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성품개발을! 1-7 더불어 사는 삶] 메 아 리 네가 소리쳐 부르면 난 우뚝 산으로 설래. 네 목소린 내 마음 속에 깊이깊이 울려 퍼지겠지. 그걸 메아리로 돌려보낼래. - 너를 좋아해! - 너를 좋아해! - 정말이야! - 정말이야! 그러다 가끔 넌 장난도 치겠지 - 널 미워해! 그럼 난 움찔 놀랄거야. 하지만 난 흉내쟁이가 아냐. 얼른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래. - 그래도 난 널 좋아해! - 신 형 건 (1965-) 말하기는 듣기를 전제로 한다. 듣는 이가 없으면 말하는 이는 혼자 소리칠 따름이니 벙어리와 같다. 그래서 네가 말하면 나는 그 말을 받아쳐 울리는 산이 되어서 너와 나의 대화는 시작된다. 드디어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지. 산이 된 나는 너를 향해 반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네 소리는 여전히 내 맘 속에서도 반향되고 있어. 그래서 ‘널 좋아해’가 동일하게 나의 입에서도, 너의 입에서도 반복되지. ‘정말이고 말고’도 똑같이. 하지만 네가 치는 장난도 나는 좋아해. 우리의 관계는 어려움을 통해 발전되어야 하니까. ‘널 미워해’라는 장난스러운 혹은 심지어 삐뚤어진 너의 말이라도 나에게는 ‘너를 더욱 좋아해’로 들리거든. 그동안 너와 나는 서서
[시로 성품개발을! 1-6 열정] 어떤 舞姬(무희)의 춤 고개 숙여 악사들 줄을 울리고 자작나무 바람에 휘듯이 그녀 선율에 몸을 맡긴다 물결 흐르듯이 춤은 몹시 제약된 동작 “어찌 가려낼 수 있으랴 舞姬(무희)와 춤을” 白鳥(백조) 나래를 펴는 優雅(우아) 옥갈아 다듬었느니 맨발로 가시 위를 뛰는 듯 춤은 아파라 - 피 천 득 (1910-2007) - 주인공 무희은 서주(序奏)가 떠억하게 제대로 차비된 후에야 드디어 등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고 그 선율에 수동적으로 조용히 몸을 맡기며 따라가며 시작한다. 이윽고 도달하는 곳이 바람에 휘감기며 흔들리는 자작나무숲이구나. 일단 발동이 걸려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몸동작은 바람에 이어받아 물결처럼 흐르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최고의 완성점을 향해서 승화하는 중. 드디어 춤과 주인공 무녀가 일체가 되어 동작과 동작자가 구분이 안되는 순간에 도달하다니! 그 우아한 모습은 온 하늘을 덮듯이 쫘악 펼쳐진 백조의 날개와 같구나. 아뿔사, 바로 그 춤사위는 가시 위를 뛰어다니는 맨발의 피나는 열정적 훈련의 결과였다는 것이 보이는구나. 그 열정적 춤은 간단하게 보는 이에게는 기쁨을 주지만, 주인공 무희의 모
[시로 성품개발을! 1-5 인내] 과 일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철봉에 매달린 우리들 같아요 뚝 떨어질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는 과일들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어요 그래도 참고 있어요 참을성 많은 과일들 힘내라 힘내라 응원해 주고 싶어요 의자를 살짝 놓아주고 싶어요 - 박 두 순 (1949-) -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가면서 바람에 과일들이 많이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태풍에도 끄떡없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 동시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어가는 과일을 보면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떨어지지 않 으려고 꾹 참고 있는 것만 같다. 참아내느라 아이들처럼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다. 안간힘을 쓰며 입을 앙다물고 매달려 있는 과일을 보면 힘내라고 응원을 해 주고 싶다. 발 딛고 있으라고 의자라도 살짝 놓아주고 싶다. 단풍잎보다 더 빨갛게,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과일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익어가는 과일들을 보면 우리나라 가을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린 과일들이 떨어지지 말라고 응원을 보내자.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를 보내자
[시로 성품개발을! 1-4 용기] 여 름 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가뭄 든 땅에 비가 옵니다. 풀과 잎사귀 춤을 춥니다. 반가운 비가 고이 온다고.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쓸쓸한 맘에 비가 옵니다. 아무리 와도 꽃도 못 필 걸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잠든 동산에 비가 옵니다, 쓸데 없는 걸 비가 옵니다, 잠을 깨라고 비가 옵니다. - 김 소 월 - 여름비는 반가워서 내심으로 미소짓게 만듭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밭의 틈들을 요 이쁜 것들이 말끔하게 매꾸어주며 이윽고 자라날 풀과 잎들이 하늘 하늘 춤추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렇게 소망하던 소월 시인은 그 비를 보고 ‘꽃도 못 필 걸’, ‘쓸데 없는 걸’이라고만 펄썩 주저앉고 마네요. 그러니 그 비는 쓸쓸하거나 슬픈 비일 것도 같습니다. 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고 슬프기 때문이겠죠? ‘꽃도 못필 걸’ 하고 돌아앉지만 그래도 비는 내리고 또 내리고 주룩주룩 내립니다. 깊이 잠든 꽃동산을 가득 채운 쓸쓸함을 인내심을 가지고 내어쫒을 양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쓸 데 없는 걸’ 이라며 자조적 쓴 웃음을 짓지만, 드디어는 결국 인생의
[시로 성품개발을! 1-3 정직] 햇 살 에 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 호 승 - 먼지는 더럽지만, 그 보이지 않던 먼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한 햇살에게 감사하는 것, 하나. 한 껍질 더 벗긴 자각인 내가 바로 그 더러운 먼지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감사하는 것, 둘. 놀랍게도 한 껍질 더 벗긴 자각을 향하여 돌진. 즉 그런 먼지인 나라도 환한 햇빛이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치는 것에 대한 감사, 셋. 아침부터 감사 삼총사를 만나는 멋진 출발이다.
[시로 성품개발을! 1-2 소망] 하 늘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 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디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 박 인 술 -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이 신세한탄이나 푸념이 아니라 적어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잠깐 쉰 후에 더 깊은 숨을 품고 내쉬며 하늘 너머 더 깊은 곳에 도달한다면 더 좋겠지? 그렇다면 일단 하늘을 바라보는 그 눈으로 남을 향한 비난이나 자신을 향한 비관을 하늘에 투사하는 걸 멈추겠지. 드디어는 그 모든 좋고 나쁜 만남들과 경험들을 진정한 유익을 위해 섭리하시는 분에게 내 눈이 도달한다면, 없어지지 않는 소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시로 성품개발을! 시리즈 1-1 사랑] 은 영 세 탁 소 아이들은 나를 ‘은영세탁소’ 라고 부른다 이젠 괜찮지만 그래 괜찮지만 내 이름을 간판에 걸고 일해 오신 아버지처럼 나도 정말 남들을 깨끗하게 빨아 주고 남들의 구겨진 곳 곧게 펴 주고 싶다 아버지의 주름살을 제일 먼저 펴 드리고 싶다. - 남 호 섭 (1962- ) - 엄마들은 나를 ‘세탁소집 딸’ 그저 평범하게, 그리고 아이들은 그냥 ‘은영세탁소’라고 약간 조롱을 섞어 부른다. 처음에는 속이 상했고 싫었다. 그저 그런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나도 그저 그런 사람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이.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이제는 괜찮다. 생각을 바꾸니 말이다. 어떻게? 아버지의 일이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빠는 기쁨은 빨래를 해본 사람은 안다. 나도 커서 다른 사람들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그 마음의 구겨진 것을 펴는 일을 한다면 그런 기쁨을 얻겠지. 그러면 나는 ‘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그 딸’이 되겠지. 그런데 자세히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웬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다림질해서 펴드리고 싶은 것은 깊어지는 아버지의
[새로운 칼럼을 시작합니다 : 시로 성품개발을!] 이 시리즈의 목적은 이름대로 ‘시로 성품개발하기!’입니다. 그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21세기에 이르러 GenerativeAI 시대에 이르러 인간이 비인간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기계와 로봇과 AI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이럴수록 한 인간이 살아있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간이 되며, 또 그런 인간들로 차가운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이루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해 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했고 또 매우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바로 문학, 즉 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탁월한 시들이 가진 사람의 마음을 깊이 감동, 감화시키는 큰 장점을 사용하여 폐허화된 인간 마음 속의 좋은 품성들을 고양시키고, 그렇게 고양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따뜻한 삶들을 이루는 목표로 ‘시로 성품개발을!’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개발하려 하는 품성의 종류는 총 16가지입니다. 1. 사랑 2. 소망 3. 정직 4. 용기 5. 인내 6. 열정 7. 더불어 사는 삶 8. 도전(하는 자세) 9. 명상, 상상력 10. 절제 11. 고통(을 견디는 자세) 12. 근면 13. 죽음을 준비하는 삶 14. 단
[철학시/종교시/문학시] 재미와 의미의 확률론 - 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의 죽음을 추도하며1) I 의미있다 따라서 재미있다 원래 그랬겠지 그런데 있는 것 같지만 껍질만 남은 의미 재미도 덩달아 사라져 그렇다고 실패한 명제일까 아니야, ‘창조’해보면 ‘재미’생기지 게을렀던 거야 재미없다 물론 의미도 없지 재미만 계속 추구하면 흥미 때문에 도박에 중독된 도스또옙스끼 꼴 되지 하지만 사형집행 5분전 정지와 시베리아 유형으로 이미 죽음 삶의 의미를 관통한 그라도 의미 없는 도박을 계속하는 괴물 된 자신을 들여다 보고 화들짝 놀라 ‘도박꾼’이란 작품으로 의미를 창조하여 나이 듦과 함께 서서히 회복되어갔지 의미있지만 재미는 없어 또는 재미없어도 의미있으면 돼 순교, 영 재미없고 무시무시하지 정확하게는 ‘재미없어 보이는 척하고 외면해버리지’ 하지만 순교의 순간 삼위일체 하나님 경험한다면 폭발하지 않겠어 충만하지 않겠어 재미 흥미 환상 기쁨 스데반처럼2) 재미는 있는데 의미는 없네 또는 의미없어도 재미있으면 돼 게임자판을 엄청나게 눌러대며 영원히 잊어서 정지되는 시간 그래서 시계를 없앤 마귀적 방 백화점, 게임방 쉴 새 없이 물건 사대다가, 오징어 게임하다가
음악의 바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빠져 마음껏 헤엄치며 세상을 매료시킨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19세기 초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은 잠자고 있던 바흐(1685~1750)의 오라토리오 ‘마태 수난곡’(BWV 244)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마태 수난곡’이멘델스존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후, 바흐의 작품 전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게 되었죠. 그로부터 100년이 넘게 흐른 1955년, 캐나다의 23살 젊은 피아니스트가 바흐의 작품 하나를 들고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바흐의 작품번호(BWV) 988번, 우리에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변주곡인데, 원래는 ‘2단 건반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변주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클라비어 연습곡’이라는 긴 제목의 곡입니다. 대위법으로 치밀하고 복잡하게 구성된 이 변주곡은 그 때까지만 해도 연주자들에게나 청중에게나 무미건조한 톤의 매력 없는 작품으로 여겨져 잘 연주되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이 곡은 수많은 청중의 귀와 마음까지 사로잡는 위대한 곡으로 탈바꿈하게 되니, 바로 음악 못지않은 특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