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Lamium amplexicaule) 어느 해 겨울이었습니다. 늦은 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먹거리를 주문하고는 문밖에서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슴 한쪽이 빈 것 같은 나날이 이어집니다. 마음을 추스르려 들판을 무작정 걸어봅니다. 양지바른 둔덕에 광대나물이 피어있습니다. 광대나물은 3~5월이 개화기입니다만, 무슨 연유인지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고 길을 걷는 저를 바라보며 광대짓을 하며 흔들거립니다. 겨울이면 당연한 일이지만 눈이 내렸습니다. 눈치도 없이 깊은 겨울에 꽃이 피어있던 광대나물이 걱정스러워 들판으로 달려가 봅니다. 눈을 뒤짚어쓰고도 어떤 일도 없었던 듯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광대나물은 잡초로 취급되는 야생화입니다. 눈을 뒤집어쓰고도 꽃을 피우고 있었던 들판의 광대나물의 꽃말은 ‘봄맞이’입니다. 아마도 가슴 시린 겨울도 어느 날 지나갈 것입니다. 꽃말처럼 흥겨움으로 봄을 맞이할 날을 기다리며 찬바람 들어오는 현관문을 단속해 봅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아로마테라피’, 첫발을 내 딛다 향유의 본고장 아로마테라피의 기원은 약 6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집트에서 시작된 향유 요법은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거치며 발전하였고, 인도의 종교적 영향을 받아 전신,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치유하는 방법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치유법은 로마 제국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페르시아에서는 향유 추출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증류법이 10세기에 발명되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향유 문화는 이집트에서 유럽으로, 동시에 페르시아를 거쳐 프랑스로 전파되었으며, 프랑스는 대규모 향수 제조와 재배 단지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합성 향료 개발에서도 프랑스가 선두를 차지하였죠. 그러나 전통적인 향유 치료법은 영국에서 연구와 기술 보존을 통해 더욱 발전하였고, 영국은 현재 전통적 아로마테라피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천연 향유의 에너지 아로마테라피는 건강 유지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 피부 미용 등 다양한 치유 효과를 제공합니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향료는 지속적으로 맡을 경우 두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자연 향유는 ‘기’라는 생명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 이러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온도 차이 2024년 12월부터 제2의 인생 2막으로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0대 후반을 살아오면서 동아리모임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강의를 연이어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첫 강의 시작하기 전날 시뮬레이션으로 앞에 학생들이 있다 생각하고, 3시간 계속 강의를 해보았는데 말이 꼬이고, 목도 마르고, 입안이 쩍쩍 붙기도 했습니다. 신생아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30~40분 정도 산모 교육 후, 몸에 에너지가 쑥 빠져 나가는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 당시 ‘난 이리 30~40분 교육하는 것도 힘든데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선생님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실전에 임해야 하는 강의 첫날, 아~ 글쎄 말입니다. 처음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체크하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의연한 척 이름을 부르고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면서 마치 떨지 않는 것 처럼 했습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끝말까지 정확히 발음을 하고자 노력하며 강의를 시작하는데, 몸에서 열도 나고, 땀도
[임작가의 K-Classic(국악) 톺아 듣기] 안숙선 명창의 Last Dance; 2024 국립극장 ‘송년 판소리’ 후기 북쪽 한파가 내린 맑고 높고 추운 날이었다. 국립극장 산기슭 구석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파를 피해 웅숭그린 몸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몇 개월 전 민속극장 풍류의 제자발표회에서 뵈었을 땐 건강이 좋아진 모습을 보이셔서 전설의 ‘쑥대머리’를 직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전성기 시절 안숙선 명창의 춘향가 앨범의 쑥대머리 대목을 서울을 향하는 차 안에서 즐겁게 또 잔뜩 들어둔 터였다. 매년 구하기 힘든 국립극장 송년 판소리 좌석표라 하루에 두세 번씩 극장 사이트에 들어가 빈자리가 혹시 없나, 더 좋은 자리가 없을까 하고 2층 끝자리에서 자리를 바꾸기 시작해 공연 이틀 전 기적적으로 1층 두 번째 줄 가운데 자리가 하나 비워져, 환호를 지르며 서둘러 자리를 확보한 참이었다. 혹시 엔딩쯤에 한 두 컷이라도 귀한 선생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카메라를 챙겼다. ‘왜 홀로그램을... 선생님 몸이 많이 아프신가?’ 공연이 시작되고 컴컴해진 장내, 엷은 조명이 켜지고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홀로그램 속 주황색 한복을 입으
갱년기의 고통을 겪어 보셨나요? - 우리의 딸들에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얘기해 줍시다. 갱년기는 여성의 일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갱년기를 잘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분 섭취,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이러한 갱년기 증상을 미리 예방하고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조카 아이가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어서 안타까워한 적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라서 주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짜증과 신경질이 심해지고 불안한 증세까지 있었는데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갱년기 장애의 한 예 입니다. 1. 갱년기의 다양한 증상들 1) 안면 홍조: 안면 홍조는 갱년기의 상징적인 증상으로 갑작스러운 열감으로 얼굴에 주로 나타납니다. 이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하여 체온 조절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밤에 수면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2) 야간 발한: 밤에 과도한 땀을 흘리며 안면 홍조와 함께 나타납니다. 3) 감정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노화를 잡자!! -늙음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노화란 단순히 나이를 먹기 때문에 오는 현상만은 아닙니다. 노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나이가 들면서 오는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외모가 늙어가는 것뿐 아니라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더 큰일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50대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노화라는 단어는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었죠. 그러나 지금 시기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노화를 예방하는 습관을 실천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생활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노화 과정을 늦추거나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노화 방지를 위해 권장되는 항 노화를 위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 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항노화를 위한 제안 1) 항노화 식단: 적정량의 단백질과 영양소를 섭취,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는 것과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하체 비만 고혈압, 당뇨병, 망막 건조증, 불면증 등 세포가 건조해서 생기는 증상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고지방, 고당류 식품을 피하고, 채소와 과일, 식이섬유 등을 충분히 섭취하
표트로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결핍, 러시아의 결핍 1878년 봄, 차이코프스키는 스위스 제네바 호수 근교의 클라렌스(Clarens)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상처를 달래고자 머물고 있었습니다. 레망호수로 불리는 호수 건너편은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려있는 지역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스위스의 풍경이 고스란히 상상이 됩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통스러운 결혼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애통과 슬픔이 절절히 바이올린의 카덴차에 담겨 호소를 하지요. 인생의 고통은 가끔 주위의 웅장한 대자연이나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승화하여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나곤 합니다. 그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 바로 한 해 전인 1887년 7월 18일 안토니나 밀리우코바와 결혼했습니다. 그녀로부터 끊임없는 구애와 협박도 있었고, 자신에게 있었던 소문(동성애) 또한 잠재워야 하는 현실 때문이었죠. 하지만 결혼 생활은 석 달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가정교사인 파니 뒤르바흐(Fanny Dürbach)를 통해 프랑스어와
33년, 오롯이 한 메뉴에만 올인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유대성’ 대표 남다른 어린 시절 저는 어렸을 때 별명이 장군이었어요. 남자아이들보다 이마가 시원하게 나왔고, 목소리가 지금도 활기차지만, 워낙 남자처럼 컸죠. 게다가 이름까지 큰 대(大)자에 이룰 성(成)으로 ‘유대성’이니 남자로 가끔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이런 저를 보고 여자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셨지요. 이름 때문인지, 아담한 체구에도 힘이 좋았던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 검도를 배웠습니다. 검력이 남달라서 남자들도 저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죠. 최근까지도 손님이 없는 오후 4시면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검도장을 걸어 다녔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고 재밌게 바라보곤 하지요.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신력과 의지가 단련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힘으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이하 왱이집)을 33년째 운영해온 것 같습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12만원으로 시작 3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문을 열 때 매번 아침에 일어나 ‘오늘을 잘할 수 있을까?’,‘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
“오늘, 저랑 유치원 가실래요?”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던 스위프트는 늙으면 이렇게 하리라 작심한 10계명 중 하나가 있습니다. “(늙으면) 손주(녀)들하고 놀지 말라!” 저는 이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가 이 말을 한 이유는 만약 자신을 늙었다고 단순히 다음 세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를 보살피는 존재로 자신을 간주하면, 이미 스스로의 생애는 끝날 때가 되었다고 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큰 일이 아니라면 손주(녀)들을 돌보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지 않아야 하며, 자식은 역시 그 다음 세대인 아버지와 엄마의 손에 의해서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엄한 작정을 하고 사는 나에게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지 뭡니까.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다 우연히 그 엄마와 함께 타거나 내리는, 유치원생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초등생이 된 가연이를 만나면, 저에게 이런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옵니다. “오늘도 내가 횡재 했네, 가연이를 다 보다니!” 이건 도무지 나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살짝 걱정까지 드는 것에는 다음의 사연이 있습니다. 몇 년 전, 개그맨 남희석은 지나가는 개도 웃기려고 피나는 연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