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2] 다문화사회전문가가 되려면 다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인구유출과 인구절벽의 현안에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앞당겨진 다문화사회와 노인사회에 대한 국가적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이제는 개인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가 되었죠. 이에 대한 대안은 몇 개나 될까요? ‘외국인정책은 인구정책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출산율의 증가입니다. 산아제한정책에 익숙했던 우리는 곧장 출산장려정책으로 돌아섰고, 지금도 10년 간 150조 원을 쏟아 붓지만 결과는 더한 감소세이죠. 이에 이민자를 받아들여 생산인구를 늘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외국인정책은 인구정책이다’입이다. 이렇게 도입하기 시작한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은 2016년 전체 인구 대비 3.96%에서 2019년 4.87%(252만 명)로 매년 증가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어 2년간 입출국이 제한되다 보니 2020년에는 3.93%(196만 명)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일상이 회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5] 클래식 최초의 불법복제 곡은? 휴일엔 밀린 전시를 몰아보기도 하지만 사놓고 미처 못 읽은 책을 읽거나 한가롭게 집에서 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몰아보기도 한다. 며칠 전,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았다. 평소 좀비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가 왜 인기였는지 궁금해서 뒤늦게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리즈 중간쯤에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생존자들이 좀비들을 음악실로 유인하려고 음악을 트는 장면이었는데 이때 나온 음악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이 그렇듯이 종교음악에 기원이 있는 곡인데 기독교에서 예수가 고난을 받고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만 불리는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라는 곡이다. 이 곡은 1638년 교황청 소속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시편 51편에 곡을 붙인 것으로 그 뜻은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지금도 ‘미제레레’는 화려한 궁정 음악이나 정교회 음악과는 차별화된 곡으로 성가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성에서 12성 합창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2] 꿈을 찾아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로 간 멋진 요리사 ‘SJ’ 여름의 무더운 날씨와 태풍의 피해로 힘든 시간을 견딘 후, 부는 아침과 저녁의 선선한 바람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오늘은 수업 후 귀가 길에 여의도 윤중로에 잠시 들러 차를 세우고 창밖을 바라보는 호사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옛 생각과 함께 반갑게 떠오르는 반가운 얼굴들,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맘때면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멋진 요리사로 활동 중인 SJ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2016년, 그날도 예외 없이 푸드카빙 동아리 지도를 위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제자들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제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우루루 내려와 수업 재료를 나눠들고 가방까지 받아 들곤 교실까지 쏜살같이 달려가 가방을 교탁위에 놓고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습니다. “전체 차렷, 인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애들아 잘 지냈지^^?” 이렇게 시작되는 수업은 K시에 위치한 특성화 고등학교의 카빙동아리 수업으로 월2회, 3년 정도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6]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봄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인파로 온종일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야외로 불러내기 때문일 겁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예쁘고 화려한 꽃을 심어두고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들판이나 산속에서는 소박한 야생화들도 인적 드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려고 꽃을 피우고 눈길을 잡으려 열심인 봄철입니다. 나른한 봄철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보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품종이 있습니다. ‘구슬붕’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키는 대부분 5cm 내외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에 비해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용담’이라 불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산과 들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의 구슬붕이를 만나면 누구나 무릎을 꿇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꽃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는 찾지 못하는 일이 흔한 품종입니다. 구슬붕이는 햇살이 비추는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5] 다문화자녀교육 이전에, 부모교육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의 자녀양육을 위한 부모교육에 대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학령기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양육(88.1%)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문화사회가 진전되면서 그간에 많은 연구자들이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관련기관들을 통해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이 지면을 빌어서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심해 본 진단과 함께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결혼이민자 당사자의 자존감 부족 국제결혼은 결혼중개업을 통해 많이 이루어집니다. 상호간의 언어와 문화이해가 선행되지 않아도 쉽게 외국 신부를 맞아들이고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결혼 이후의 한국생활에서 다양한 현실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가정의 주 양육자가 어머니인 것은 국제결혼 가정이라고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한국 사회 이해도가 낮고 한국어 능력이 미흡한 여
정조의 남한산성 답사 정조는 왕위에 오른 지 4년째인 정조 3년(1779) 8월 3일부터 10일까지 7박 8일 동안 답사(?)를 떠났다. 답사를 떠나는 첫째 이유는 여주의 한 곳을 특별히 들릴 목적이었다. 정조는 여주에 행차하여 신하들과 세종릉[英陵, 영릉], 효종릉[寧陵 영릉], 보은사[신륵사], 청심루[송시열] 등에 관한 말을 나눴다. 이 가운데 어느 곳이 답사의 첫째 이유였을까. 지금은 여주하면 세종대왕릉과 신륵사가 대표적인 명소이지만 정조의 나들이 목적은 효종릉 참배였다. 1779년은 효종이 서거한지 120주년 되는 해였다. 지금은 1백 주년, 2백 주년이 큰 기념일이지만 예전에는 60년, 120년 등 60주기가 의미 있는 기념일이었다. 정조가 효종릉을 찾은 것은 인조-효종-현종-숙종-영조-정조로 이어지는 왕통의 정당성과 인조반정의 대의명분이었던 사대주의 ‘존명배청’ (尊明排淸)의 확인 작업이었다.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소현세자와 함께 봉림대군[효종]은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갔다. 나중에 돌아와 소현세자 대신 조선의 왕이 된 효종은 지난날의 치욕을 씻기 위해 청나라를 물리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정조는 영릉을 참배하러 가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0] 활을 쏴라, 겉모습만 스님이다!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편찬한《삼국유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성여왕(?)의 막내아들 양패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바다의 해적들이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활을 잘 쏘는 궁사 50명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배가 곡도(백령도)에 이르렀을 때 풍랑이 며칠간 크게 일어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사람을 시켜 점을 쳐보았더니 이 섬의 신령스런 못에 제사를 드리라고 하였다. 그날 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활 잘 쏘는 한 사람을 남겨놓고 가면 풍랑이 멈추고 순풍이 불 거라고 하였다. 50명의 궁사들은 제비로 남을 사람을 정하기로 했다. 나무에 자기 이름을 써서 물에 띄어서 가라앉는 사람이 남기로 했다. 당연히 모두 물 위에 뜨겠지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거타지’란 이름을 적은 나무만이 물속에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거타지를 남겨놓고 떠나니 바람이 순풍으로 바뀌었다. 거타지는 앞으로 이 섬에서 어떻게 지낼까 근신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나는 서쪽 바다의 신, 해약이요. 그런데 매일 어떤 중이 해가 뜰 때면 하늘에서 내려와 다라니(주문)를 외운다오. 그럼 우리 부부와 우리 자손들이 물속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너와 나의 이웃으로-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 경남 김해 ‘장유’, 첫걸음을 내딛다 1996년. 경남 김해시 ‘장유’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산업연수생이었습니다. 당시는 외국인력 관련법이나 제도, 정책이 수립되기 전이었고, 관련기관들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연수생이라 한 달 평균 월급이 30만 원대로 매우 적었고,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무시와 차별, 욕설, 폭행 등을 당해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했죠. 또 회사를 뛰쳐나오면 불법체류자가 되니 그런 점을 이용해서 착취하는 악덕업자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주변상황은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이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낯선 이들에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인 사장님께 당부하는 일을 시작으로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한국문화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법이나 정책 및 제도가 건전하게 잘 수립될 수 있도록 대정부활동도 하기 시작했죠.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시작된 다문화 사회 88올림픽 전후로 시작된 건설 붐과 더불어 92년 중국과의 수교가 재개되면서 많은 동포들이 들어왔어요. 국가개발을 위한 인력수급이 필요했던 상황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2] 11월의 허브이야기‘Yarrow’(야로우) 학명 Achillea Millefolium Yarrow란 이름은 이 식물의 앵글로색슨 명인 ‘gearwe’, 네덜란드 명인 ‘yerw’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milfoil’이라 하는데 종명인 millefolium 즉, 라틴어의 ‘많다’라는 뜻으로 1,000을 의미하는 ‘mille’과 잎이라는 뜻의 ‘foliu’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톱니가 많은, 무수한 많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톱풀’이라 불리고 있으며, 톱풀을 봄나물로 먹습니다. 서양에서 ‘야로우’는 학명인 ‘아킬레야’로도 통용되며 예부터 상처의 치료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상용으로서 꽃빛이 아름답고 다양해서 화단용으로 부르는 이름은 ‘아킬레야’라고 하고 약용의 ‘허브차’(茶)로 이용할 때는 ‘야로우 차’(yarrow tea)라 하여 자칫 별개의 식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학명의 Achillea는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킬레스’(Achilles)가 트로이전쟁 때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고친 데서 붙여졌다 합니다. 아킬레스는 반인반
[바다의 문법이야기 20]‘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넘어 별에 이르도록)’ 겨울 요트 여행기 (5) 새벽 5시, 배를 묶어둔 낚싯배에 인기척이 들려 잠을 깼다. 항구 안에는 아직 12월의 어둠이 가득, 미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옆 낚싯배가 곧 출항을 할 것 같아 황급히 크루들을 깨우고 줄을 풀러 후진으로 요트를 뺐다. 깨자마자 잠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두꺼운 파카 하나만 걸치고 작은 항 안에서 출항하는 새벽 배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요트를 조종했다. 안크루는 서둘러 기름을 넣고 조크루는 출항 준비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동이 트고 앞이 보여 드디어 출발이 가능하다. 모항항 입구 쪽에 암초가 있어서 암초를 피해 우회전 한 뒤 거리를 줄이려 섬에 붙어 전진한다. 파도는 어제보다 많이 줄어 마음이 편한데 물때가 문제다. 엔진을 3천 RPM까지 밀었는데 속도가 3.8노트. 2노트 가량의 조류가 배 전진 방향의 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해가 질 때까지 목표하는 서해 갑문에 도착하기는 글렀다. 바람마저 정면에서 불어 세일도 쓸 수 없다. 이럴 땐 물때가 바뀔 때까지 인내하는 수밖에. 예측을 보니 정오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