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연의 인생 단상] 아이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여섯살인 딸 아이는 매일 고민합니다. 특히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주말이면,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엄마, 아빠와 어떤 놀이를 같이할지, 놀이터에 나가서 놀지, 어떤 만화영화를 볼지 고민합니다. “엄마, 나 오늘 만화 3개 볼거야.” 아이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어떤 만화 볼건데?” TV에서 하는 정규 만화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고, 보통 OTT(Over The Top) Box를 통해 만화를 보여주는 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만화를 볼지 물어보곤 합니다. “포켓몬스터, 가제트, 옥토넛”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만화를 섭렵하는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괜찮은지 해가 되는지 알기 위해 함께 만화를 시청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보다 대답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음, 1시간 30분이 걸리겠군.’ 즉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1시간이 확보되면 무얼 하고, 2시간이 확보되면 무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저는 이기적인 엄마입니다. 만화를 함께 시청하며 공감하고 공통된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좋습니다. 하지만
								통신 일을 하게 된 나의 상황적 ‘아이러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매장에서 핸드폰을 구입했을 때의 일이에요. 직원에게 여러 할인과 공짜로도 구매된다 안내를 받고 군대 전역 후,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핸드폰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 모두 기기 값이 결제가 되어 구매한 대리점을 찾아갔습니다. 확인해보니 구매했을 때 안내했던 직원은 퇴사해서 도와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죠. 이곳저곳 알아보며 제가 핸드폰을 잘못 안내 받고 구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2013년도에는 단통법이 시행되지 않아 누구는 비싸게, 누구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그만 당하고 만 것이죠. 원래 제 성격상 이런 일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지만, 핸드폰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 친척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통신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고, 아이러니하게 이쪽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 2014년 5월, LG통신사에 입사했습니다. 3개월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었죠. 통신사별로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다시
								얘들아, 안녕? 아빠란다 사랑하는 노래, 기쁨이, 율동이 삼남매들아~ 집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보다가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하니 느낌이 새롭구나.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너희들이 아플 때면 아빠의 마음이 출렁거린단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 아픈 얘기를 들을 때면 혹시라도 내 아이가 그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들고… 그래도 이젠 제법 커서 알약도 곧잘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뿌듯하네. 가끔씩 너희들이 커간다는 것이 확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젠 방정식을 풀 때면 수학과를 졸업한 아빠보다 더 빨리 푸는 첫째의 모습을 보며 점점 아빠 세대가 아닌 너희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둘째와 셋째도 조만간 그렇게 아빠를 뛰어넘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 첫째 ‘노래’의 호기심 상자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 대기업의 역사나 원소 주기율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등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모습들을 보면 ‘와… 내가 어릴 때도 이렇게 이해력이 빨랐나?’하는 감탄이 들기도 하고… 지금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들이 노래의 미래 모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되기도 하는구나. 기회만 되면 더 다양한
								토닥토닥 엄마 힘내~ 벌써 우리 아기 예나가 세상에 나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1년정도 후에 아기를 가지려고 가족계획을 세웠어요. 친구들을 통해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서 조급하게 마음을 갖지 않으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1년만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2~3개월 즈음, 2019년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교회에서 성탄절 행사를 하느라 평소처럼 막 뛰어다니고 즐겁게 하루를 보낸 후, 저녁에 감자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왈칵하는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라 화장실에 가보니 하혈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급하게 분만실을 찾아가 영화에서만 보던 수술실같은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 엄습하던 두려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내 자식인데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에 아기를 위해서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처음 간절히 기도했죠. 그 때 당시에 ‘엄마’라는 이름의 책임감이 처음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예정일은 2020년 7월 11일. 하지만 6월 30일날 갑자기 말로만 듣던 이슬이 비친다는 현상이 생기며 아기가 나올 조짐이 보여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14시간 28분의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예나를 만났죠. 아기가
								33년, 오롯이 한 메뉴에만 올인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유대성’ 대표 남다른 어린 시절 저는 어렸을 때 별명이 장군이었어요. 남자아이들보다 이마가 시원하게 나왔고, 목소리가 지금도 활기차지만, 워낙 남자처럼 컸죠. 게다가 이름까지 큰 대(大)자에 이룰 성(成)으로 ‘유대성’이니 남자로 가끔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이런 저를 보고 여자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셨지요. 이름 때문인지, 아담한 체구에도 힘이 좋았던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 검도를 배웠습니다. 검력이 남달라서 남자들도 저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죠. 최근까지도 손님이 없는 오후 4시면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검도장을 걸어 다녔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고 재밌게 바라보곤 하지요.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신력과 의지가 단련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힘으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이하 왱이집)을 33년째 운영해온 것 같습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12만원으로 시작 3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문을 열 때 매번 아침에 일어나 ‘오늘을 잘할 수 있을까?’,‘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
								[상상농부 이야기 6] 농산물 흘려보내기 운동을 시작하며 (FM : Flowing Movement) 제가 농사를 짓는 평창군 방림면은 매해 때마다 고랭지 채소를 수확하느라 늘 바쁩니다. 농산물 시장으로 가는 대형 트럭들이 농로(農路)마다 줄지어 서있고, 조금이라도 수확이 늦을세라 수십 명의 인부들을 재촉하는 농부들의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흔하게 보이는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확하고 밭에 남은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상추 등의 채소들입니다. 대부분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밭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버려지는 녀석들의 기준점은 ‘상품성’입니다. 배추로 예를 들면 흠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수확되는 녀석들과 되지 않는 녀석들은 맛의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입니다. 작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작은 못난이 녀석들까지 버리지 않고 말려서 사용하는 버섯 재배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풍경입니다. 상품성 떨어지는 버섯을 완전 헐값(?)에 유통에 넘기는 모습이나 차라리 밭에 그냥 버리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농가들의 모습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지요.
								운전면허 딴 지 3일 된 왕초보 277km 여정기 작년 겨울, 드디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어 호기심과 열정으로 첫 번째 관문인 필기시험을 신청했습니다. 며칠 동안 꾸준히 공부해 시험은 통과했지만, 두 번째 장내기능, 세 번째 도로주행 관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 그대로 내버려둔 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죠. 그러다 문득 더 이상 늦으면 작게나마 마음속에 남아있던 열정의 불씨마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면허를 따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독학으로 나머지 시험까지 해보려 했지만, 시간 소비 면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비용과 학원 위치를 고려해 일반 자동차 학원이 아닌 운전 시뮬레이션 학원을 선택해 두 번째 관문인 장내기능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었죠. 그래도 엑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춘다는 것 외에 차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제가 한 번에 시험을 합격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자신감으로 연달아 마지막 시험을 준비했죠. 하지만 속도 유지와 차간 간격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세 번째 관문인 도로주행시험에서 불합
								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3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사이에 극적으로 자기 성적을 끌어올린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왜?’라는 질문이다. “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 그 이유들을 모아보면 무언가 보편적 원리를 찾아 이를 거꾸로 적용해 마음을 공부에 두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다양했다. “친구랑 내기를 해서요”, “엄마가 핸드폰을 바꿔주신다 해서요.”, “친구에게 지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요.”, “그냥 하다보니까 재밌어서요.” 내가 찾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뭔가 거창하고 이 한마디면 모든 친구들을 공부 쪽으로 시간을 쓰게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정제된 ‘공부의 이유’는 따로 없었다. 모두가 아주 다양한, 개별적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터뷰 속에서 알게 된 학생들의 속마음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친구들의 그 과정 속에서의 비슷한 패턴 같은 것이 있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첫째.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바람이 아이를 변화시키고 움직일 수 있게까지 자극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오늘, 저랑 유치원 가실래요?”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던 스위프트는 늙으면 이렇게 하리라 작심한 10계명 중 하나가 있습니다. “(늙으면) 손주(녀)들하고 놀지 말라!” 저는 이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가 이 말을 한 이유는 만약 자신을 늙었다고 단순히 다음 세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를 보살피는 존재로 자신을 간주하면, 이미 스스로의 생애는 끝날 때가 되었다고 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큰 일이 아니라면 손주(녀)들을 돌보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지 않아야 하며, 자식은 역시 그 다음 세대인 아버지와 엄마의 손에 의해서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엄한 작정을 하고 사는 나에게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지 뭡니까.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다 우연히 그 엄마와 함께 타거나 내리는, 유치원생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초등생이 된 가연이를 만나면, 저에게 이런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옵니다. “오늘도 내가 횡재 했네, 가연이를 다 보다니!” 이건 도무지 나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살짝 걱정까지 드는 것에는 다음의 사연이 있습니다. 몇 년 전, 개그맨 남희석은 지나가는 개도 웃기려고 피나는 연습을
								보고 싶은 날에 훌쩍 자란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 사이로 오월의 훈풍이 날아들고, 벚꽃 잎이 눈부시게 흩날린다. 봄기운이 깃든 푸른 잔디 위를 사붓사붓 거닐며 나는 그의 환영을 따라간다. 생기 넘치던 젊은 날을 보내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나의 아빠를…. 아빠는 따뜻한 사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꿀 줄 아는 분이다. 시들시들하던 화초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활력을 되찾고 푸른 잎을 틔웠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던 것과 이끼 하나 없는 깨끗한 어항에서 물고기가 힘차게 헤엄쳐 다니며 종족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보살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강아지는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들며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아빠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없다. 식물도, 동물도 전심을 다 해 돌보는 아빠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극진했을지 지금에 와서야 헤아려 보게 된다. 아빠는 두 딸이 자라는 내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