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에서,사람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사로 돌아오기까지 ‘인천쪽방상담소 사회복지사 김윤재.’ 현재의 저를 소개하는 말입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서버 엔지니어로 5년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구입한 서버에 리눅스나 윈도우 서버 운영체제를 설치해주고, 운영 도중 생기는 문제들을 관리해주며 유지 보수를 했습니다. 서버 엔지니어도 처음에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고장 난 서버를 고치는 일을 많이 했는데 제 자신이 고쳤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재미도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저에겐 힘이 들었습니다. 금융업무나 게임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적은 밤에 서버 점검을 하는데, 밤에 혼자 일하려니 그게 더 힘들더군요. 월 1회 고객사에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벽에 서버가 고장났다는 연락이 와도 혼자 해결하러 가고, 그뿐만 아니라 고객사와 갑과 을의 관계로 일하는 것 또한 저에겐 큰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긴 서버를 고치고 있으면 고객사 담당자가 제 등 뒤에 서서 일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서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서비스가 작으면 상관없지만 POS 등과 같이 큰 서비스들은 서버가 고장 나서 서비스
100세 시대의 딱 절반,50대 다시 시작한 간호조무사 2019년 11월, 2년 동안 운영했던 편의점 재계약을 포기하며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찾아봤지만 나이가 벌써 50이 넘어가다보니 다들 부담스러워해 일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여러 번 시도 끝에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한 채 고용센터에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게 되어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더 늦었기에 더 치열하게 처음 간호조무사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공부에서 손 뗀지 어언 30년이 흘러 다시 펜을 잡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으니까요. 괜히 시작했다 한 번 실패하고, 두 번 실패하고… 이러면 주변에도 창피하니 가족에게만 살짝 이야기하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 학원에 가서 깜짝 놀랐던 것은 저처럼 새롭게 공부하러 온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행 가이드를 하다, 에어로빅 강사를 하다, 다들 코로나로 일을 못하게 되거나, 집에서 아이 키우다가 온 사람들 등 직업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게다가 나이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20대부터 저보다 3~4살 많은 50대 후반 언니들까지 골고루 있었죠
인쇄 장인의 자개 스토리 인쇄의 막다른 골목에서 자개를 만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인 80년대 중반부터 충무로에서 인쇄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쇄의 사통팔달 요지는 충무로였지요. 종이인쇄를 비롯한 어떤 인쇄든 충무로에 가면 모든 게 가능했습니다. 저는 어떤 주문이 들어와도‘안 되는 일은 없다’는 신념으로 용인 에버랜드(그 당시에는 자연농원), 제주중문관광단지, 천안독립기념관 등 굵직한 일들을 하면서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업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늦게까지 야근을 밥 먹 듯하고, 쉴새 없는 거래처 전화에 평일 휴일도 없이, 최소한의 여유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수년의 세월동안 체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때까지 일을 했습니다. 이리 일은 원 없이 했건만 일한 만큼 보람도 없고 수입도 적고… 죽어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만 버는 것 같아 제가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90년대 초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 닥친 혹독한 IMF를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정말 난해한 일도, 불가능 하다고 다른 업체가 포기한 일도 완성했습니다. 제게 맡겨진 일은 인맥을 총동원해서
[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맛, 시간, 공간을 요리하는 디자이너 점.선.면. 경기도 안양시 동편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가게 ‘점선면’.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잘 모르겠고, 가게 외부 모습만 봐서도 카페인지? 음식점인지?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동네 최고의 아지트를 소개합니다. 메기국수라고? 저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드셨던 메기국물이 현재‘점선면’의 대표 메뉴인 메기국수가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은 10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메기국수 음식점을 운영하신 적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한국 메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나게 크고 질 좋은 메기들이 메콩강에 많이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더운 캄보디아에서 지내다보면 기력이 많이 빠지는데 그 메기들을 보고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먹어본 메기탕에 도전해서 성공하셨던 것이죠. 주로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식당이었는데 한 번 드셔보신 분들이 한국 가면 생각난다고 하며 종종 다시 찾아주시곤 하셨어요. 그 아이템을 한국에서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너무나 생소한 음식이라서 두려움도 있었지요. 볼거리, 놀거리가 숨어있다 점선면은 단지 음식뿐 아니라 우리만의 무언가를 손님들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26] 삭제 될 뻔한 ‘홍익인간’을 위한 변명 우리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입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죠. 간혹 인간세상이 인간으로 잘못 번역되기도 합니다. ‘홍익인’은 홍익하는 대상이 ‘사람’에 한정적이라면 ‘홍익인간’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교육이념 홍익인간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반대에 부딪쳐 법안을 접었지만 언제 또 제기될지 모르죠. 그런데 홍익인간 삭제 시도에 대해 역사학계를 포함하여 반대 목소리가 높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교육이념은 보편적 의미를 담아야 하는데 고조선의 단군신화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죠.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도 불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적 교육이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밑에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홍익인간 자체만 본다면 불교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불경에 홍익인간이란 단어 조합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홍익중생’ 또는 ‘이익인간’이란 용례는 보입니다. 유교의 대표 경전인《논어》에는 ‘홍인(弘人)’, ‘홍도(弘道)’가 보이며 실학자 정제두의 글 속에‘홍익’이란 글귀도 있습니다. 홍익인간을 불교적 윤색
비상뇌없령을 선포한다! 비상! 외장형 뇌 작동불능! 지난 12월 어느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후 업무를 하려고 chat gpt를 실행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먹통이 된거죠. 프로그램 개발의 단순업무나 새로운 기술을 기존 시스템에 접목하기 위해 chat gpt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던 우리 개발팀은 “헐! 외장형 뇌가 작동을 안하다니... 큰일났다! 비상뇌없령을 선포한다!” 하며 다들 멘붕에 빠졌습니다. * 비상뇌없령 - 뇌가 없는 비상상태임을 명령함 기기 없는 인간은 바보? 우리 손에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진다면?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도, 어딘가로 길을 찾아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집과 가족들 전화번호는 외우고 있었고, 자주 찾아가는 길은 지도 없이도 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생활은 편해지지만 우리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닐까요? 쇼츠, 릴스 등의 원인모를 알고리즘에 나를 맡겨버린 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나중에 깨닫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는 지금, 이제는 기기는 잠들고 우리 뇌는 깨워야 할 때입니다. 잠드는 기계 – 디지털 쉼표! IT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빌게이츠
[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촌스럽지만 센스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 ‘분분’ 애니메이터에서 쌀국수집 사장으로 20대를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부에 올인하고 3년간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며 10년후의 제 모습을 상상했을 때, 점점 열정이 식어가는 직장 선배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았죠. 미국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애니메이터에게 직접 배우며 고 퀄리티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을 꿈꾸었는데, 여러 상황이 안되어 한국에 들어와 취직을 하고 보니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하는 환경 자체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마치 신라호텔 주방장이 되려고 십수년 요리공부를 해왔는데 현실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정말 그냥 일자체가 되어버려 사무실에서 일했던 3년은 저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발을 담궜던 분야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다른 일을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저를 응원해준 와이프에게 고마운 마음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참 열심히 노력했죠. 사업을 마음먹고 아이템을 찾던 중, 미국 유학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던 베트남 쌀국수가 생각났습니다. 유
[생각 표현하기]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 ‘생각 그리기’ ‘침묵은 금이다’ 과연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적용될까요? 서양에 비해 동양,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에 다소 인색합니다. 가족 안에서의 사랑 표현도,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그렇죠. 누군가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던가요? No! 이제는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거나 누군가의 뒤에서 슬그머니 묻어가는 습관들을 버려보지 않을래요?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생각 표현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명 ‘졸라맨’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비주얼 씽킹 만나기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은 ‘생각 그리기’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배움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글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죠. 어떻게 그려낼지 구상하고 체계화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창의력도 키울 수 있는 ‘시각적 사고 방법’이지요. 비주얼 씽킹을 국내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각과 정보를 그림으로 기록, 표현하는 것.‘생각의 시각화’(국내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 색인가요? “마음이 복잡해?”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 세화가 이끈 곳은 요즘 데이트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컬러링 미술 카페였어요. ‘컬러링’은 인쇄된 도안에 색연필, 마커, 펜과 같은 비교적 간편하고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색을 칠하는 미술 활동이죠. 최근 어른들을 위한 색칠 놀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되는 컬러링북도 많고,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탁한 회색 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날이어서 그랬을까요? 집중과 열정, 자신감이 느껴지는 노란색을 커다란 캔버스 가득 채우고 싶었습니다. 색을 칠하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을 잊고 잠시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색은 감정을 담고 있어 그저 바라보고 느끼고 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분, 바쁜 일상에 멈춤이 필요한 분, 불안과 걱정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컬러링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컬러링의 매력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
[워킹맘의 아이들] 죄책감보다 밀도 높은 사랑을 표현하며 즐겁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 보여주기 워킹맘들이 회사 선택에 크게 실망하는 때는, 첫째를 낳고나서일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왜 진작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나’하는 후회를 했었답니다. 평상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방학이 있는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워킹맘의 아이는 일찍감치 단지 내 어린이집에 이름을 올립니다. 저는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야 하는 회사를 다닌지라, 첫째를 낳고는 시어머님의 손에, 둘째를 낳고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이 지나 잘 걷지도 못하는 시점에 둘 다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버버’ 말할 시점에 어린이집을 입소하는 아이.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워킹맘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합니다. 남편과 저는 번갈아가며 퇴근 후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를 데려옵니다. 하지만 야근이 잦아지면 저녁시간에도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희집은 둘째가 생후 4개월부터 8살까지 4~5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