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치며 삽시다!
‘폐’ 끼치며 삽시다! 요즘 우리는 ‘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예의 바른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줄까 봐 조심하고, 불편을 만들까 싶어 말을 아끼며 서로의 삶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라고 배워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연스러운 안부 인사조차 부담스럽고, 옆집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도 ‘누가 사는지’보다 ‘조용히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은 분명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이웃, 관계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리 두기는 한편으로 우리의 안전을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뉴스에서 듣는 각종 사건‧사고는 더 늘어나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의 일상에서는 누가 위험에 처했는지도 누가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웃끼리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은 범죄자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공동체라는 마지막 방어막을 약하게 만듭니다. 예전에는 이웃의 눈길만으로도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시와 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대부분 공권력이 대신합니다. 하지만 공권력은 항상 옆집 벽 너머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