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품(非品) 농산물’ 버릴까요? 속여서 팔까요? 아니면? 최근 당근으로 유명한 제주지역에서 비품 당근 유통으로 인한 농가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근의 시세가 평년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 데다가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작황 부족이 밭에서 버려진 비품 당근의 유통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주도의 한 농가는 ‘수확이 끝나면 작업 인력을 동원한 무리가 주인 허락도 없이 밭에 버려진 비품 당근을 싹쓸이 해가는 일이 허다해서 올해는 남아 있는 비품들울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수집된 비품 당근이 가공업체나 온라인을 통해 ‘못난이 당근’ 같은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된다는 것입니다. 업자들의 행위는 절도 이렇게 수확 후 남은 것들을 거두어 가는 것을 시골의 경우 좋은 의미에서 용인하기도 합니다. ‘이삭줍기’라는 것입니다. 작물을 수확시 한톨 남김없이 다 거두는 것이 아니라, 놓친 것들을 그대로 남겨두어 필요한 이웃들이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새나 짐승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구요. 그러나 지금처럼 작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인력을 동원해 남은 작물들을
아직도 먼 ‘자율 주행 농기계화’ ‘자율주행 농기계’라는 단어는 시골에 사는 농부에게도 익숙한 용어입니다. 농기계 회사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정부차원에서의 지원금과 관련된 홍보 덕분입니다. 물론 농부들의 관심도 있구요, 하지만 주변을 눈씻고 찾아보아도 자율 주행 농기계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합니다. ‘자율 주행 농기계’로 전환해야 쉽게 농사할 수 있고, 인력난도 해결할 수 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은 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현실화되지 못할까요? ▶ (출처 : 한국농정신문)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성들 사실 농업과 관련한 세 주체 즉 농부, 농업기계회사, 정부가 생각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그 결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농부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경로 설정 등 작업에 필요한 과정들을 설정해 놓고 작동시킨 후 지켜보면서 부수적인 것들을 챙기거나, 아니면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면에서 부담을 느낍니다. 대규모 농업을 하는 농가 외에는 엄두를 못내는 실정인 것이지요. 두 번째 농기계 회사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회
농부의 눈으로 본 태양광 정책!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2년전 일입니다. 귀농해서 나름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버섯 농사를 짓던 칠십세 정도 되시는 분의 긴급 호출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자기 집 앞을 가로 막는 태양광 설치 신청서가 군청에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좀 도와달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태양광 허가 담당자를 찾아가 ‘태양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신청하면 무조건 허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고 따져 보았습니다. 심지어 ‘태양광 설치의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 지자체 장이 허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례와 ‘태양광 신청의 경우 무조건 허가해야 한다’는 시행 규칙이 충돌할 경우, 조례가 우선 적용되어 주변 상황 따라 허가해야 한다고 부당함을 제기 하였지만 정부시책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태양광 설치를 철회하는 바람에 잘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주변 마을에는 ‘태양광 무조건 설치 허가 절대 반대!’라는 플랜카드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출처 : 농민신문 태양광을 둘러싼 분쟁 원인 분
스마트 농업 스마트 농업인 ‘스마트 농업’이 앞으로 대세다, 스마트 농업만이 살길이다, 스마트 농업으로 전환해야한다 라는 말들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주변 농가들이나, 타지역의 농가들을 보면 스마트 농업을 잘 적용하고 실제로 성공한 경우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년 후계농’ 또는 전략적 ‘스마트 농업단지’로 조성된 곳 외에는 말이지요. 지자체마다 있는 농업기술센터나, 많은 매체에서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혹 교육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고령층을 이루는 농업인들이 스마트 농업에 대한 오해 때문인지 답을 찾아보지만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 상주 농업기술센터 스마트팜 교육 (출처 : 농민신문) 눈높이에 맞는 교육으로의 전환 이런 상황들을 두고 2024년 연말부터 각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 2025년 농업을 위한 방향성으로 ‘스마트 농업’의 구체적 적용을 위한 교육들이 개최가 되었는데 저도 직접 참가해 보았습니다. 특히 이번 교육에서 조영열 제주대학교 원예환경과 교수가 “거액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투자하는 것만 스마트농업이 아닙니다. 실천 가능한 것부터 지능형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
[상상농부 이야기 6] 농산물 흘려보내기 운동을 시작하며 (FM : Flowing Movement) 제가 농사를 짓는 평창군 방림면은 매해 때마다 고랭지 채소를 수확하느라 늘 바쁩니다. 농산물 시장으로 가는 대형 트럭들이 농로(農路)마다 줄지어 서있고, 조금이라도 수확이 늦을세라 수십 명의 인부들을 재촉하는 농부들의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흔하게 보이는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확하고 밭에 남은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상추 등의 채소들입니다. 대부분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밭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버려지는 녀석들의 기준점은 ‘상품성’입니다. 배추로 예를 들면 흠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수확되는 녀석들과 되지 않는 녀석들은 맛의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입니다. 작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작은 못난이 녀석들까지 버리지 않고 말려서 사용하는 버섯 재배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풍경입니다. 상품성 떨어지는 버섯을 완전 헐값(?)에 유통에 넘기는 모습이나 차라리 밭에 그냥 버리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농가들의 모습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지요.
찾아가는 ‘농촌 왕진버스’ good! 찾아가는 ‘농촌 문화버스’ best! 농촌의 열악한 의료 현실 농부로서 가장 불편한 것은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입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다치거나 때론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오고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까 참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끔씩 오는 의료 봉사 방문이 있지만 간단한 건강검진 차원이어서 많은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올해부터 시작한 ‘농촌 왕진버스’는 의료가뭄에 시달리는 농촌에 그야말로 ‘의료 단비’입니다. ▲ 찾아가는 농촌 왕진버스 (출처 : 농민신문) 의료 단비, 농촌 왕진 버스 농촌 왕진 버스는 올해 처음 도입된 것으로 농림축산부, 지자체, 농협, 27개 의료기관이 적극 참여해서 전국 9만여명의 농촌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의료가 취약한 농촌 마을의 강당·체육관 등에 임시진료실을 마련하고 농촌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왕진 버스라는 취지에 맞게 이동순회버스를 통해 고령자와 취약계층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농업인들이 주로 앓고 있는 근골격계
어글리(ugly) 농산물? 러블리(lovely) 농산물! ▲ 버려지는 농산물 (출처 : 작약(블로그)) 대한민국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농산물 규모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대략 5조원으로 추정합니다. 그럼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얼마나 될까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말에 따르면 한해 13억톤으로 전체 농산물의 30%에 달한다고 합니다(2019년 기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부 기자로서 수확철만 되면 버려지는 수많은 농산물을 보곤 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옛 속담을 맹종해서일까? 공산품의 불량률과 달리 농산물의 경우는 겉모양 상관없이 영양소는 차이가 없는데도 겉으로 보이는 모양과 색깔이 어글리(못난이)냐 아니냐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사실 농산물은 아무리 농부가 최선을 다해서 작물 재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후 환경(온도, 빛, 수분), 토양 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수확물 일명 못난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품성 판매 기준을 따른다면 심한 경우 수확 자체를 포기 할 수밖에 없구요. 원가로 가져가라 해도 농산물 유통상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지요. 어
유예 연장 vs 유예 불가의 첨예한 대립 어떻게 해결할까요? (산란계 축산법 시행령을 앞두고) 산란계 사육 현황 2022년말 기준으로 국내 산란계 중 방목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닭은 451만9000마리로 전체 산란계의 6.1%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전부 공장식 사육이고 대부분의 달걀이 이렇게 생산된다. 그래서 가축 사육 농가들 특히 닭 사육을 하는 당신의 로망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열의 아홉은 방사 사육(자유롭게 방목해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도 안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넓은 시설 안에서 키우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이 말은 현재 대부분의 농가들이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더 나아가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시설에서 생산되는 달걀 등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산란계 사육 케이지(출처 : 생생비즈) 시행될 정부 정책 물론 정부는 2018년 9월 1일 개정된 축산법 시행령을 통해 2025년 9월부터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50%로 확대해야 하며, 기존 산란계 농장은 2025년 8월 31일까지 사용하던 케이지를 좀 더
[상상농부 이야기 11] 겨울 버섯을 아시나요? 2020년 3월경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버섯을 먹고 36명이 식중독에 걸리고 그 중에 4명이 사망하였다는 안타까운 기사였는데, 사실 이 버섯을 먹는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버섯을 재배하는 농부로서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이 버섯은 된장찌개에, 고기와 함께 굽거나, 스프 등에 절대 빠지지 않는 전 국민이 한번쯤은 먹어 본 ‘팽이 버섯’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왜 미국에서는 일어났을까요? 물론 한국과 미국의 식문화로 인한 차이 때문에 ‘리스테리아’라는 식중독 균이 이 상황을 야기했다고 추정합니다. 미국의 경우 샐러드 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생(生)으로 먹지 말아야 할 팽이버섯을 생으로 먹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토양이나 하천, 하수, 식물 등에서 발견되는 ‘리스테리아균’은 이 균에 오염된 채소나 버섯 등을 날 것으로 섭취할 경우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찌개에 넣거나 구워먹는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없이 영양소 풍부한 팽이 버섯을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 버섯이라고도 불리는 ‘팽이
[상상농부 이야기 9] 아이들도 좋아하는 버섯을 아시나요? 한 톨의 쌀이 수확되기까지 벼에 농부의 손길이 몇 번이나 가는지 들어본 적이 있나요? 여든 여덟 번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숫자는 아니겠지만 농부가 얼마나 큰 정성을 기울여야만 한 톨의 쌀이 수확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노력은 쌀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버섯들 속에도 담겨있답니다. 제가 재배하는 ‘송화고 버섯’도 마찬가지이고요. 한 송이의 버섯을 수확해서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가려면 셀 수 없을 만큼의 손길이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버섯들이 어떻게 재배되어 식탁에 올라가는지, 어떤 풍성한 영양소를 담고 있는지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제가 재배하는 송화고 버섯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상상농부가 키우는 송화고 버섯 ‘송화고 버섯’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송화고, 송고, 송화, 고송 등 말이지요. 하지만 공식적인 품종명은 ‘추재2호’입니다. 즉 동일한 종균에 동일한 버섯임에도 초기 재배하는 분들이 상표권 등록을 통해 독점화 하다 보니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