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맛, 시간, 공간을 요리하는 디자이너 점.선.면. 경기도 안양시 동편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가게 ‘점선면’.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잘 모르겠고, 가게 외부 모습만 봐서도 카페인지? 음식점인지?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동네 최고의 아지트를 소개합니다. 메기국수라고? 저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드셨던 메기국물이 현재‘점선면’의 대표 메뉴인 메기국수가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은 10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메기국수 음식점을 운영하신 적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한국 메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나게 크고 질 좋은 메기들이 메콩강에 많이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더운 캄보디아에서 지내다보면 기력이 많이 빠지는데 그 메기들을 보고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먹어본 메기탕에 도전해서 성공하셨던 것이죠. 주로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식당이었는데 한 번 드셔보신 분들이 한국 가면 생각난다고 하며 종종 다시 찾아주시곤 하셨어요. 그 아이템을 한국에서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너무나 생소한 음식이라서 두려움도 있었지요. 볼거리, 놀거리가 숨어있다 점선면은 단지 음식뿐 아니라 우리만의 무언가를 손님들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캘리그라피’를 그립니다. 아버지는 글자체가 아주 반듯했습니다. 누구나 잘 쓴다고 감탄을 했으니까요. 특별히 정성을 들여서 쓴 글씨가 아닌데도 글씨체는 힘이 있고 가지런했습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 붓글씨나 펜글씨를 따로 배우지 않으셨는데 말이죠. 다만 늘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씨를 쓰는 시간을 많이 가진 덕분에 좋은 필체를 가지게 된 듯 했습니다. 또 아버지는 좋은 필체로 손 편지를 자주 쓰기도 하셨죠. 가족과 친척들에게 가끔 편지를 보내곤 하셨습니다. 집을 떠나온 딸을 걱정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 주셨지만, 아버지의 편지에 직접 손 편지로 답장을 해 드린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화로 편지를 잘 받았다고만 했던 적이 더 많았으니까요. 글로나 말로나 정성스런 답변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늦은 후회를 합니다. 아버지의 좋은 글씨체를 보면서 살아온 것이 내게는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도전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씨를 반듯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글씨를 잘 쓰려면 붓글씨를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듯했습니다. 글씨체만 멋있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붓글씨를 배우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살았습니
[러시아니즘Russianism 연구 - 러시아 미술] 하나의 진리와 다양한 해석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vs. 조르주 루오의 [부상당한 광대] 한 민족의 특이성은 그들이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대표적인 3대 표현방식(문학,음악,미술)을 통해 깊은 내면세계를 드러냅니다. 한국인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좁아지는 지구에서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려면, 북쪽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러시아인들의 속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이들의 조상들이 남겼던 표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 자체로는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일한 실체를 완전히 다른 민족들이 어떻게 보고 표현하는가를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그동안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서 ‘러시아음악’을 다루어왔지만, 이번에는 ‘러시아미술’을 다루고, 점차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문학’도 살피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는 러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15세기의 위대한 이콘화가인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1430)가 남긴 [삼위일체]를 다루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이콘을 프랑스가 존경하는 화가인 조르주 루오(1871~1958)가 같은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26] 삭제 될 뻔한 ‘홍익인간’을 위한 변명 우리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입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죠. 간혹 인간세상이 인간으로 잘못 번역되기도 합니다. ‘홍익인’은 홍익하는 대상이 ‘사람’에 한정적이라면 ‘홍익인간’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교육이념 홍익인간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반대에 부딪쳐 법안을 접었지만 언제 또 제기될지 모르죠. 그런데 홍익인간 삭제 시도에 대해 역사학계를 포함하여 반대 목소리가 높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교육이념은 보편적 의미를 담아야 하는데 고조선의 단군신화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죠.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도 불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적 교육이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밑에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홍익인간 자체만 본다면 불교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불경에 홍익인간이란 단어 조합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홍익중생’ 또는 ‘이익인간’이란 용례는 보입니다. 유교의 대표 경전인《논어》에는 ‘홍인(弘人)’, ‘홍도(弘道)’가 보이며 실학자 정제두의 글 속에‘홍익’이란 글귀도 있습니다. 홍익인간을 불교적 윤색
[포토그래퍼 스토리] 빛으로 그리며 작품을 만드는 포토그래퍼 ‘김인규’ 광고 사진에 매료되다 원래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광고 스튜디오에 다니던 선배를 보러 충무로에 갔는데 일하는 선배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어요. 그때 사진에 완전히 매료되어 사진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30년간 사진을 찍고 있어요. 사진을 하며 큰 업체에도 있어 보았지만, 제가 작업하는 사진을 특정 분야로 한정 짓는 게 싫었습니다. 사물이든, 풍경이든 분야에 상관없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누가 어떤 분야 사진을 잘 찍는다 하면, 그분을 무작정 찾아가 무보수로 일할 테니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요령도 피우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열심히 배우니, 적은 보수로 일하게 하는 것을 미안해하며 저에게 아주 자세히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몇 년간 장인들로부터 배우며 저의 역량을 키워 32살 이른 나이에 제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가슴 떨렸던 첫 촬영 28살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실장님이 부르시더니, 지금 바로 비행기
[주수연의 인생 단상 16] 편리함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중, 난데없이 휴대폰 알람이 울렸습니다. 별 생각 없이 열어본 메일에 순간 얼음이 되었고,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누군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로그인 시도를 했다는 메일이 두, 세 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해킹을 시도한 곳은 미국 LA로 표시가 되었고, 본인이 아니라면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안내가 뜨더군요. 쿵쾅거리는 가슴을 뒤로한 채 부리나케 비밀번호를 변경하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괜찮아졌습니다. 약 4시간이 흘러 새벽 12시 30분 경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누웠습니다. 그 때 갑자기 울린 휴대폰 알람 소리는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까와 동일한 곳에서 해킹을 여러번 시도하는 메일임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고 잠은 완전히 달아났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요. 다시 비밀번호를 바꾸었지만 이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해커는 계속 실시간으로 해킹했고, 저는 실시간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깝지만 큰맘먹고 연결된 지인들과의 과거 이력을 포기하고 계정을 삭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한국에서 난생 처음 ‘공동체 라이딩’을 해보다! 안녕하세요! 2016년 8월에 중국에서 온 한국살이 5년차, 저의 이름은 이향균(李香均)입니다. 중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현재 그 꿈을 이루게 되어 매우 기쁘답니다. 원래는 한국에 1년 정도 지내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환경도 좋고, 교통도 너무 편리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 기회가 되면 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살이 5년 만에 올해 4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언니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고 라이딩 커뮤니티에도 참석하게 되었죠. 저는 중국 사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이었어요. 특히 농사를 짓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운동을 제대로 하기위해 목표를 세우고 훈련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딩 훈련에 참여하면서 함께 하는 것과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어요. 라이딩 하는 날은 새벽에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전날 라이딩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미리 준비하고 잠을 자고 떠났어요.
3대에 걸친 우체부 가족이야기, 《우정만리》 효자고 학생 가족들과 함께 보다 일주일에 세 번 학생과 교사가 번갈아 시를 고른 뒤 필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손 글씨 시집을 모아 필사의 숲 전시회도 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시작했으나 완주한 학생은 드물어서 그 학생들만 모아 연극관람 기회를 줬다. 가족, 친구, 선생님과 보라고 2장씩 선물로 주며, 표가 여분이 있어 어떤 학생에게는 4장을 건네줬다. 《우정만리》(이대영 작/김대기 연출)는 삼대에 걸친 우체부 가족 이야기다. 소식을 전하는 심부름꾼일 뿐 소식의 길흉과는 무관한 우체부임에도 결국은 역사적 사건들과 연루되고 마는 내용이 담겼다. 효자고 학생들이 친구, 모녀, 자매, 사제 심지어 가족 전체를 동반해 관람하였다. 체신부에 근무하며 첨단 통신업무를 배우려 해도 나라를 빼앗긴 민족에게는 차별이 당연시되었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내놓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 속에 삼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체부가 그저 소식만 전하고 싶을 때는 전보를 읽어 달라 애원을 하고, 반드시 친구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을 때는 가운데서 편지만 놓고 가라고 가로막는다.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겨울 까치 황의수 앙상한 가지 위 까치 한 마리 머물러 바람의 속삭임 들으며 겨울의 고요를 새긴다. 희뿌연 하늘 끝자락, 눈송이 기다리며 차가운 침묵 속에서 작은 생명, 꿈을 잉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