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통합의 시대, ‘조선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통합되었는가 문턱은 낮아졌으나, 마음의 벽은 여전하다 26년 2월 12일부로 재외동포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조선족 동포들에게 적용되던 비자 체계가 F-4(재외동포)로 통합되었다. 그동안 ‘방문취업(H-2)’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 노무 인력으로 분류되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던 수많은 동포가 이제는 당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30년 전, 가방 하나 들고 고국을 찾았던 동포들의 눈물을 현장에서 지켜본 전문가로서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법적 제도는 '통합'되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과연 그만큼 통합되었는가. 100년의 유랑, 독립운동의 후예가 마주한 현실 우리는 흔히 잊고 산다. 조선족 동포들은 19세기 말 기근을 피해, 혹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기지를 찾아 국경을 넘었던 우리 민족의 후예다. 냉전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중국 공민’으로 살아야 했던 세월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1992년 수교 이후 그들이 돌아왔을 때, 고국은 그들을 ‘핏줄’로 반기기보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먼저 계산했다. 법과 제도는 그들을 늘 경
진달래 (Rhododendron mucronulatum) 새해가 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추운 겨울이 물러나고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봄은 쉽게 다가오지 못합니다. 심술 고약한 동장군이 마지막까지도 봄을 시샘하며 훼방을 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은 동장군의 세력을 꺾고 봄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봄이 우리 곁에 찾아오면 산야의 풀과 나무들의 앙상한 모습에서 새순이 조금씩 자라 나오며 생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쯤 나지막한 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진달래는 봄을 얼마나 애절하게 기다렸는지 잎이 나올 기미도 없는데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웁니다. 봄이 산의 어디쯤 와있는지 확인하려고 찾아 나선 길에서 진달래를 만납니다. 옛 생각을 하며 꽃을 따 입에 넣어봅니다. 입안에 퍼지는 진달래의 맛은 젊은 시절 추억의 맛이 납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넌지시 진달래꽃을 넘겨준 이웃 동네 순심이가 떠오릅니다. 순심이도 진달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웃었었습니다. 봄과 함께 눈앞에 분홍빛으로 피어 있는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꽃말은 ‘사랑의 고백’ ‘첫사랑’ ‘애틋한 사랑’ 등 여러 가지가 있습
입술에 바르는 올리브와 레몬 - 아로마테라피의 작은 실천 요즘 올리브오일과 레몬의 조합이 화제다. 지방 분해 챌린지에서 시작해 연예인들이 실천하며 SNS를 통해 퍼진 이 단순한 조합은 이제 하나의 건강 루틴처럼 자리 잡았다. 올리브오일 한 스푼에 레몬 몇 방울. 복잡하지 않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로마테라피를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이 조합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 좋은 조합을 가장 예민한 피부인 입술에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입술은 우리 몸에서 가장 섬세한 피부 중 하나다. 피지선이 거의 없어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지 못하고, 조금만 건조해도 각질이 일어나기 쉽다. 각질은 미세한 상처가 되고, 그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면 따끔거림과 갈라짐이 반복된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입술이 가장 먼저 변화를 알려 준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피부를 ‘보호해야 할 장벽’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강하게 제거하기보다 부드럽게 정돈하고, 인공적인 향보다 식물이 가진 본래의 향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제품이 아
'광화문' 한글 현판 어떻게 볼 것인가? 광화문 한글 현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금의 한자 현판을 한글로 달자는 주장이다. 한자 현판을 한글로 바꾸기 어렵다면 한자 현판 아래층에 한글 한편을 더 달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 현판을 더 달수도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정문이다. 광화문이 조선을 상징하는 경복궁의 정문이었지만 2010년 새로 복원되었고 한글 현판을 덧붙여 시대가 한글 시대로 새롭게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광화문의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광화문이었고 광화문 현판이 한자 현판이었다면 한자 현판만 거는 것이 원형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글 시대에 걸맞게 한글을 내세우고 싶다면 굳이 광화문의 원형을 바꾸면서까지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글을 명목으로 문화유산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光化門’ 한자로 표기하든 ‘광화문’ 한글로 표기하든 광화문의 이름은 광화문으로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로 표기하면 광화문이 한글을 쓰던 해방
마력(Horse Power)을 재는 다른 방법 사람의 마력은 어디에서 생길까?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궁금해 했었다. 다만 삶을 돌아보며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다. 나를 지금까지 앞으로 움직이게 한 힘은 성취보다 한계에 가까이 가본 기억이었다는 것이다. 마력은 원래 차량이나 기계장치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다. 숫자로 환산되고 서로 비교되며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이 차는 몇 마력이다”라는 말을 쓰지만 정작 삶에서의 마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올해 나는 이 ‘마력’이라는 단위를 다르게 사용해 보고 싶다. 기계의 성능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잠재력과 의지 그리고 삶을 통과해 온 힘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난관에 부딪힌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혹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한 시기. 그런 순간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 내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일지도 모른다. 그 확신은 보통 한 번도 끝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살
호랑가시나무 (Ilex cornuta)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냉기가 귓가를 스치며 지나가면 온몸이 떨립니다. 혹여나 감기라도 걸릴 것 같아 옷깃을 여밉니다. 산과 들의 식물들은 모두 겨울잠에 들어간 것 같지만 남부지방에는 늘 푸른 나무가 추운 겨울인데도 반짝이는 잎을 뽐내고 있습니다. 겨울을 즐기는 푸른 나무는 ‘호랑가시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따스한 봄날 자잘한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기고, 추운 겨울에는 구슬처럼 생긴 붉은 열매로 눈길을 잡는 품종입니다. 호랑가시나무를 모르는 분들도 마음을 가다듬고 이 나무를 바라보면 어딘가 낯이 익는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릴 적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릴 때 식물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잎을 그렸는데 그것이 이 호랑가시나무 잎이었고 거기에 더하여 붉은 열매까지 그렸으니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호랑가시나무는 둥근모양을 만들어 문에 걸어 두는 장식품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문이나 벽을 호랑가시나무로 장식을 하고 연말과 연시를 즐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동양에서 액운을 막는 나무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새해에는 액운은 막히고 좋은 일
12월의 아로마테라피 동방박사가 선택한 향, 미르(Myrrh)와 유향(Frankincense) 12월은 한 해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품은 시간이죠. 이 계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겹쳐집니다. 별을 따라 이동한 동방박사들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바친 세 가지 선물, 황금·유향·미르. 그중에서도 향을 지닌 두 선물, 유향과 미르는 단순한 향료가 아니라 생명과 치유, 신성과 인간을 잇는 상징이었습니다. 왜 동방박사는 유향과 미르를 선택했을까 동방박사들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천문학자이자 약초학자,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들이 선물을 고를 때 기준은 분명했을 것입니다. 유향(Frankincense)은 신에게 바치는 향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히브리 전통에서 유향은 신전의 공기를 정화하고 인간의 기도를 하늘로 올리는 매개체였던 것이죠. 또 유향은 신성을 의미했습니다. 미르(Myrrh)는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약이었죠. 산모의 회복, 상처 치유, 방부와 진통에 사용되었고, 훗날 장례 의식에도 쓰였습니다. 미르는 인간의 몸을 의미했고 오늘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미이라’라고 부른 것도
또 다른 12월 3일, 동덕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새로 기억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죠. 비상계엄은 위헌으로 판명되어 대통령은 파면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재판은 1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2월 3일은 역사의 비극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이지만 국민의 힘으로 막아냈기 때문에 국민주권 승리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250년 전 영조 때인 1775년 12월 3일(음력)의 일입니다. 영조는 세손인 정조에게 대리청정을 맡기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홍인한 등이 이를 저지하려 했습니다. 세손의 입장에서는 대리청정이 문제가 아니라 장차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서명선이 나서서 홍인한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세손은 대리청정 이후 왕위에 올랐고 이후 ‘동덕회’란 모임을 만들어 이날을 잊지 않고 기념했습니다. 동덕회 회원들은 노론, 소론 등으로 특별히 당색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용산의 리움미술관에는 동덕회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종수에게 보낸 정조가 짓고 쓴 어제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경에게 일찍이 이 자리서 취하길 윤허했는
애기낙엽버섯 (Marasmius siccus) 아침저녁은 제법 시원한 느낌이 들고는 있지만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즈음이면 부지런한 분들이 숲속을 찾아 떠나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산으로 향하는 것은 맛있는 먹거리인 버섯을 찾아 떠나는 것입니다. 먹을 수 있고 구분이 가능한 버섯이라고는 송이버섯뿐이지만, 사실 송이버섯을 산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 그분들과 함께 산속을 헤매지는 않지만 산속을 찾아 거닐다 보면 다양한 버섯들이 얼굴을 내미는 시기이기는 합니다. 덩치가 큰 버섯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도통 이름도 알 수 없고 버섯을 만지는 것도 겁이 납니다. 이맘때면 뉴스에 독버섯을 먹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만지는 것까지도 겁을 먹게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고 숲속 나무 밑을 살피다 보면 예쁜 모습으로 자라는 작은 버섯들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작은 버섯 중에서 애기낙엽버섯은 귀엽고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눈 맞춤하기 좋은 버섯입니다. 낙엽 사이에서 갓을 올리고 무리 지어 피어난 모습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개구쟁이 스머프의 마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몸을 낮추고 바라보면 숲속 나무
‘이민 300만 시대’ 상호 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할 때 한국 사회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신화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이민 300만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혼이민자 중심의 ‘다문화가족’ 정책을 넘어, 이제는 ‘국가 성장 전략으로서의 이민 정책과 전면적인 사회통합 패러다임’을 논해야 할 때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산재해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현재의 이슈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본다. 1. 시급한 현안: '단기 체류자'를 위한 사회통합 정책의 부재 현재 한국의 다문화 및 사회통합 정책은 주로 결혼이민자와 국적 취득 희망자 등 ‘정주형 이주민’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 체류 기한이 정해져 있는 ‘단기 체류자’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을 포함한 사회통합 프로그램(KIIP) 접근성이 제한적이거나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아예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단기적인 인력 수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