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표현하기]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 ‘생각 그리기’ ‘침묵은 금이다’ 과연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적용될까요? 서양에 비해 동양,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에 다소 인색합니다. 가족 안에서의 사랑 표현도,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그렇죠. 누군가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던가요? No! 이제는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거나 누군가의 뒤에서 슬그머니 묻어가는 습관들을 버려보지 않을래요?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생각 표현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명 ‘졸라맨’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비주얼 씽킹 만나기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은 ‘생각 그리기’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배움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글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죠. 어떻게 그려낼지 구상하고 체계화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창의력도 키울 수 있는 ‘시각적 사고 방법’이지요. 비주얼 씽킹을 국내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각과 정보를 그림으로 기록, 표현하는 것.‘생각의 시각화’(국내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 색인가요? “마음이 복잡해?”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 세화가 이끈 곳은 요즘 데이트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컬러링 미술 카페였어요. ‘컬러링’은 인쇄된 도안에 색연필, 마커, 펜과 같은 비교적 간편하고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색을 칠하는 미술 활동이죠. 최근 어른들을 위한 색칠 놀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되는 컬러링북도 많고,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탁한 회색 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날이어서 그랬을까요? 집중과 열정, 자신감이 느껴지는 노란색을 커다란 캔버스 가득 채우고 싶었습니다. 색을 칠하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을 잊고 잠시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색은 감정을 담고 있어 그저 바라보고 느끼고 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분, 바쁜 일상에 멈춤이 필요한 분, 불안과 걱정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컬러링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컬러링의 매력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3] 마음으로 보기 여행을 가면 꼭 그곳의 풍경이 담긴 그림을 삽니다. 20대에는 아껴야 하는 여행경비 때문에 엽서를 사곤 했죠. 직업을 가진 후에는 다른 비용을 줄이더라도 꼭 실제로 그린 그림을 사 왔습니다. 물론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길거리 화가의 그림이죠.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액자에 담긴 그림을 보면 ‘잘 그렸다, 못 그렸다’에 대한 평가 없이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르며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습니다. 2004년도에 캐나다 여기저기를 여행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그림을 보고나서 쓴 일기를 발견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기 전에 아래 그림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오는 길에 지나다가 이 그림을 보았다. 한참을 서서 쳐다보았는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멋지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그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언제쯤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을지…” 20대 초반의 저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현실의 벽이 꽤 높았나 봅니다. 지금처럼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많은 관심을
광장의 화가 ‘리까르도’ 프롤로그 Ricardo Araya Assler. 아쓸러는 독일인 성. 리까르도의 할아버지가 독일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 확실히 유럽 스타일이다. 수염이 길 땐, 이미 우리 눈에 길들여질 때로 길들여진 예수상을 닮아 보이기까지 하다. Plaza de Armas 광장 칠레의 Santiago 시내 중심에는 대통령궁이 있고, 두 블럭 옆엔 Plaza de Armas라는 광장이 하나 있다. 이 곳은 술 취한 자, 외로운 자, 노숙자, 독신자, 여행자, 다리 아파 쉬는 자, 멀쩡한 자, 잡상인, 버스커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상설 체스판이 놓여 있으며, 바로 곁에 팔각정 닮은 구조물도 있다. 여기서 작은 공연이 자주 열린다. 가끔은 세계 정상급의 가수들이 날아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까지 관중들로 꽉 채운 대공연도 열리는 광장이다.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풍경 하나가 광장의 화가들. 그와의 만남 20년 전, 광장을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평상시엔 그냥 지나쳤다는 건데 그 이유는 광장의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준다거나 소위 이발소에나 걸려있을 만한 그림 따위를 그려 내게 별 자극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0] 마음을 알아가는 드로잉 시간 ▲ Photo by Heather McKean on Unsplash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알록달록 귀여운 지우개를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 너무 예뻐서 보물 상자에 고이 담아두었죠.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봤는데 여섯 달쯤 지났을까요? 조심스레 꺼낸 지우개는 찐득찐득해져 케이스에 붙고 엉망이 돼서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우개를 오랫동안 그대로 두면 녹아내려 버린다는 걸 몰랐던 거죠.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보고 알아가지 않으면 온전하게 지켜낼 수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소중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대상이 있으세요? 어쩌면 그 대상이 ‘나의 마음’은 아니었을까요? 마음을 알아가는 1단계 - 시선 가져오기 작년부터 육아로 힘든 엄마들을 위해 힐링 드로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죠. 하지만 저희가 드로잉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드리는 일입니다. “오늘은 어떤 아침을 보
거친 질감 속에 새긴 깊은 삶의 이야기 - 박수근 전시회를 다녀와서 ▲ 1962년, 하드보드에 유채 59.3x121cm 농악 덕수궁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서울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미술관이 위치한 덕수궁 안에는 얼마전까지 세상을 온통 황홀하게 물들였던 단풍의 끝자락이 남아있어, 고즈넉한 고궁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로 늦가을 고궁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죠. 미술관이 열리기 전까지 고궁을 돌아보며, 때마침 전각과 정원에서 무료로 열리는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의 전시도 둘러보았습니다. 개관시간이 임박하여 고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싶은 욕망을 뒤로하고 멋진 나무들과 작별인사를 한 뒤, 미술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궁전 서쪽에 우뚝 솟은 지극히 서양적인 석조건물의 미술관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죠. 사전예약으로 빠르게 입장한 미술관 안은 제법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작품들은 1, 2층에 각각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밀레를 사랑한 소년’,
화가 리까르도와의 만남, 그림의 고정관념 알에서 깨어나다 그네 타는 후안. 1992. 유화(100x100cm) 지난 8월의 어느 날, 친구이자 화가 Ricardo를 만났다. 리까르도가 그린 그림을 내가 ‘Dibujo’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며 ‘Pintura’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 번 교정시켜주었다. 그러니까 ‘삔뚜라’는 그림(페인팅, 회화)이고 ‘디부호’는 데생(드로잉, 소묘)이라는거다. 도화지나 천에 선으로 그린 그림이나 수채화 물감,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나는 그동안 ‘Dibujo’(데생)라고 부른 셈이었으니, 교양 떨어지는 인간이 되고만 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화가 리까르도는 단호하면서도 끈질기게 자기가 그린 유화들을 내가 ‘디부호’라고 지칭할 때 마다 ‘삔뚜라’라고 부르라며 집요하게 교정시켜주었다는 얘기다. 까다롭게 군다고 빈정 상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을 해보니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전문가나 예술가를 친구로 두려면 적절한 교양을 갖추지 않고서는 관계유지가 되질 않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물론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한번 있었다. 사진가 박진호씨를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지칭한 적이 있었는데 순수사진예술가라고 불러야 한다고 분명하게
지금 한번 우리 주변을 둘러볼까요? 정신분석자 융은 “예술이란 상징이다. 작가가 경험하는 것, 지각하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을 상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술가는 자신이 가지는 감정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대신할 매개체를 찾곤 하죠. 그림으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강의를 하는 저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나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하게 되고 오랜 시간 투자하는 고민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생각해 보지만 결국 제가 선택하는 것은 꽃과 식물 등 자연물입니다. 자연물을 주로 그리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당연시하고 소홀하게 대했습니다. 대신 제게 없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러워하면서 괴로움이란 감정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꽃잎 한 장 한 장을 관찰하게 되고 각각의 꽃잎이 가지는 다름이 모여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저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클로드 모네’ 열 개의 별 매일 아침 SNS에서 ‘과거의 오늘’ 알람이 뜬다. 과거의 나는 터키, 스페인,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홍콩, 마닐라, 제주에 있었다. 횡으로는 불가능한 동선이 종으로는 하루에 가능하다. 놀라운 축지법이다. 오십삼 년 동안 반복했던 ‘과거의 오늘’을 모아 글을 써도 한 편의 여행기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도 매한가지다. 그 순례작만 모아도 내 마음에 열 개의 별이 뜬다. ‘그림자에도 빛이 있음’을 보여준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를 사랑하여 오르세 미술관 5층에 자리 잡은 그의 그림을 보려고 넓은 역사를 헤맸던 17년 전이 떠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며 그림 앞에 섰을 때, 빛이 쏟아져 나왔던 순간. UFO에서 지상에 빛을 쪼이듯 빛의 물살 세례가 퍼부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모네의 그림은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미술관에 그의 그림이 꼭 한두 점씩 전시되어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연이 우리를 엮어주는 기분이다. 내 눈에는 늘 그의 그림이 들어온다. 다작의 작가인데다 명성이 높아서임을 감안한다 해도 나의 미술관 순례에는 언제나 그가 동행했다. 볼로뉴 숲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정원
“나도 건물 그려보고 싶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 중 그림을 포기할까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건물이었습니다.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편이라 주차를 배울 때도 애를 먹었던 사람이기에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두께, 거리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 두세 번 정도 건물을 그리고 실망하는 마음에 더 이상 그리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힘겹게 그린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저의 부족함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노력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은 작업을 피해버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대신 자연물을 계속 그렸습니다. 두 번의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저는 두 번 모두 꽃과 나비 등 자연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모란을 그리면서도 유럽의 웅장한 건물 그림을 슬쩍슬쩍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에 남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포기했던 건물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마카 드로잉’을 시작한지 4년. 계속된 미련과 아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