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인간, 그리고 디자인 1] 집안의 미생물 디자인하기(1) 저는 현재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마을 중심으로 ‘공유지의 희극’ 과 ‘빛-생각 반짝’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에밀리 앤시스의《The Great Indoors》(한국어 제목: 우리는 실내형 인간)라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실내 종’ 코로나19로 자동차 보험사들이 활짝 웃을 만큼 집에만 콕 박혀 머물러 생활하는 이른바 ‘집콕’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북미와 유럽 사람은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며, 제한된 옥외공간과는 달리 실내공간은 점점 더 확장되어 2017년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4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실내공간 면적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년 일본의 바닥 면적만큼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확장입니다. 바야흐로 인간은 명실상부한 실내형 종이 되어 가고 있으며, 실내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실내 생태계 속의 인간 그런데 집콕의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1] 우리 집에 한옥(韓屋)이 들어왔다 사람들에게 한옥 짓는 일을 한다고 말하면 가끔 “소장님은 어디 사세요?, 한옥에 사시죠?”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한옥사무실에서 일해요. 그리고 한옥호텔을 운영해요.”라고 동문서답하듯 사는 집은 한옥이 아님을 넌지시 알린다.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대답을 피하는 것은 낡은 빌라에 살기 때문이다. 회사를 차리고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얻은 집은데 한옥에 살고 싶었으나 비싸서 당시에는 살 엄두를 못 냈다. 한옥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실제 살고 싶냐 물으면 추위, 공사비용,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살기는 쉽지 않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나도 한옥을 짓는 일을 하면서 한옥관리의 노하우를 알기 위해 한옥호텔을 운영하고, 일하는 사무실도 한옥을 고쳐 8년 이상 경험했지만 온전히 내가 사는 집이 아니기에, 건축주들에게 한옥집의 경험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살고 있던 빌라의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집을 알아봐야 했는데 여전히 도심의 한옥을 매입하거나 땅을 사서 한옥을 짓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아파트를 얻거나 더 멀
[공간과 빛과 인간시리즈 1] “여보, 부모님 방에 전등 바꿔드려야겠어요.”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공간인식 “인간은 환경-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자신이 만든 공간-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빚어내는 적극적 존재라는 것이죠. 점잖은 사장도 예비군 군복만 입으면 본능에 충실해져 노상방뇨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보게 되는데, 옷 하나 바뀐 것으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요? 더군다나 북미와 유럽에서는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니 집과 사무실 같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건축,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다 얼마 전, 일산에서 열린 가장 큰 건축박람회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온도와 습도, 공기 등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 전시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건축이 디자인과 내외장 재료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건축 공간 안을 얼마나 인간에게 쾌적하고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