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과 여명 : 서양문화(명)를 깊이 아는 방식의 하나로서 서양에만 있는 자화상 탐구 5] 서양 최초의 자화상 회화전통을 창조한 알브레흐트 뒤러의 자화상 (4) 동양의 ‘직업’ (職業 Job)과 서양의 ‘소명’ (부르심, 召命, Calling, Beruf) 사람이 하는 일을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먹고 생존하기 위해 하는 일’로서, 이것은 일반 생물이 하는 행위와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둘째, 조금 발전된 형태로‘일정한 사회 속에서 정해진 직분을 행하여 그 사회(단체,공장 등)가 유지,발전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무리를 지어 사는 다른 곤충(벌,개미)이나 짐승(늑대,고래)의 행위와 유사합니다. 셋째, 언젠가는 끝날 나의 생존이나 오래가지 못할 사회의 유지보다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일’로 이것은 인간만 할 수 있는 겁니다. 나의 생애는 언젠가는 짧게 끝나고 말지만, 그 짧은 찰라를 사용하여 절대자가 인정할만한 영원한 가치를 남긴다면 최고의 생애를 보내지 않겠습니까? 상대종교의 동양사회 속에서, 또 매우 고통스러운 현실(조선말기의 부패, 일제의 수탈, 한국동란) 속에서 오래 살았던 우리들에게는 대체로 첫째와 기껏
서양 최초의 자화상 회화전통을 창조한 알브레흐트 뒤러의 자화상 (3) |자화상과 자기정체성 확인하는 전통에서 탁월한 서양임을 깨끗이 인정합시다! 지난 두 번의 글을 통해 우리는 뒤러의 자화상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데. 자화상 혹은 자화상을 만들었던 화가들 자체가 탐구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더 근본적인 목적은 ‘동양에는 없었던 자화상을 만드는 전통이 왜 서양에만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과 우리 신문의 [황혼과 여명] 시리즈에서는 동양은 뒤떨어지고 서양은 탁월하다는 선입견에서 출발하지는 않습니다. 또 정반대로 서양문화(명)의 한계에 도달한 지금이야말로 동양문화(명)의 탁월함이 나타날 시점이라는 의미에서도 나가지 않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화상 전통이 없었던 동양에 비해, 그것이 오랫동안 존재했으며 지금도 있는 서양이 탁월하다는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런 자화상을 만들려는 심리 깊은 곳에 인간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애쓴 서양이, 그런 것이 없었던 동양에 비해 낫다는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자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양의 모든 것이 서양에 열등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더 뛰어난 것도 많이 있는 것은 분명
서양 최초의 자화상 회화전통을 창조한 알브레흐트 뒤러의 자화상 (2) - 예비적 탐구 - 자화상 있는 서양문화 vs. 자화상 없는 동양문화 서양문화(명)와 동양문화(명)를 탐구하는 근본적인 프로젝트인 [서양문화(명)의 황혼과 새문화(명)의 여명]이라는, 10여년 이상으로 진행한 거대한 칼럼의 일부로서, 우리는 서양문화(명)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인 자화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양문화(명)에서는 없는 서양문화(명)만의 독특한 현상이 자화상 그리는 전통이라는 점은 너무나 현저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양인인 저는 비록 화가가 아니지만, 만약 잘 훈련받은 화가로서 자화상을 그리겠느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을 주기가 매우 어색한데 다른 동양인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현대 동양의 화가들 중에서 서양화의 영향을 받아서 자화상을 심지어 나이에 따라서 꾸준히 제작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임과 아님과 상관이 없이 내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의 실체,근본을 파악하려는 태도 자체는 비동양적이어서 아주 어색합니다. ‘내가 나를 그리는’ 자화상 제작이 동양인에게 매우 어색한 이유는,‘나의 무엇을 그리지?’, 더 깊게 들어가서‘나는 나를 누구라고 하는가?’
[에너지와 환경] 수소를 둘러싼 기축통화 패권경쟁 준비 페트로 달러 2차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협정은 미국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주요한 협정이었습니다. 브레튼우즈협정 이전의 국제 결제수단은 금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는 금태환 조항(金兌換, Gold Convertibility Clause)에 따라 국제적 금 거래량과 무관하게 금 1온스(28.34g)가 35달러와 교환 될 수 있도록 의무적 보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무한하게 찍어내는 달러에 비해, 그에 해당하는 금을 다 가지고 있을 수 없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971년 금본위(금태환) 제도를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가지고 기축 통화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만, 달러 발행만큼의 금을 물리적으로 계속 가지고 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금본위의 폐지는 달러의 기축통화의 지위를 무너뜨릴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쉽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내어줄 미국은 아니었습니다. 복안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죠. 바로 페트로 달러였습니다. 1970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맺은 비공식계약은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적으로
골목길로 다니는 600년 울산 중심지 시계탑사거리는 울산 원도심의 핵심이자 상징이다. 시계탑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1966년이었다. 이때만 해도 시민들에게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점차로 시계 보급이 늘어나자 시계탑은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애물딴지로 전락했다. 그래서 시계탑은 1977년 철거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계탑이 사라진 이곳을 여전히 시계탑사거리라 불렀다. 울산시민들 마음에는 시계탑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계탑은 1998년 다시 세워졌고 2015년 재조성됐다. 울산시민들에게 시계는 필요 없어도 시계탑은 필요했다. 울산 원도심의 원형은 조선시대의 울산읍성이다. 울산읍성은 조선 성종 때인 1477년 축성됐다.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울산읍성의 남문은 시계탑 남쪽 보세거리 옆에 있었다. 북정동 울산 기상대 자리 부근에 북문이 있었고 장춘로 동편에 동문, 서편에 서문이 있었다. 그러나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울산읍성은 헐렸다. 왜군은 읍성의 성돌들을 가져다 울산왜성을 쌓는데 썼다. 읍성은 전란 이후에도 복원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벽이 있었던 자리는 누구도 사사롭게 쓸 수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성을 쌓아야 했기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8] 5월의 허브이야기 장미(ROSE)학명:Rosa Centifolia 5월의 허브 장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으로 사랑, 아름다움, 행복, 순결을 상징합니다. 학명 ‘Rosa’는 라틴어로 ‘장미’라는 뜻이며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중국 등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수많은 벽화나 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장미의 품종은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로즈 다마스크(Rosa damascena)와 로즈 캐비지(Rosa centifolia)에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며 로즈 다마스크는 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현재는 불가리아, 튀르키예, 프랑스에서 재배되고 로즈 캐비지는 모로코, 프랑스, 이탈리아, 튀니지, 중국에서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로즈 다마스크는 주로 수증기 증류법으로 오일을 추출하여 ‘로즈 오또(rose otto)’ 또는 ‘로즈 아타르(rose attar)’라 부르고 로즈 캐비지는 용매추출법으로 오일을 추출하여 ‘로즈 앱솔루트(rose absolute)’라 부릅니다. 로즈 오일은‘천상의 향기’라 불릴 정도로 진한 향이 납니다. 로즈 오또는 노란색의 끈적임이 없는 가벼운 오일로 싱그러운 장미꽃 향이고, 로즈 앱솔루트는 적갈색의
《코리안 지오푸드》를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식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농산물인증, 유기가공식품인증이 있으며 그 밖에도 가공식품산업표준KS인증, 전통식품품질인증 등이 있지요. 이 중 지리적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 System)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인증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지리적표시제의 정체는 뭘까요. 한 마디로‘특정 지역의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산된 농수축산물 또는 가공품을 특정 상표처럼 인정하여 그 명칭을 보호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1940년대 프랑스가 처음으로 자국의 와인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창한 제도로서, 지리적표시보호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와 원산지명칭보호제(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로 구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9년 위의 두 제도를 본떠 ‘대한민국 지리적표시제’(KPGI, Korean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법규를 처음 마련하였는데, 주된 이유는 대표 특산품인 ‘고려인삼’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made in China’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6] 왜 일본은 우리를 무시하는가? 요즘 한일 관계가 뜨겁습니다. 위안부, 징용, 독도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뜨겁긴 한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일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엄연히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인데 이웃나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도 초등학교에 교과서에 실었으니 말입니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독도를 ‘무력’으로라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웃나라가 우리 땅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웃나라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일까요.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은 무엇일까요? 일본과의 싸움인 임진왜란이라고도 하고, 청나라에 굴복한 병자호란이라고도 하겠지만 압도적인 대답은 역시 일본에게 36년간 나라를 빼앗긴 것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5천 년 역사를 이어가다보면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임진왜란처럼 방심하여 왕이 나라 끝 의주까지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7]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꽃마리’라는 야생화를 아시나요? 이 꽃은 예전에 ‘꽃말이’라고 부르다가 언제부터인가 ‘꽃마리’로 이름이 변했다고 합니다. 산과 들 그리고 빈 공터 등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자라고 있지만 이 꽃을 자세히 바라보거나 관심을 주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혹시 ‘물망초’는 아시나요? 이 꽃은 꽃마리와 같은 식물이지만 서양에서 자라는 야생화입니다. 학창 시절에 아마도 한번쯤은 물망초를 이야기해 봤거나 시적인 표현으로 써 봤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야생화인 꽃마리는 신경 써 주지 않으면서 서양의 물망초는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꽃마리는 늘 뽀로통하며 조용히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합니다. 물망초의 꽃 크기가 6~9mm인 것에 비해서 꽃마리의 꽃은 2mm 정도의 매우 작은 꽃이 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자라고 알아주지 않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요즘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물망초의 자생종인 꽃마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꽃마리를 찬찬히 관찰해보세요. 돌돌 말린 꽃
[상상농부 이야기 14] 잠잠한 호수 같은 시골 공간과 시간 속에 돌 던지기 2023년 4월. 버섯 농부 5년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0대 중반까지의 이전 삶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로 작정하고 고민하는 가운데 농업 영역에 뛰어든 시간들이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지요. ‘송화고’ 버섯이라는 작물만큼은 가장 잘 키울 줄 아는 농부가, 단순히 농사만 잘 짓는 것이 아닌 최고의 품질과 영양가 풍성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해 주는 농부사장이 되기 위해, 그리고 땅만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 농부들의 시각을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 볼 수 있도록 지역 농부들 모임을 위해, 시골의 어린 촌놈들과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뛰어 오다보니 시간이 살처럼 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들을 위해 농부로서 지난 시간들을 정리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싶어 글을 써 보았습니다. 최고 농산물은 책임이 어우러진 합작품 한 작물에 있어서 최고의 농부가 되는 것은 농부 혼자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송화고 버섯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배지가 입상이 된 후에 온도, 습도, 환기, 때에 맞는 솎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