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같은 고추(농사) 9월의 따가운 햇살에 붉은 고추를 말립니다. 한번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홍고추를 방수포 덮개인 가빠에 쭉 널어 놓습니다. 매콤한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와 닿습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따가운 햇빛, 맑은 공기, 풀밭에 널려진 홍고추는 나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손으로 휘저어 줍니다. 마른 것은 골라내고 아직 두툼한 것은 더 뒤적여 줍니다. 옛적 고추를 말리던 농가 어르신들의 풍경이 내 머리에 스치며 내가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좋습니다. 절로 미소가 납니다.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마음이~ 하우스 옆 노지 100평에 고추는 5월 중순이 되어서야 평창 하우스에 본격적으로 심게 되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병원에 한 달 반가량 입원하느라 돌봐주다 보니 어쩌다 뒤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고추 모종을 사고 로타리를 치고 비닐을 깔고 한 주 한 주를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심는 것이 맞나 물어보며 고추농사에 처음 도전해 보았습니다. 고추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떡잎도 떼어주고, 얼마만큼 자라면 줄도 매어 줍니다. 1차 2차 3차 … 비바람이 칠 때면 쓰러질까 조바심으로 줄 한 번 더 매어 줍니다. 올해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2] 11월의 허브이야기‘Yarrow’(야로우) 학명 Achillea Millefolium Yarrow란 이름은 이 식물의 앵글로색슨 명인 ‘gearwe’, 네덜란드 명인 ‘yerw’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milfoil’이라 하는데 종명인 millefolium 즉, 라틴어의 ‘많다’라는 뜻으로 1,000을 의미하는 ‘mille’과 잎이라는 뜻의 ‘foliu’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톱니가 많은, 무수한 많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톱풀’이라 불리고 있으며, 톱풀을 봄나물로 먹습니다. 서양에서 ‘야로우’는 학명인 ‘아킬레야’로도 통용되며 예부터 상처의 치료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상용으로서 꽃빛이 아름답고 다양해서 화단용으로 부르는 이름은 ‘아킬레야’라고 하고 약용의 ‘허브차’(茶)로 이용할 때는 ‘야로우 차’(yarrow tea)라 하여 자칫 별개의 식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학명의 Achillea는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킬레스’(Achilles)가 트로이전쟁 때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고친 데서 붙여졌다 합니다. 아킬레스는 반인반
최강 약골, 드디어 달리기 시작하다 “아이쿠~ 발목아” 출근길 내려가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또 오른쪽 발을 삐끗했다. 이번 발목 부상도 왠지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니 발목이 퉁퉁 붓고 걸을 때마다 통증이 온다. 회사 근처 단골병원에 들러 X레이 사진을 찍고 진찰을 받았는데 선생님의 표정이 안 좋다. “이번에는 또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자꾸 이렇게 다쳐서 어떡해요.” 발목에 인대가 또 늘어나 당분간 병원에 나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목 때문에 9개월 동안이나 도수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 중간에도 괜찮아졌다가 다시 다치기를 반복하니 도수치료사 선생님도 이런 환자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병원 직원들도 이제는 내가 병원 입구만 들어가도 알아서 접수를 해주었다. 발목 힘을 기르겠다고 산 마사이족 신발, 쿠션이 좋은 운동화, 발목을 잡아주는 운동화, 발목 보호대, 발 마사지기, 힘줄과 연골 강화에 좋은 건강식품 보조제, 염증 치료에 좋다는 강황가루 등 발에 쓴 돈만 해도 몇백만 원은 되었다. 거기다 9개월 동안 받은 도수치료와 병원비 약 값까지 1년간 쓴 돈을 합치면 몇 달치 월급은 훌쩍 넘었다. 원래 발에
[바다의 문법이야기 20]‘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넘어 별에 이르도록)’ 겨울 요트 여행기 (5) 새벽 5시, 배를 묶어둔 낚싯배에 인기척이 들려 잠을 깼다. 항구 안에는 아직 12월의 어둠이 가득, 미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옆 낚싯배가 곧 출항을 할 것 같아 황급히 크루들을 깨우고 줄을 풀러 후진으로 요트를 뺐다. 깨자마자 잠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두꺼운 파카 하나만 걸치고 작은 항 안에서 출항하는 새벽 배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요트를 조종했다. 안크루는 서둘러 기름을 넣고 조크루는 출항 준비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동이 트고 앞이 보여 드디어 출발이 가능하다. 모항항 입구 쪽에 암초가 있어서 암초를 피해 우회전 한 뒤 거리를 줄이려 섬에 붙어 전진한다. 파도는 어제보다 많이 줄어 마음이 편한데 물때가 문제다. 엔진을 3천 RPM까지 밀었는데 속도가 3.8노트. 2노트 가량의 조류가 배 전진 방향의 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해가 질 때까지 목표하는 서해 갑문에 도착하기는 글렀다. 바람마저 정면에서 불어 세일도 쓸 수 없다. 이럴 땐 물때가 바뀔 때까지 인내하는 수밖에. 예측을 보니 정오쯤
‘낙태’와 ‘총기규제’에 대한 찬반논쟁의 장(場)에서 엿보이는 미국문화의 민낯과 동정적으로 그려보는 그 미래상 2022년 법적 투쟁의 장이 되어 버린 미국 현실을 동양의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까? 1973년 낙태허용판결(1973.1.22)이래 50여년 만인 올해 2022년에 뒤집은 미시시피주 낙태금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합헌판결(2022.6.24),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인 총기규제법 승인(2022.6.25)으로, 현재 미국은 치열한 논쟁의 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쟁점은 낙태의 경우, ‘생명권 보호가 먼저냐 개인의 자유권(신체의 자유, 자기 결정권 자유 등)이 먼저냐’이며, 총기규제의 경우 ‘자기방어권 보장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특별히 전자인 낙태금지법에 대한 합헌판결의 후폭풍은 얼마나 강력한 지 미국이 두 쪽이 날 지경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두 논쟁 자체보다, 이런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전제이자 바탕인, 이번 논쟁에서 드러난 ‘미국 문화의 민낯’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한국동란 때에 3만 여명의 병사를 희생한 미국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그려주어야 할 미래상’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환
‘반 클라이번’과 ‘임윤찬’우째 이런 일이… 올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한 임윤찬이 우승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또 한 번 올라갔다. 클래식분야이기 때문에 음악애호가들만의 이야기 거리였을 법한데, 의외로 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임윤찬과 관련된 유튜브의 조회 횟수와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회상해보면 한국인으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해 최초로 이름을 날린 피아니스트는 정명훈이었다.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했는데 정부주도하에 정명훈의 카퍼레이드가 있었다. 1974년, 아마도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공항중학교를 다녔는데, 전교생이 김포가도에 집결하여 손에 손에 태극기 깃발을 들고 정명훈의 입상을 축하하자는 카퍼레이드에 동원되었더랬다. 차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말았지만 어쨌거나 재밌었다. 반 클라이번의 카퍼레이드 반 클라이번은 1958년, 제1회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미국 국민들은 너무나 신나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를 벌였다.(이것을 본떠 정명훈의 카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바다의 문법이야기 16] 겨울 요트 여행기(1)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요트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요트를 가진 사람들은 갑작스런 재난에 요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요트가 없는 사람들은 집을 팔고 요트에 들어간 탓이다. 함께 쓸만한 요트를 찾아보려 유럽 쪽 딜러들에게 연락을 하던 지인의 전언으로는 유럽 쪽 중개인들도 쓸만한 중고 요트가 없다며 이전보다 1.5배씩 중고 요트 값이 올랐다 한다. 그리고 그나마 국내에 있는 작은 요트 중고 사이트에도 내가 찾는 35~40피트급의 요트들은 씨가 말랐다. 아쉬움에 일본, 미국, 유럽 중고 요트 사이트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네이버 검색에 문득 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기점으로 삼고 있는 김포의 아라마리나는 배 길이 40피트 이상의 마스트 높이를 가진 배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인천을 향하는 두 번째 다리인 아라대교의 높이가 낮아 42피트급 배들이 들어오다가 나침반이 깨지고 마스트가 긁혔다는 이야기들을 다른 선장님들로부터 여럿 들었었다. 지난 가을에 모아나호와 아리엘호를 몰고 상륙정을 배에 싣고 섬에 상륙해 8명의 인원이 캠핑까지 진행했던 대모험에서 크루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인천, 경기 지역의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3] 복수초 (Adonis amurensis) 긴 겨울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짧아지고 저녁 퇴근 시간의 밝기가 조금씩 환해지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봄이 가까이 다가오면 산야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한자를 해석해 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식물명이기도 합니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떠도는 제자가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복수초는 (福:복 복) (壽:목숨 수) (草:풀 초)로 이루어진 이름으로‘장수하라’는 의미를 가진 풀입니다. 성미 급한 복수초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남부지방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는 주로 2월에서 4월까지입니다. 복수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이른 봄에 피는 꽃이면서도 지름이 3~4cm 내외의 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추위로 작은 꽃이 피는 것과 다르게 큰 꽃이 피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아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포모(소외불안)에서 포모(의미추구)로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인 2030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그 이전세대인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와 비교할 때, 집단보다 개인을, 소유보다 공유를, 상품보다 경험을, 일보다 워라밸을 더 중요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약35%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미래의 주역들입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 이런 MZ세대가 ‘포모족’으로 불리는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증후군)는 심리학용어로 ‘나만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신경증적인 반응으로, 자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벼락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MZ세대 속에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MZ세대들이 불안을 느끼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프로이드와 아들러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의 심리치료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던 빅터프랭클(Viktor Frankl)은 인간은 원래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우리 속에 의미를 추
[나선명의 만평팜 스토리 1] 평창에서 다시 시작된 귀농일기 9년 전, 전남 무안에서 양파농사를 야심차게 지어 본 것이 엊그제처럼 기억납니다. 좌충우돌하며 농사초보가 시작했다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 3~4년간 손을 놓고 있었죠. 다른 일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농사에 대한 미련, 아쉬움이 남아 있었던지 충주와 서산 등 농장에서 일을 하며 농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차에 일손을 돕기 위해 평창을 방문하게 되었고 작년 지인을 통해 평창에서 제2의 귀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물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고랭지 부추 재배 작목반이 막 형성되고 있었기에 마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가 함께 배워가며, 공판장에 납품 하면 유통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부추재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종을 공동으로 키워 옮겨 심을 때도 함께 도와주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자라는 부추를 볼 때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읊조리며 자세히 보고, 오래보려고 노력하니 예쁘고 사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부추 모종을 막 심어 놓자 갑작스런 꽃샘추위가 와서 어린 모종에 살얼음이 오면 어찌해야하나 발을 동동거리며 해결책을 찾아보기도 했죠. 다행히 부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