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익어가요 2022년 11월 15일 <충주 문해 한마당> 잔치가 충주시 호암체육관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리는 행사였다. 이날 <충주시 문해 교육 시화전>도 함께 열렸는데 나는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그분들이 보낸 지나간 이야기를 모두 듣는 듯 했다. 딸 아들 눈으로 보던 세상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하네 지금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밝은 세상 한 번 살아보자! 한글을 배우니 즐겁습니다. 배우지 못한 한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충주문화학교 오늘도 같은 반 친구들과 하하호호 정말 재미있다 버스 앞에 쓰인 행선지를 읽을 줄 몰라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낯익은 운전기사 얼굴만 보고 탔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였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제일 부러웠다면서 꼭 책가방 메고 다니시던 모습, 길거리에서 간판을 읽었다고 자랑하시던 모습 등이 작품 위로 떠올라서 남다른 감회와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2000년 8월에 명예퇴직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글을 모르는 분들을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함께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선장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보면, 인생 목표가 ‘선장님처럼’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며칠 전 20대 친구들 여럿이 배에 놀러 와 이런저런 바다와 항해 이야기를 듣더니‘부러운 삶’이라고 지금 나의 삶을 간단히 정의해 주었다. 곁들여 친구들은 배를 어떻게 타게 되었는지, 배가 얼마쯤 하는지 등 배를 몰며 그간 수백 번 들은 그 질문들을 다시 던진다. 요트에서 세일을 펴고 바람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선장의 겉모습만을 읽다보면, 두 직업을 가지고 먼 지방으로 유학을 온 딸아이를 돌보며 교육비, 생활비 벌이를 고민하는 가장의 고민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으레 답하는 말이 있다. “인생이 짧아요. 우리 의지 밖으로 태어난 우리가 떠날 때는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몰라요. 그러니 내일 말고 오늘,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몇 년 전 담낭염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3일쯤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산통에 비견되는 고통과 그로 인한 병원 생활, 일상의 붕괴 속에서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붓다가 말한 ‘모든 것은 변한다.’는 말의 뜻을, 솔
[상상농부 이야기 12] 음식의 감초는 ‘양송이버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먹어본 버섯을 꼽아 본다면 아마도 양송이버섯을 들 수 있습니다. 고기와 곁들여 먹는 녀석으로 선택하거나, 스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고명으로 넣을 버섯으로 아주 다양한 곳에서 양송이버섯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사실 이 양송이버섯은 다른 버섯들과 달리 외모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일단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에 몇 발자국 앞서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양송이버섯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손길을 기다리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상상농부 이야기에서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양송이버섯’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어떤 양송이버섯이 싱싱한지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나무가 아닌 퇴비 출신이에요 대부분의 버섯은 원목 나무나 톱밥을 재료로 만든 배지를 통해 재배합니다. 하지만 양송이는 독특하게도 푹푹 썩히고 썩혀서 만든 ‘퇴비’ 배지 출신이랍니다. ‘퇴비’라는 말 속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철저한 살균과정이 없다면 건강한 버섯을 재배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에 나무를 이용한 버섯 배지와 달리 다소 복잡하고 더 정교한 과정 등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양송이 배지는
하루를 두 번 사는 여자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새벽 6시 반이면 스쿨버스를 탄다. 덕분에 나의 하루도 꼭두새벽부터 시작된다. 아침잠 많은 나로서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지만, 어찌 됐건 식빵을 구워 치즈와 햄을 올린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러는 중에 중학생인 딸아이도 잠에서 깨어 돌아다닌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 도시락과 아침을 미리 준비해 놓고 내가 먼저 수업을 위해 방에 들어간다. 새벽 여섯 시, 혹은 일곱 시, 때론 여덟시. 나는 강의를 듣기도 하고,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고, 내가 강사로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무슨 새벽부터 수업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내가 참여하는 수업들은 거의 다 줌 그리고 한국,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새벽은 그들의 저녁, 나의 아침은 그들의 밤이다. 나는 하루를 두 번 혹은 세 번 사는 여자다. 나의 하루는 새벽에 한국과 한번, 현실로 돌아와 미국과 한번, 오후 세시 반쯤 한국의 새벽과 한번 이렇게 몇 번을 새로 시작한다. 오전 7~8시쯤 강의를 듣거나 수업을 하고 한국에 있는 그들과 굿나잇 인사를 나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우여곡절 4000km 유럽 출장기(2) 자꾸 의심하게 만드는 유럽의 네비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들어와 고속도로로 달리며 네이게이션을 세팅했습니다. 암스테르담 외곽에서도 30km의 거리가 나오더라고요. 이쯤 되니 또 네비게이션이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시장은 암스테르담시 외곽으로 알고 있는데 시내 중심가로 안내를 하고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역시… 도착한 곳은 큰 교회 건물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엑스포를 하는 것일까요? 이곳이 전시장일리는 만무하고, 다시 시 외곽의 임의의 주소를 찾아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그랬더니 스키폴 공항 서쪽에 위치한 큰 벌판 한 가운데 덩그러니 온실 같은 곳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여기가 전시장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죠. 보통 코엑스나 킨텍스 같은 컨벤션 센터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나 동아시아 3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 전시장이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아무튼 전시장으로 진입, 짐을 대략 풀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니 빨리 나가라고 재촉을 하더군요. 그래서 세팅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 철수를 했습니다. 세계를 주름잡았던 네덜란드 늦은 저녁이라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소원 당겨쓰지 않기 할머니께서 노란 박카스를 병뚜껑에 찰찰 담아 한 모금 주시면 그 맛이 황홀했다. 그러나 밥은 안 먹어도 박카스는 마셔야 하루를 견딘다는 아랫말 어느 과부의 중독 이야기가 소문 난 뒤로 박카스가 무서워졌다. 미래에 필요한 에너지를 당겨쓰다가는 어느 순간 내 발밑의 현재가 끝없이 지연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기도를 할 때면 미래에 얻을 결과를 미리 당겨 달라고 보채는 스스로에 놀란다. 아이들이 무탈하기를, 부모님이 건강하시기를, 사소한 오해로 맘고생하지 않기를,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를,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를, 거기까지라면 괜찮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자가 되기를, 당선이 되기를, 매력을 잃지 않기를! 그런저런 소원을 주워섬기다가 돌연 나의 바람이 과욕이구나 깨닫고 서둘러 멈춘다. 벌충이라도 하듯 평화, 통일, 민주주의, 지구환경을 언급한다. 사적인 소망보다 공적인 소망은 아무리 빌어도 민망하지 않으니까. 2023년이 다가온다. 학생들이 안분지족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이 생활하고 점수보다 배움에 관심을 가지고 매 순간 행복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빌어본다. 모두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거나 1등급이 우리 학교 애들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