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 (Ilex cornuta)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냉기가 귓가를 스치며 지나가면 온몸이 떨립니다. 혹여나 감기라도 걸릴 것 같아 옷깃을 여밉니다. 산과 들의 식물들은 모두 겨울잠에 들어간 것 같지만 남부지방에는 늘 푸른 나무가 추운 겨울인데도 반짝이는 잎을 뽐내고 있습니다. 겨울을 즐기는 푸른 나무는 ‘호랑가시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따스한 봄날 자잘한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기고, 추운 겨울에는 구슬처럼 생긴 붉은 열매로 눈길을 잡는 품종입니다. 호랑가시나무를 모르는 분들도 마음을 가다듬고 이 나무를 바라보면 어딘가 낯이 익는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릴 적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릴 때 식물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잎을 그렸는데 그것이 이 호랑가시나무 잎이었고 거기에 더하여 붉은 열매까지 그렸으니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호랑가시나무를 이용해 둥근모양을 만들어 문에 걸어 두는 장식품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문이나 벽을 호랑가시나무로 장식을 하고 연말과 연시를 즐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동양에서 액운을 막는 나무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새해에는 액운은 막히고 좋
12월의 아로마테라피 동방박사가 선택한 향, 미르(Myrrh)와 유향(Frankincense) 12월은 한 해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품은 시간이죠. 이 계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겹쳐집니다. 별을 따라 이동한 동방박사들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바친 세 가지 선물, 황금·유향·미르. 그중에서도 향을 지닌 두 선물, 유향과 미르는 단순한 향료가 아니라 생명과 치유, 신성과 인간을 잇는 상징이었습니다. 왜 동방박사는 유향과 미르를 선택했을까 동방박사들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천문학자이자 약초학자,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들이 선물을 고를 때 기준은 분명했을 것입니다. 유향(Frankincense)은 신에게 바치는 향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히브리 전통에서 유향은 신전의 공기를 정화하고 인간의 기도를 하늘로 올리는 매개체였던 것이죠. 또 유향은 신성을 의미했습니다. 미르(Myrrh)는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약이었죠. 산모의 회복, 상처 치유, 방부와 진통에 사용되었고, 훗날 장례 의식에도 쓰였습니다. 미르는 인간의 몸을 의미했고 오늘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미이라’라고 부른 것도
또 다른 12월 3일, 동덕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새로 기억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죠. 비상계엄은 위헌으로 판명되어 대통령은 파면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재판은 1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2월 3일은 역사의 비극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이지만 국민의 힘으로 막아냈기 때문에 국민주권 승리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250년 전 영조 때인 1775년 12월 3일(음력)의 일입니다. 영조는 세손인 정조에게 대리청정을 맡기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홍인한 등이 이를 저지하려 했습니다. 세손의 입장에서는 대리청정이 문제가 아니라 장차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서명선이 나서서 홍인한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세손은 대리청정 이후 왕위에 올랐고 이후 ‘동덕회’란 모임을 만들어 이날을 잊지 않고 기념했습니다. 동덕회 회원들은 노론, 소론 등으로 특별히 당색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용산의 리움미술관에는 동덕회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종수에게 보낸 정조가 짓고 쓴 어제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경에게 일찍이 이 자리서 취하길 윤허했는
애기낙엽버섯 (Marasmius siccus) 아침저녁은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들고는 있지만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즈음이면 부지런한 분들이 숲속을 찾아 떠나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산으로 향하는 것은 맛있는 먹거리인 버섯을 찾아 떠나는 것입니다. 먹을 수 있고 구분이 가능한 버섯이라고는 송이버섯뿐이지만, 사실 송이버섯을 산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 그분들과 함께 산속을 헤매지는 않지만 산속을 찾아 거닐다 보면 다양한 버섯들이 얼굴을 내미는 시기이기는 합니다. 덩치가 큰 버섯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도통 이름도 알 수 없고 버섯을 만지는 것도 겁이 납니다. 이맘때면 뉴스에 독버섯을 먹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만지는 것까지도 겁을 먹게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고 숲속 나무 밑을 살피다 보면 예쁜 모습으로 자라는 작은 버섯들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작은 버섯 중에서 애기낙엽버섯은 귀엽고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눈 맞춤하기 좋은 버섯입니다. 낙엽 사이에서 갓을 올리고 무리 지어 피어난 모습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개구쟁이 스머프의 마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몸을 낮추고 바라보면 숲속 나무
‘이민 300만 시대’ 상호 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할 때 한국 사회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신화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이민 300만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혼이민자 중심의 ‘다문화가족’ 정책을 넘어, 이제는 ‘국가 성장 전략으로서의 이민 정책과 전면적인 사회통합 패러다임’을 논해야 할 때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산재해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현재의 이슈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본다. 1. 시급한 현안: '단기 체류자'를 위한 사회통합 정책의 부재 현재 한국의 다문화 및 사회통합 정책은 주로 결혼이민자와 국적 취득 희망자 등 ‘정주형 이주민’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 체류 기한이 정해져 있는 ‘단기 체류자’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을 포함한 사회통합 프로그램(KIIP) 접근성이 제한적이거나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아예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단기적인 인력 수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
고대사 연구자와 현대사 연구자가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여러분은 한국사의 어느 시대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시대에 대한 관심이 서로 다르면 전체 한국사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고조선을 비롯한 고대사에 관심이 많다면, 한국의 전 역사를 바라볼 때 어느 시기에 주목할까요? 반대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현대사에 관심이 많다면 한국의 전 역사를 바라볼 때 어느 시기를 주목할까요?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오늘의 민주공화국 체제의 시작과 연원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은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1919년 3.1 혁명에 주목할 것입니다. 3.1 혁명의 영향으로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되었으니까요. 3.1 혁명 이후 40여일 만에 ‘제국’이 아닌 ‘민국’이 건립될 수 있었던 여건은 이미 1917년 ‘대동단결선언’에서 보여주는 공화제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대동단결선언’에서는 1910년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황제권이 소멸된 것이고 민권이 새로 생긴 날이라고 본 것입니다. 현대사의 관점에서는 대동단결선언 ⤏ 3.1혁명 ⤏ 대한민국임시정부 ⤏ 대한민국
사이프러스의 향기, 고흐의 영혼을 닮다 별과 나무 사이, 고흐가 본 사이프러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그림 속에는 언제나 강렬한 자연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사이프러스는 그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나무였다.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뾰족하게 솟은 사이프러스는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땅과 하늘,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상징으로 그려졌다. 고흐는 편지에서 “사이프러스는 이집트 오벨리스크처럼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나무에 죽음의 그림자와 동시에 영원의 위로를 보았다. 고흐에게 사이프러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인간의 유한한 삶을 넘어, 초월적 세계와 이어지는 영혼의 다리였다.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우뚝 선 사이프러스는, 고흐가 끝내 갈망했던 평화와 영원의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신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아로마 아로마테라피에서 사이프러스 오일은 고대부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신전을 장식하거나 장례 의식에 사용하며,‘신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사이프러스는 생명의 끝을 애도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적 세계로 인도
누린내풀 (Tripora divaricata) 무더위에 지친 날의 연속이지만 절기가 바뀌고 한밤중은 조금 시원한 맛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렇게 무더위의 힘이 살짝 빠질 무렵이 되면 산야에는 예쁜 보라색의 꽃이 피어납니다.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발품을 팔고 돌아다녀야 겨우 볼 수 있는 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생 분포는 전국적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찾는다면 아마도 예쁜 꽃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누린내풀은 꽃술이 둥글게 휘어진 것이 미용실에서 고데기를 이용하여 멋부린듯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색상도 누구나 좋아할 보라색입니다. 이 멋진 모습에 현혹되어 줄기를 자르거나 꽃을 만지면 심한 누린내를 풍겨 꽃에서 멀리 떨어지고 가까이 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누린내풀을 관상용으로 기르는 경우가 없습니다. 누린내풀은 어쩐 일로 이런 냄새를 풍기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보면 볼수록 그 모습은 아름답고 예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누린내풀의 꽃말은 ‘내 이름을 기억하세요’라고 합니다. 아마도 누린내풀 실물을 만난 경우 누구나 한 번쯤은 꽃을 들여다보려고 줄기를 잡고 코끝으로 당기게 될 것이고 강력
막바지 무더위를 달래는 향기 – 네롤리 이야기 여름의 끝자락, 지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향이 있습니다. 바로 네롤리(Neroli) 에센셜오일이죠. 네롤리는 오렌지나무의 순백의 꽃에서 증류해 얻는 귀한 아로마 오일입니다. 하나의 오렌지나무에서 얻어지는 에센셜오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잎과 가지에서 추출하는 패티그레인(Petitgrain), 껍질에서 얻는 상큼한 오렌지 스윗(Orange Sweet), 그리고 꽃에서 피어나는 우아한 향의 네롤리(Neroli). 각각의 오일은 서로 다른 향과 효능을 지니며, 특히 네롤리는 고급스러운 플로럴 시트러스 향으로 ‘귀족의 향기’라 불린답니다. 왕비가 사랑한 향, 네롤리 네롤리라는 이름은 17세기 네롤리 공화국의 왕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왕비는 오렌지꽃 향을 사랑해 장갑, 목욕물, 의복 곳곳에 이 향을 스며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 부드럽고 매혹적인 향은 왕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그녀가 이 향을 꾸준히 즐겨 회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심지어 그녀가 70세에 이르렀을 때, 50대의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신화 같은 일화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네롤리의 향이 얼마나
함께 살아갈 용기, 함께 쓰는 미래 우리는 지금 인구절벽이라는 이름의 낯선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사회의 전면을 장악하면서, 이전까지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다문화’는 더 이상 변두리 담론이 아니다. 농어촌의 초등학교 교실부터 도시 산업단지의 저녁 거리까지, ‘한국 사회’라는 풍경 속에서 다문화는 이미 현실이자 일상이다. 그러나 현실로서의 다문화가 익숙해지는 만큼, 그 이면에서 자라나는 문화적 긴장과 충돌의 가능성은 점점 더 날카롭게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불편한 질문 -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최근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이민자 자녀가 자라서 한국 사회에 적대감을 갖게 되면 어쩌나”라는 우려가 들려온다. 이는 무슬림 2세들이 유럽에서 종종 겪은 정체성 충돌이나 사회부적응 사례를 연상케 하며, 한국도 그러한 사회 갈등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을 품고 있다. 특히 이주배경 청소년, 그중에서도 중도입국 청소년은 한국어와 문화 적응의 이중 장벽 앞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비율은 일반 청소년보다 두 배 이상이며, 상당수가 비정규 노동시장에 조기 진입해 ‘사회적 이방인’으로 머무른다. 그렇다면, 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