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해초 진, 김지수 - 한상기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물개로 변신한 꼬마 멧돼지, 모래사장을 안방 삼아 둥글뒹글 구르다가 마침내 해초를 뒤집어 쓰고 아가씨가 되었다 덕.분.에. 모터보트에 등이 까여 울고있던 바다가 허연 이빨 드러내고 써~~~억 웃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 열 개의 별 매일 아침 SNS에서 ‘과거의 오늘’ 알람이 뜬다. 과거의 나는 터키, 스페인,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홍콩, 마닐라, 제주에 있었다. 횡으로는 불가능한 동선이 종으로는 하루에 가능하다. 놀라운 축지법이다. 오십삼 년 동안 반복했던 ‘과거의 오늘’을 모아 글을 써도 한 편의 여행기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도 매한가지다. 그 순례작만 모아도 내 마음에 열 개의 별이 뜬다. ‘그림자에도 빛이 있음’을 보여준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를 사랑하여 오르세 미술관 5층에 자리 잡은 그의 그림을 보려고 넓은 역사를 헤맸던 17년 전이 떠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며 그림 앞에 섰을 때, 빛이 쏟아져 나왔던 순간. UFO에서 지상에 빛을 쪼이듯 빛의 물살 세례가 퍼부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모네의 그림은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미술관에 그의 그림이 꼭 한두 점씩 전시되어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연이 우리를 엮어주는 기분이다. 내 눈에는 늘 그의 그림이 들어온다. 다작의 작가인데다 명성이 높아서임을 감안한다 해도 나의 미술관 순례에는 언제나 그가 동행했다. 볼로뉴 숲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정원
“나도 건물 그려보고 싶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 중 그림을 포기할까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건물이었습니다.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편이라 주차를 배울 때도 애를 먹었던 사람이기에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두께, 거리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 두세 번 정도 건물을 그리고 실망하는 마음에 더 이상 그리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힘겹게 그린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저의 부족함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노력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은 작업을 피해버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대신 자연물을 계속 그렸습니다. 두 번의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저는 두 번 모두 꽃과 나비 등 자연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모란을 그리면서도 유럽의 웅장한 건물 그림을 슬쩍슬쩍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에 남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포기했던 건물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마카 드로잉’을 시작한지 4년. 계속된 미련과 아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에 들
자연과 민속음악에서 음의 자유로움을 발견하다 20세기 현대 음악의 선구자 ‘벨라 바르톡’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서울 나들이. 오랜만에 찾은 마로니에 공원은 그간 코로나로 막혀있던 공연들이 하나둘 다시 시작되면서 제법 활기차 보였습니다. 음악회가 있는 ‘예술가의 집’바로 앞 야외무대에서도 한 연주자가 열정적으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었지요. 오늘은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 음악회 속에서 처음 만난, 생소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친근한 헝가리의 작곡가 벨라 바르톡 (Bela Bartok, 1881~1945)을 소개해 볼까합니다. 첫인상_현대화된 오래됨의 독특한 매력 먼저 여러분이 궁금하지 않도록 바르톡을 중심으로 공연의 소감을 짧게라도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겠죠? 이번 공연된 바르톡의 작품들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헝거리 전통 민요들이었는데, 해학적이고 솔직한 가사의 성악파트는 분명 민요의 그것인데, 함께 연주된 피아노의 음들은 노래와 상관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대음악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어색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해 보이는 조합임에도 가사가 표현하는 곡의 느낌이 충분히 전달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아름다움과 자유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
[전선영의 시로 보는 마음 1] 저는 시를 통해 잃어버린 슬픔을 찾았습니다. 저는 누군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늘 똑같은 대답을 해요. “저의 꿈은 행복한 가정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요. 저는 어릴 적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좀 특이했던 점은 엄마가 형편이 되면 엄마랑 살고 아빠가 형편이 되면 아빠랑 사는 한 부모 가정이었어요. 경제적인 문제와 서로의 성격차이, 서로가 용서할 수 없었던 부분 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함께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가 안전한 그늘이 되어주지 못할 때 아이는 아이다움을 포기하고 일찍부터 어른이 되는 가 봅니다. 저도 일찍부터 어른의 역할을 하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중 가장 마음 아픈 상실은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에요. 어느 날 엄마가 저와 제 여동생을 세워놓고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없을 거야. 당분간, 둘이 의지하고 서로 잘 돌봐주며 지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이처럼 떼를 쓰며 울어야 했는데 울지 않았습니다. “알겠어 엄마”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날 하교를 한 후 저는 엄마의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2] 우리 같이 낙서해요~~ 학창 시절 교과서에 했던 낙서들 기억하시나요? 동그라미, 네모에 색을 채우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정교해지는 낙서의 퀄리티. 교과서 속 인물들의 헤어스타일을 바꿔주고, 말풍선을 만들어 글을 적으며 친구와 키득키득 숨죽여 웃었던 기억. 때론 치열해보일 정도로 낙서에 집중을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그림 천재는 아닐까?’ 의심되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 자랑하고 돌려보는 일도 있었지요. 우리는 언제 낙서를 하게 될까요? 꼭‘낙서를 해야지!’라고 마음먹지 않아도 그저 손에 잡힌 펜과 종이가 있으면 무심코 끼적끼적 그림을 이어가기도 하고, 전화를 받는 동안 상대방이 말한 단어를 의미 없이 반복해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채워지는 여백에 마음도 같이 채워지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손을 움직였던 것도 같습니다.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그림을 못 그린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마도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웠던 비율, 빛과 어둠의 표현, 구도와 자세, 소실점 등의 기법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그림에 대한 흥미를 부담감으로 바꾸어 놓았을지도
역사의 두 파도 속에 삼키어진 천재 음악가 프로코피에프의 자화상 -‘피터와 늑대’(1936)를 들으며 혹시‘제 발로 찾아온 사슴’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어 본적이 있나요? 사냥꾼에게 쫓겨 다급해진 사슴이 자유롭게 숨을 수 있는 산이 아닌, 외양간으로 숨어들었다가 집주인에게 손쉽게 잡혀버린 이야기죠. 외양간의 황소가 빨리 산으로 도망가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여물까지 얻어먹다 시간을 놓쳐 버렸으니, 제 무덤을 판 어리석은 사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사슴과 같은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린 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바로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피터와 늑대’입니다. 자유의 기회를 걷어 찬 프로코피예프 1917년, 기울어져 가던 러시아 제국을 끝장낸 볼셰비키 혁명은 소비에트 정권을 세웠습니다. 러시아 사회 전체를 휩쓴 혁명의 폭풍은 서양음악의 변두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던 러시아 음악에 있어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눈치 빠르게 서방세계로 탈출한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쇼스타코비치와 같이 소련 안에 남
[눈으로 들은 음악회]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티볼트의 죽음 [궁궁 쾅쿵쾅... 로미오와 마주한 티볼트. 두 사람은 현악기의 긴장감속에 서로를 주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중간중간 관악기의 중저음 속에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치명타를 주고 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결투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마침내 로미오의 칼끝은 티볼트의 급소를 찌르고 티볼트는 괴로워하며 뒷걸음으로 쓰러지고 만다. 캐플랫 가문은 모두 침통해하며 티볼트의 장례를 거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몬테규 가문에 선전포고라도 하듯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티볼트를 애도하며 행진을 한다] 프로코피에프Prokofiev(1891~1953)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제1번’중 ‘티볼트의 죽음’을 듣는 중에 제 눈앞으로 그려본 스토리입니다. 분명 ‘성남시립 교향악단’이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을 제 귀에 들려주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는 주인공들이 마치 제 눈앞에서 공연하는 듯 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해본다면 ‘티볼트의 죽음’에서 불협화음들을 조금 더 많이 써서 로미오와 티볼트, 이 두 청년의 싸움을 한층 더 심각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 이 음악을 눈으로 보는 발레
‘반 클라이번’과 ‘임윤찬’우째 이런 일이… 올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한 임윤찬이 우승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또 한 번 올라갔다. 클래식분야이기 때문에 음악애호가들만의 이야기 거리였을 법한데, 의외로 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임윤찬과 관련된 유튜브의 조회 횟수와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회상해보면 한국인으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해 최초로 이름을 날린 피아니스트는 정명훈이었다.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했는데 정부주도하에 정명훈의 카퍼레이드가 있었다. 1974년, 아마도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공항중학교를 다녔는데, 전교생이 김포가도에 집결하여 손에 손에 태극기 깃발을 들고 정명훈의 입상을 축하하자는 카퍼레이드에 동원되었더랬다. 차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말았지만 어쨌거나 재밌었다. 반 클라이번의 카퍼레이드 반 클라이번은 1958년, 제1회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미국 국민들은 너무나 신나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를 벌였다.(이것을 본떠 정명훈의 카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꽃들의 이야기 속에서 역사의 현실을 생각해보다 by 도라 폐야체비치(Dora Pejačević)의 Blumenleben(꽃들의 인생) Op. 19(1904~1905) 중 NO.2‘Veilchen’(제비꽃) < 지난 달 초 황금연휴기간을 이용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의 열성 후원자 여러분들과 함께 4박 5일로 ‘표현훈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표현훈련’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서 10년이 넘게 해마다 봄, 가을에 정기적으로 해온 프로그램으로 금번에는 한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 중에 하나인 양양군 현북면에 위치한 ‘푸른하늘은하수팬션’에서 시간을 가졌는데, 앞으로는 동해바다를, 뒤로는 태백산맥을 두고 있는 환상적인 장소였습니다. 이전에도 몇 번 소개드렸듯이 ‘표현훈련’은 1) 마음에서부터 출발해, 2)생각하고 3)표현하고 그것을 4)행동으로 옮기는 인간 활동의 단계들 속에 세 번째인, ‘표현’을 어떻게 자유롭고 풍성하며 창조적으로 할 것인지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큰 주제로, 시(문학)를 짓고, 자화상(미술)을 그리며, 클래식 곡(음악)을 선정해 비평, 해설하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