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협주곡(Op.7)을 통해 클라라 슈만, 새롭게 이해하기 지난 9월 27일 저녁, 광장 한 편을 빨간 홍시로 불 밝힌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라는 주제로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 음악가 각각이 작곡한 피아노협주곡을 모아놓았다는 것이었어요. 세 명 모두 당대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의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었던 만큼, 각각의 음악적 특징을 비교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연주가 작곡된 연도순을 따라 클라라(1834), 슈만(1841), 브람스(1858)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제목은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순서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클라라가 슈만의 아내였기 때문에 슈만 뒤에 둔 것일 수도 있지만, 슈만과 브람스라는 음악계의 두 큰 거장 사이에서 클라라는 어떤 존재인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클라라의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클라라와 두 음악가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Op. 7)의 특징 악장의 구분없이 이어지는 피아노 협주곡: 클라라가 단순한 피아노곡이 아닌 오케스
콩알 하나 김 준 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驛前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녁 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설 하찮고 관심을 두지 않을 너무나 작은 생명에 소망을 두는 삶은 인간보다 노을이 시퍼런 눈으로 관찰하며 격려한다. 인간과의 교감은 그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막내딸을 찾아가며 보따리 보따리 싸 들고 가지만, 헐거운 매듭으로 삐져나온 아주 작은 생명을 섬세히 이해하는 마음.
한국의 ‘아리랑’과 너무 다른 스코틀랜드의 ‘아리랑’을 만나다 로버트 번즈, ‘A Red, Red Rose’(1874) ‘아리랑’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 음악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국제적 행사에서 애국가만큼이나 많이 불러지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일 테니까요.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의 선봉장 BTS도 빼놓지 않고 아리랑을 앨범에 수록해 발표했다지요. 그런데 영국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우리의 아리랑처럼 사랑받는 노래(시)가 있으니, 바로 ‘A Red, Red Rose’라는 곡(시)입니다. 가수로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밥 딜런은 이 노래의 가사를 두고 ‘가장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시’라고 말했을 정도인데, 여기서 가사를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극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다르지만 아리랑이 그 감정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고 표현했다면, 이 곡(시)은 ‘나는 다시 돌아오리라. 내 사랑아, 만 마일만큼 먼 길일지라도.’라고 노래합니다. 얼핏 보면 둘 다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듯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하고 엄청난 역사적, 문화적
첫 눈 오는 아침 흰 눈 내리는 아침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소복 소복 땅 위에 쌓인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은 금세라도 세상의 아름답고 추한 것 더럽고 모난 것들을 다 덮어 버린다 흰 눈처럼 세상에 추한 것, 더러운 것 모난 것, 모든 것 덮어주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넓은 가슴으로 덮어주며 살고 싶다 이 아침 하늘에서 흰 눈은 소리 없이 한없이 내린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