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20] 제비동자꽃 (Lychnis wilfordii) 올해 여름과 장마는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폭염과 폭우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저 역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났지만요. 근래는 사정상 자리를 지키며 더위와 싸움질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북부지역의 고산지역 이름 없는 골짜기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높은 산의 야생화들과 눈 맞춤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추억으로만 고산지역을 거니는 듯합니다. 무더운 여름 북부 고산지역을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하던 여러 종류의 야생화 중에서도 ‘제비동자’ 꽃은 그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꽃 모양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제비동자꽃은 꽃잎이 가늘고 길게 파인 모습이 날렵한 제비의 꼬리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이 제비동자꽃입니다. 이 품종은 무슨 연유인지 개체수가 급감하여 국가에서 멸종위기 2급 식물로 보호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다행히 개체 수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더위를 피해 고산지역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2] 수선화(Narcissus)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지만 봄은 앞산 너머까지 와 있을 듯합니다. 겨울에 내린 눈은 수식어도 붙지 않고 눈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맘때 쯤 내리는 눈은 춘설(春雪)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봄이 가까이 와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양지바른 화단이나 정원의 한쪽을 살펴보면 차가운 계절임에도 수줍음을 참아가며 다소곳하게 꽃이 핀 수선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춘설을 이고 진 수선화를 만난다면 겨울이 지나간 것이 확인되면서 가슴이 뛸지도 모릅니다. 긴 겨울의 지루함과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어 힘을 쓰지 못하던 것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선화'(水仙花)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입니다. 옛 어른들은 하늘에는 '천선'(天仙)이 있고 땅에는 '지선'(地仙)이 있고 물에는 '수선'(水仙)이 있다고 했다네요. 그만큼 이른 봄에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수선화'를 사랑스런 마음으로 가꾸고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정원이 딸려 있거나 작은 꽃밭이 있는 전원생활을 한다면 돌아오는 봄에 수선화 구근을 몇 개 구입해서 양지바른 장소에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8] 앵초 (Primula sieboldii) 봄이 온 것 같더니 봄을 느끼기도 전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듯합니다. 한낮에는 더위로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지나간 봄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에 흰 벚꽃이 피어납니다. 이 꽃은 며칠 만에 눈처럼 흰 꽃잎을 흩날리게 됩니다. 꽃비가 내리면 여인들의 마음도 들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꽃비가 그치고 나면 봄기운이 가득해지고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도 기지개를 켜고 봄맞이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산의 물가 주변이나 계곡의 습기가 머무는 장소에 무리 지어 피어나는 야생화가 있으니 그것을 우리는 ‘앵초’라고 부릅니다. 앵초의 꽃 색은 분홍색으로 새색시들의 연분홍 치마가 생각나는 색상입니다. 앵초는 이렇게 봄이면 우리 곁에 찾아들어 설레임을 안겨주는 야생화입니다만, 실물을 산에서 만나거나 자생하는 모습을 찾아가거나 앵초를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문 듯 합니다. 그 이유라면 봄이라고 하지만 산야에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절에 산속에 앵초꽃이 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