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인간, 그리고 디자인 1] 집안의 미생물 디자인하기(1) 저는 현재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마을 중심으로 ‘공유지의 희극’ 과 ‘빛-생각 반짝’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에밀리 앤시스의《The Great Indoors》(한국어 제목: 우리는 실내형 인간)라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실내 종’ 코로나19로 자동차 보험사들이 활짝 웃을 만큼 집에만 콕 박혀 머물러 생활하는 이른바 ‘집콕’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북미와 유럽 사람은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며, 제한된 옥외공간과는 달리 실내공간은 점점 더 확장되어 2017년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4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실내공간 면적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년 일본의 바닥 면적만큼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확장입니다. 바야흐로 인간은 명실상부한 실내형 종이 되어 가고 있으며, 실내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실내 생태계 속의 인간 그런데 집콕의
음악의 본질을 추구하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영호 ‘기교만 추구하는 연주는 즐기는 음악을 방해해’ ‘음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어’ 대학 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에 흠뻑 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찾아 읽었는데 제목이 ‘콘트라베이스’였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간결한 펜 그림의 책표지입니다. 안경을 낀 주인공 옆에 서 있던 커다란 콘트라베이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10월호에는 실제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영호님의 음악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아무래도 가족의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는 서울시향에서 오보에를 하셨고 또 교사로 계셨죠. 어머니는 성악을 전공하시고 국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형도 오보에를 하고 있었고요. 가족 전체가 다 음악을 하니 저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공연하는 오페라 무대를 많이 보았는데 정말 근사했죠. 무대에서 어머니가 시녀로, 또 어떤 때는 귀부인으로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무대를 동경하고 무대에 대한 설렘을 가졌던 것 같아요.
[파파스토리] '나의 길' vs '아빠의 길' 어느덧 세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아빠로서 나’와 원래 ‘나’와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그렇게 제가 원하는 것과 아빠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선택의 귀로에서 겪었던 아쉬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을 스피치 대회를 소중한 첫째 딸아이의 소풍을 위해서 포기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저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토스트 마스터즈’라는 영어모임을 가는데 그 토스트 마스터즈는 전 세계적인 모임이라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스피치 컨테스트를 합니다. 특히 하반기 컨테스트는 4가지 컨셉 중 하나를 주제로 정하여 대회를 하는데 올해는 ‘유머러스 스피치’라는 컨셉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원래 말하는 것과 사람들 웃기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내 유머가 영어로도 통할지 테스트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한국말만큼 애드립이 되지 않아 안타깝게 탈락했고, 한국어 유머러스 스피치에서 제가 속한 클럽의 대표로 선정되어 그 다음 대회인 ‘Area 스피치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표트로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결핍, 러시아의 결핍 1878년 봄, 차이코프스키는 스위스 제네바 호수 근교의 클라렌스(Clarens)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상처를 달래고자 머물고 있었습니다. 레망호수로 불리는 호수 건너편은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려있는 지역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스위스의 풍경이 고스란히 상상이 됩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통스러운 결혼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애통과 슬픔이 절절히 바이올린의 카덴차에 담겨 호소를 하지요. 인생의 고통은 가끔 주위의 웅장한 대자연이나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승화하여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나곤 합니다. 그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 바로 한 해 전인 1887년 7월 18일 안토니나 밀리우코바와 결혼했습니다. 그녀로부터 끊임없는 구애와 협박도 있었고, 자신에게 있었던 소문(동성애) 또한 잠재워야 하는 현실 때문이었죠. 하지만 결혼 생활은 석 달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가정교사인 파니 뒤르바흐(Fanny Dürbach)를 통해 프랑스어와
[주수연의 인생 단상] 아이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여섯살인 딸 아이는 매일 고민합니다. 특히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주말이면,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엄마, 아빠와 어떤 놀이를 같이할지, 놀이터에 나가서 놀지, 어떤 만화영화를 볼지 고민합니다. “엄마, 나 오늘 만화 3개 볼거야.” 아이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어떤 만화 볼건데?” TV에서 하는 정규 만화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고, 보통 OTT(Over The Top) Box를 통해 만화를 보여주는 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만화를 볼지 물어보곤 합니다. “포켓몬스터, 가제트, 옥토넛”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만화를 섭렵하는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괜찮은지 해가 되는지 알기 위해 함께 만화를 시청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보다 대답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음, 1시간 30분이 걸리겠군.’ 즉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1시간이 확보되면 무얼 하고, 2시간이 확보되면 무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저는 이기적인 엄마입니다. 만화를 함께 시청하며 공감하고 공통된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좋습니다. 하지만
통신 일을 하게 된 나의 상황적 ‘아이러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매장에서 핸드폰을 구입했을 때의 일이에요. 직원에게 여러 할인과 공짜로도 구매된다 안내를 받고 군대 전역 후,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핸드폰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 모두 기기 값이 결제가 되어 구매한 대리점을 찾아갔습니다. 확인해보니 구매했을 때 안내했던 직원은 퇴사해서 도와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죠. 이곳저곳 알아보며 제가 핸드폰을 잘못 안내 받고 구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2013년도에는 단통법이 시행되지 않아 누구는 비싸게, 누구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그만 당하고 만 것이죠. 원래 제 성격상 이런 일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지만, 핸드폰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 친척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통신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고, 아이러니하게 이쪽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 2014년 5월, LG통신사에 입사했습니다. 3개월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었죠. 통신사별로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다시
얘들아, 안녕? 아빠란다 사랑하는 노래, 기쁨이, 율동이 삼남매들아~ 집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보다가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하니 느낌이 새롭구나.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너희들이 아플 때면 아빠의 마음이 출렁거린단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 아픈 얘기를 들을 때면 혹시라도 내 아이가 그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들고… 그래도 이젠 제법 커서 알약도 곧잘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뿌듯하네. 가끔씩 너희들이 커간다는 것이 확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젠 방정식을 풀 때면 수학과를 졸업한 아빠보다 더 빨리 푸는 첫째의 모습을 보며 점점 아빠 세대가 아닌 너희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둘째와 셋째도 조만간 그렇게 아빠를 뛰어넘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 첫째 ‘노래’의 호기심 상자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 대기업의 역사나 원소 주기율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등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모습들을 보면 ‘와… 내가 어릴 때도 이렇게 이해력이 빨랐나?’하는 감탄이 들기도 하고… 지금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들이 노래의 미래 모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되기도 하는구나. 기회만 되면 더 다양한
토닥토닥 엄마 힘내~ 벌써 우리 아기 예나가 세상에 나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1년정도 후에 아기를 가지려고 가족계획을 세웠어요. 친구들을 통해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서 조급하게 마음을 갖지 않으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1년만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2~3개월 즈음, 2019년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교회에서 성탄절 행사를 하느라 평소처럼 막 뛰어다니고 즐겁게 하루를 보낸 후, 저녁에 감자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왈칵하는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라 화장실에 가보니 하혈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급하게 분만실을 찾아가 영화에서만 보던 수술실같은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 엄습하던 두려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내 자식인데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에 아기를 위해서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처음 간절히 기도했죠. 그 때 당시에 ‘엄마’라는 이름의 책임감이 처음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예정일은 2020년 7월 11일. 하지만 6월 30일날 갑자기 말로만 듣던 이슬이 비친다는 현상이 생기며 아기가 나올 조짐이 보여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14시간 28분의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예나를 만났죠. 아기가
33년, 오롯이 한 메뉴에만 올인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유대성’ 대표 남다른 어린 시절 저는 어렸을 때 별명이 장군이었어요. 남자아이들보다 이마가 시원하게 나왔고, 목소리가 지금도 활기차지만, 워낙 남자처럼 컸죠. 게다가 이름까지 큰 대(大)자에 이룰 성(成)으로 ‘유대성’이니 남자로 가끔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이런 저를 보고 여자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셨지요. 이름 때문인지, 아담한 체구에도 힘이 좋았던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 검도를 배웠습니다. 검력이 남달라서 남자들도 저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죠. 최근까지도 손님이 없는 오후 4시면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검도장을 걸어 다녔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고 재밌게 바라보곤 하지요.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신력과 의지가 단련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힘으로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이하 왱이집)을 33년째 운영해온 것 같습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12만원으로 시작 3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문을 열 때 매번 아침에 일어나 ‘오늘을 잘할 수 있을까?’,‘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
[상상농부 이야기 6] 농산물 흘려보내기 운동을 시작하며 (FM : Flowing Movement) 제가 농사를 짓는 평창군 방림면은 매해 때마다 고랭지 채소를 수확하느라 늘 바쁩니다. 농산물 시장으로 가는 대형 트럭들이 농로(農路)마다 줄지어 서있고, 조금이라도 수확이 늦을세라 수십 명의 인부들을 재촉하는 농부들의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흔하게 보이는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확하고 밭에 남은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상추 등의 채소들입니다. 대부분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밭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버려지는 녀석들의 기준점은 ‘상품성’입니다. 배추로 예를 들면 흠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수확되는 녀석들과 되지 않는 녀석들은 맛의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입니다. 작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작은 못난이 녀석들까지 버리지 않고 말려서 사용하는 버섯 재배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풍경입니다. 상품성 떨어지는 버섯을 완전 헐값(?)에 유통에 넘기는 모습이나 차라리 밭에 그냥 버리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농가들의 모습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지요.