 때마다 영화 속 한 장면같이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개구진 미소와 조잘거림이 떠오르며 아릿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1999년 추석을 얼마 앞둔 가을이었습니다. 그 날 그 장면에 등장하는 서너 살 무렵의 꼬맹이들은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고, 그곳에서 지낼 마지막 겨울을 앞두고 있던 큰 형과 누나들은 어느 덧 마흔을 훌쩍 넘겨 장년이 되어 한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깨어지기도 하며 같이 늙어가고 있는 2023년 1월이 되었습니다. 그 날 짧은 첫 만남 이후, 저는 그냥 아무런 맥락도 의심도 없이 한 순간 인생 최대의 결정을 내려버린 채 신원리 산53번지 이 곳에서 알록달록한 사연과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그날 만났던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겠다 싶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버님의 친구였던 신망원을 운영하는 분의 아들과 결혼하게 되어 지금까지 엄마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는 밝았지만 해결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품고 넘어온 탓에 그 어느 해보다 막막하고 의기소침한 ‘나’를 극복하기 위해 두 돌을 앞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