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6]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봄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인파로 온종일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야외로 불러내기 때문일 겁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예쁘고 화려한 꽃을 심어두고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들판이나 산속에서는 소박한 야생화들도 인적 드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려고 꽃을 피우고 눈길을 잡으려 열심인 봄철입니다. 나른한 봄철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보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품종이 있습니다. ‘구슬붕’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키는 대부분 5cm 내외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에 비해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용담’이라 불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산과 들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의 구슬붕이를 만나면 누구나 무릎을 꿇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꽃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는 찾지 못하는 일이 흔한 품종입니다. 구슬붕이는 햇살이 비추는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3] 복수초 (Adonis amurensis) 긴 겨울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짧아지고 저녁 퇴근 시간의 밝기가 조금씩 환해지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봄이 가까이 다가오면 산야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한자를 해석해 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식물명이기도 합니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떠도는 제자가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복수초는 (福:복 복) (壽:목숨 수) (草:풀 초)로 이루어진 이름으로‘장수하라’는 의미를 가진 풀입니다. 성미 급한 복수초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남부지방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는 주로 2월에서 4월까지입니다. 복수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이른 봄에 피는 꽃이면서도 지름이 3~4cm 내외의 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추위로 작은 꽃이 피는 것과 다르게 큰 꽃이 피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아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1] 물봉선 (Impatiens textori) 어느 날부터인가 날씨가 시원해진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한낮의 열기도 수그러들었기 때문에 들판을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들판을 지나 산의 초입 개울가에는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봉선이 피었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것은 마당 한쪽을 장식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봉선화는 중국 남부 따스한 곳이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관상을 하기 위해서 옛날부터 마당에 심던 것이라 물봉선과 봉선화는 늘 헷갈리는 식물이자 이름인 듯합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는 마당에 심겨진 것을 감상하면 되겠지만 물봉선을 보려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들판을 걸어 산의 초입이나 개울가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것도 서둘지 않으면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한낮이 지나 오후가 되면 서서히 꽃이 시들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이른 아침에 물봉선이 꽃을 피운 장소를 찾아가면 밤새도록 만들어진 이슬이 맺혀있는 물봉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햇살 퍼지는 시간이 되면 햇살이 비춘 물방울이 반짝거리는 빛망울을 뒤로한 멋진 물봉선을 만날 수 있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7]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꽃마리’라는 야생화를 아시나요? 이 꽃은 예전에 ‘꽃말이’라고 부르다가 언제부터인가 ‘꽃마리’로 이름이 변했다고 합니다. 산과 들 그리고 빈 공터 등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자라고 있지만 이 꽃을 자세히 바라보거나 관심을 주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혹시 ‘물망초’는 아시나요? 이 꽃은 꽃마리와 같은 식물이지만 서양에서 자라는 야생화입니다. 학창 시절에 아마도 한번쯤은 물망초를 이야기해 봤거나 시적인 표현으로 써 봤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야생화인 꽃마리는 신경 써 주지 않으면서 서양의 물망초는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꽃마리는 늘 뽀로통하며 조용히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합니다. 물망초의 꽃 크기가 6~9mm인 것에 비해서 꽃마리의 꽃은 2mm 정도의 매우 작은 꽃이 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자라고 알아주지 않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요즘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물망초의 자생종인 꽃마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꽃마리를 찬찬히 관찰해보세요. 돌돌 말린 꽃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3] 변산바람꽃 (Eranthis pinnatifida) 찬바람 불어오는 깊은 겨울입니다. 벽에 붙어 있던 한 장짜리 달력은 어느 순간 두툼한 12장짜리 새 달력으로 바뀌어있습니다. 해가 바뀐 깊은 겨울 속에서 약간의 온기를 느낄 무렵이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기저기로 꽃소식을 물어보며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산속에 겨울이 두껍게 자리 잡은 1월이 지나갈 즈음이면 이미 겨울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부안에서 발견하여 이름을 지었다는 ‘변산바람꽃’이 그것입니다. 겨울이 지나가지도 않은 시기에 약간의 온기를 느끼는 이른 시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긴 기다림을 겪은 이후에 세상에 그 모습을 알린 기특한 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차가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흔들거리는 을씨년스러운 시기이지만 야생화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떠나 보세요. 변산바람꽃이라 해서 변산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도 수소문을 하면 자생지를 알 수 있고 자생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바라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21] 맥 문 동 무더운 여름이 되고 그 무더위의 중간쯤이 되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자랑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날씨 속에 움직일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폭염을 뚫고 나들이를 나간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랑하는 그곳에 가 보면 더위를 잠깐이라도 잊을만합니다. 여름의 중간쯤부터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꽃이‘맥문동’입니다. 사실 맥문동은 약용식물로 밭에서 재배하던 식물입니다. 강인한 생명력과 여름의 꽃이 볼만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등 화단의 나무 아래에 심겨지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각 지자체가 공원 등에 대단위로 심기 시작하고, 그 꽃이 피면 사람들은 맥문동 꽃을 감상하기 위해서 나들이를 떠나게 되고, 다녀와서는 보라색 물결을 이룬 사진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보라색은 권력과 사치를 연상하는 색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적으로는 신비롭고 우아하며 고귀함을 표현하기도 한다네요. 맥문동은 운이 좋은 야생화라 생각됩니다. 잡초처럼 취급되던 것이 약재 생산을 위하여 밭에서 재배되며 농민들의 소득원이 되어 농민들을 즐겁게 하더니, 어느 순간 화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9] 흰어리연 학명 Nymphoides indica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뜨겁고 무더워지면 무작정 물가를 찾아가게 됩니다. 시원한 산속 계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는 모두 먼 곳에 있는 것 같아 주변의 제법 큰 저수지를 찾아 나서 봅니다. 수련과 연꽃의 커다란 잎들이 보입니다. 물속의 수생식물만 바라봐도 더위를 조금은 잊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위를 피해 저수지를 찾다가 뜻하지 않게 흰어리연을 만나면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노란 꽃이 피는 노랑어리연은 비교적 흔하게 자생하는 모습을 만나거나 볼 수 있지만 흰어리연은 생각보다 흔하게 만날 수는 없는 품종입니다. 운이 좋아 흰어리연이 자라는 저수지를 만난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른 식물의 세력에 밀려 사라져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흰어리연의 꽃말은 ‘청순’ 혹은 ‘순결’이라고 합니다. 꽃말 때문인지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번식을 하면 이상스럽게도 사라져 버려서 애를 태우게 됩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도 더위를 피해 흰어리연이 사라져 버린 저수지를 찾아 갔지만 흰어리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생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2] 감국 Dendranthema indicum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한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듯합니다. 가을의 단풍 감상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는데 벌써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시기가 되었으니 말이죠. 어느샌가 지나가 버린 가을의 꽃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뉴스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무렵부터 산과 들에는 가을을 알리는 예쁜 야생화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야생화는 울긋불긋 단풍이 든 나무 아래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노란 꽃을 무리 지어 피우고 가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야생화를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과를 통칭하여 부르는 것으로 식물명이 아닙니다. 그 들국화라 부르는 야생화 중에서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우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감국’입니다. 감국의 꽃말은 ‘가을의 향기’라 하거나 ‘그윽한 향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느 표현이던 향기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국은 그런 이유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데 건강에도 좋지만 찬바람 부는 겨울날 따스한 방에서 밖을 내다보며 미처 만끽하지 못한 가을을 생각하며 감국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는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5] 홀아비꽃대 Chloranthus japonicus 하루가 다르게 햇살이 따스해지는 듯합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 햇살이 산속에 도착할 무렵이면 산속에서 조용히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화려하거나 멋진 색상의 꽃이 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약간 비켜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는 식물입니다. 예전에는 이 품종의 꽃을 보면서 꽃의 모양이 ‘홀아비의 깎지 않은 수염처럼 보인다’고 하여 ‘홀아비꽃대’라고 부른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의 꽃대에 한 송이의 꽃이 피기 때문에 홀아비꽃대라 부른다’는 것으로 식물명의 유래도 변해가고 있는 듯하여 혼란스럽기는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홀아비라 하면 아내를 잃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수염도 덥수룩하게 자라고 목욕이나 집안 청소를 하지 않으니 사람 꼴이 말도 아닌데다가 모든 것이 곤궁하여 냄새까지 나서 홀아비 냄새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었지만, 요즘이야 세상이 변하여 홀아비라 하더라도 쓸고 닦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 소홀하지 않으니 예전의 홀아비와 요즘의 홀아비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커졌습니다. 그러니 하찮게 여기는 식물의 유래 정도야 세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6] 길마가지나무Lonicera harai 긴 겨울이 지나갈 것 같지 않더니 계절은 변하여 기다리던 봄이 드디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봄바람에 마음이 들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나가봅니다. 산의 초입에는 나무들의 새순이 돋아나오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면 작은 꽃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이른 봄 산의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가 ‘길마가지나무’입니다. 이름이 길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듯하지만 봄바람 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주는 매우 기특한 나무라 생각됩니다. 이 나무의 이름 유래는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인 길마와 비슷하다 하여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향기 좋은 꽃이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막는다고 하는 유래가 더욱 설득력이 있고 이해하기도 좋은 이름 유래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나무의 잔가지가 길을 막는다고 그렇게 지어진 것이라는 설도 전해지고 있어서 적당한 것을 생각하며 길마가지나무를 살펴보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길마가지나무의 꽃말은 ‘소박함’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꽃의 색상이 화려하지 않고 꽃의 크기도 작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꽃말과 다르게 무리 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